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각 팀의 주장을 보면 그 팀을 알 수 있다. 감독이 팀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면 주장은 맨 앞에서 동료 선수들을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라고 보면 된다. 참견만 하고 옆에서 떠드는 존재가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 팀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확실한 리더십으로 선수를 일깨울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주장이다.

10개 구단 모두 시무식을 통해 2016시즌 팀의 중심이 되는 주장을 뽑았다. 작년과 다르게 새로운 얼굴이 많이 보인다. 10개 팀 가운데 무려 8개 팀이 새로운 주장을 택했다. 그만큼 각 팀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각 구단을 이끌 10명의 주장은 과연 누구일까?

두산 김재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새 시즌, 새로운 주장이 뛴다

우승팀 두산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 우승을 일궈낸 오재원 대신 김재호가 주장으로 선임됐다. 김태형 감독의 입김이 작용했다. 이현승과 김재호를 후보로 올려놓았고 선수들이 김재호를 뽑았다. 감독의 신임과 선수들의 지지를 확실히 받았다.

김재호는 이미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뛰면서 2015시즌이 끝난 뒤,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팀 역시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래서 더 2016시즌이 부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재호는 특유의 웃음과 함께 새로운 각오와 목표를 가지고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면 좋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5위 경쟁에서 살아남았지만 하루 만에 끝나버린 SK 역시 부활을 외치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선수가 많았다. 그리고 하나 둘 떠났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출혈이 심했다.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그렇게 SK는 조동화에 이어 김강민을 낙점했다. 김용희 감독의 선택이었다. FA였지만 팀에 남았다.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SK에서 계속 뛴 김강민이다. 주장 선임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렇다할 보강도 없었고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김강민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작년에도 우리 팀은 우승이 유력한 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올해는 평가가 좋지 않지만 결과는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막내구단 kt 역시 주장을 교체했다. 베테랑 신명철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빈 자리를 박경수가 채웠다. '수원거포'로 불리며 타격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던 박경수는 이미 경험과 실력을 두루두루 갖춘 선수다. 젊은 선수들의 비중이 큰 kt에서 박경수의 존재감은 팀 내에서 매우 중요하다. 더 이상 막내가 아닌 타 팀과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는 팀이 되겠다고 다짐한 박경수는 "나보다 팀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넥센 서건창. 스포츠코리아 제공
주장은 곧 팀의 상징…간판스타를 중심으로 팀은 돈다

넥센은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까지 미국으로 떠났다. 20승 투수 밴헤켄도 일본으로 갔다. 유한준도 kt로 가고 손승락도 롯데로 갔다. 이래저래 빈 자리가 많다. 게다가 정든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돔이라는 새 집으로 이사도 가야한다.

염경엽 감독은 팀의 변화에 맞춰 젊고 신선한 서건창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연소다. 이택근의 뒤를 이어 주장이 된 서건창은 팀의 간판 타자다. KBO리그 최초 200안타를 쳐내며 역사를 써내려갔지만 작년은 부상으로 인해 아쉬움이 많았다.

그만큼 2016시즌은 넥센과 서건창에게 모두 중요하다. 그는 빈 자리가 많지만 오히려 내부경쟁을 통한 전력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달라진 넥센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운 감독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롯데 역시 주장을 교체했다. 바로 강민호다. 조원우 감독의 지명으로 뽑힌 강민호는 이미 리그 최고의 포수로 정평이 나있다. 투수와 야수진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강민호가 주장이 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베테랑과 젊은 선수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민호의 주장 선임은 이미 예고됐었다. 팀 전력도 강해졌다. 불펜과 마무리에서 뛸 수 있는 윤길현과 손승락이 팀에 합류했다. 3명의 외인 선수는 여전히 건재하다. 선수에게는 다소 아쉬운 일이지만 미국 진출을 시도했던 손아섭과 황재균도 팀에 남게 됐다. 프로데뷔 1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롯데맨' 강민호에게 올 시즌은 '명가 재건'이 가장 큰 목표다.

한화는 SK 시절부터 김성근 감독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선수인 정근우가 새롭게 주장으로 뽑혔다. 매년 꼴찌에서 머물렀던 한화였지만 지난 시즌, 6위를 차지하며 중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기존 선수들의 공백도 없고 SK에서 정우람까지 데려오며 전력이 급상승했다.

올해야말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가 많다. 김성근 감독은 망설일 필요 없이 국가대표 2루수 겸 '프리미어 12' 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끈 정근우에게 주장을 맡겼다. 정근우 역시 가을야구에서 아쉽게 무너졌던 경험을 거울 삼아 올해는 반드시 도약을 이루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 박한이. 스포츠코리아 제공
'모두가 한 표씩' 공정한 투표로 선정된 주장

LG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투수에서 주장이 나왔다. 바로 류제국이다. 이진영이 kt로 떠나면서 주장이 공석이 됐다. 투표를 통해 진행된 이번 주장 선거에서 류제국은 팀 베테랑인 박용택, 봉중근을 제치고 58%의 득표율로 주장이 됐다. '야생마' 이상훈 코치 이후 첫 투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야수 쪽에서 주장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류제국은 주장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드러냈고 선수들 역시 그를 믿었다. 지난 시즌, 4승에 그치며 불운에 시달렸던 류제국에게 올해는 반드시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팀 역시 9위를 기록하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기에 류제국이 해야할 일은 참 많다.

삼성 역시 투표로 주장이 뽑혔다. 지난 시즌 주장이었던 박석민이 NC로 가면서 박한이가 주장을 맡게 됐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령자다. 이미 팀은 여러모로 상처를 입고 좋지 않는 분위기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인해 임창용이 팀을 나갔고 윤성환과 안지만의 행보 역시 불투명하다.

그러나 박한이는 "생각보다 팀 분위기는 크게 저하되지 않았다.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가지고 선수들이 올 시즌을 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래저래 안 좋다고 말이 많지만 삼성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이다. 박한이를 필두로 하는 삼성은 여전히 강팀이다.

KIA 이범호. 사진=김성태 기자
구관이 명관…감독의 신뢰를 얻은 주장은 그대로 간다

10개 팀 가운데 유이하게 주장이 연임한 구단은 KIA와 NC다. 2014시즌, 선동열 감독 때부터 주장을 맡은 이범호가 3년 연속 주장으로 뽑혔다. 선수 본인은 고사했지만 조계현 수석코치 및 코칭스태프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번 '호랑이 캡틴'이 되기로 했다.

4년 36억이라는 금액으로 팀에 남게된 이범호는 선수생활 마지막을 KIA에서 불태우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그는 "올해는 김기태 감독님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주장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 작년과 달라야 한다. 5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NC 역시 작년에 이어 이종욱이 '공룡 캡틴'의 자리를 유지한다. 두산 시절부터 함께한 김경문 감독과 이종욱은 쿵짝이 잘 맞는 사제관계다. 이미 NC는 신생팀이라는 탈을 벗고 어느새 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성장했다. 박석민까지 데려오면서 마지막 퍼즐까지 맞췄다. 우승후보라는 평가도 많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이종욱이다. 신생팀이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하지만 이종욱은 "지금까지 선수들과 함께 잘해왔지만, 더욱 노력하는 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선수와 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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