[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떠났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대회전부터 올림픽 진출권만 따내면 돌려보내기로 합의되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결승을 마치지 못한채 황희찬은 떠났지만 그가 떠나면서 확실히 남긴 것이 있다. 기성용(27·스완지 시티)이 그랬듯 결국 선수는 ‘실력’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기성용(왼쪽)과 황희찬. 스포츠코리아 제공
황희찬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와의 4강전 이후 소속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떠났다. 차출 의무 조항이 없는 올림픽 예선에 차출된 해외파인만큼 잘츠부르크 측은 올림픽 진출권을 따냄과 동시에 귀환을 요구했기 때문. 이미 대표팀과도 합의된 사항이었기에 당연히 대표팀은 돌려보내야 했다.

어쩔 수 없지만 신태용호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 당장 이틀 후로 앞두고 있는 일본전에서 황희찬은 존재는 필수불가결이었다. 마침 카타르전에서 공격진의 류승우와 김현이 모두 다리 경련으로 교체 아웃될 정도로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황희찬은 부상 여파로 카타르전에서 17분여밖에 뛰지 않았기에 함께할 수 있다면 파괴력만이 아닌 체력 면에서도 대표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자원이었다.

황희찬은 사실 참 말이 많은 멤버였다. 포항과의 계약 문제로 인해 ‘뒤통수’, ‘배신자’ 얘기를 들으며 오스트리아로 떠났고, 지나치게 자신만 위하는 플레이스타일로 문제가 됐다. 신태용 감독 역시 “황희찬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로 인해 머릿속에 완전히 지웠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감독 입장에서 불확실한 선수를 뽑아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

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리그 17경기 11골), 지난해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에 소집했을 때 수비가담을 주문하자 곧바로 이 요구를 충족시키는 모습은 물론 압도적인 실력에 신태용 감독은 계속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황희찬은 고작 만 20세임에도 많게는 3살 많은 형들을 넘어 올림픽대표팀의 핵심멤버로 거듭났다. 적극적인 수비가담은 물론 루이스 수아레즈(바르셀로나)를 연상시키는 돌파력과 과감성, 골 결정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결국 황희찬은 ‘실력’ 하나로만 자신을 증명해냈다.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편견, 나이가 지나치게 어리다는 여론 등 모두를 이겨낸 것.

이는 마치 기성용을 떠올리게 한다. 기성용 역시 어린 시절부터 갖가지 구설수에 오르며 한국축구의 대표적인 ‘트러블 메이커’였다. 특히 몇몇 사건들은 한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스캔들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가 올 때마다 기성용은 오로지 실력으로서 자신을 증명해냈고 결국 현재는 한국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핵심멤버다.

결국 축구선수는 축구로 보여야한다. 의도치 않게 많은 비난의 구렁텅이에 있어도 결국 실력을 내보이고, 축구로 빛나면 된다.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한국 대표팀의 핵심인 기성용. 어린 나이에 꽤 굴곡이 있었던 황희찬에게서 기성용과 같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한국 축구에 내려진 또 다른 축복일지 모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