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단독인터뷰 上]이제 곧 '메이저리거' 최지만, 야구 상식을 깨다'에서 계속

최지만(25·LA 에인절스)과 함께 미국 진출 첫해인 2010년부터 마이너리그를 졸업한 2015년까지 연도별로 나눠 다시 얘기를 해봤다. 그 역시 과거를 차근차근 훑어보며 올라가자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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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 루키 : 39경기 타율 0.378 출루율 0.459 장타율 0.541 1홈런 23타점
싱글A 상위 : 11경기 타율 0.302 출루율 0.380 장타율 0.442 1홈런 7타점

미국 진출 첫해였다. 최지만은 고3이 돼서야 진지하게 직업 야구선수를 꿈꿨다. 그전까지는 야구를 그저 '좋아서'한 것뿐이라는 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3이 되기 전까지 야구는 저에게 그저 재밌고 즐기기 위해 존재했어요. 야구를 사랑하고 재밌어서 한거죠"라고 말한 최지만은 국내 구단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약 50만불의 낮은 계약금만 받고 미국으로 향했다. 국내에서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보다 미국에서 좀 더 가능성을 봤기 때문.

"첫 루키 시즌에 가장 큰 고민은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번다는 행위'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것이 이상하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팀의 멘탈코치와도 상담도 많이 했고 결국 직업적인 야구선수의 길로 마음을 다잡았죠."

첫해부터 상위 싱글A까지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루키리그에서 무려 4할에 가까운 타율(0.378)을 때린 타격 능력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최지만은 미국 진출 첫해부터 루키리그 타격왕과 시즌 MVP를 차지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루키리그에서 잘하고 한국에 돌아갈 생각만 했는데 팀에서 갑자기 싱글A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절 지도해주신 코치분께서 '초이(최지만)는 된다'며 믿음을 줘 상위 싱글A까지 직행한거죠. 절 믿어준 코치님에게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죠."

▶2011년 - 경력 없음

이대로 성공가도를 달릴 것 같았던 최지만은 큰 난관에 봉착한다. 싱글A에 올라가면서부터 조금씩 허리 통증을 느꼈고 검사와 치료를 병행해도 좀처럼 낫지 않았다. 2011시즌을 준비하며 많은 치료를 해봤지만 고통은 더 심해져만 갔고 결국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최지만은 똑바로 누워서는 자지 못하는 고질병을 안은채 생활해야했다. 기나긴 재활 끝에 남은 것은 '포수 포기'라는 현실이었다.

"전 분명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허리 수술 이후 팀에서 말하더라고요. 3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할 때 저와 부딪치면 전 그대로 선수생활이 힘들거라고요. 그 말을 듣고 포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포수를 하며 타격이 좋은 것과 1루를 하며 타격이 좋은건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2012년 - 싱글A 66경기 타율 0.298 출루율 0.420 장타율 0.463 8홈런 43타점

원래 컨택만큼은 자신 있었던 최지만은 비록 3할은 넘기지 못했지만(0.298) 출루율에서 무려 4할을 넘기며 싱글A에서도 실력을 증명해냈다. 부상에서 회복해 5월부터 투입됐음에도 최지만은 완전히 1루수로 전향한 후 타격에서 충분히 가치있음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특히 자신은 타율보다 출루율, 그리고 '선구안의 척도'인 볼넷/삼진 비율을 중요시 했다.

"전문적인 기록은 몰라요. 하지만 누군가 '너 볼넷/삼진 비율이 좋다'고 하니 그 가치를 새삼 알아봤죠. 그래서 적은 삼진과 많은 볼넷을 해내기 위한 타격에 초점을 맞추죠. 전 라인드라이브(직선타)형 타자예요. 억지로 쳐올려서 홈런을 만드는 것보다 제 스타일을 고수하는 타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애틀 시절 최지만의 모습. ⓒAFPBBNews = News1
2012시즌이 중요했던 것은 바로 시즌 후 참가했던 호주리그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호주에서 구대성을 만난 최지만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구대성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한국 선수들이 많이 오는데 1,2할밖에 못치면서 '호주 야구 수준이 낮다'고 한다고요. 일단 여기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 한국 망신을 안 당하겠구나 싶기도 해서 엄청 노력했죠. 매일 뒷마당에서 배트 연습을 하고 잘하는 선수를 보면서 배우며 연습했어요."

최지만은 호주리그에서 뛰어난 타격(타율 0.309 출루율 0.419 장타율 0.540)으로 구대성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했다.

▶2013년 - 상위 싱글A: 48경기 타율 0.337 출루율 0.427 장타율 0.619 7홈런 40타점
더블A : 61경기 타율 0.268 출루율 0.377 장타율 0.485 9홈런 39타점
트리플A : 13경기 타율 0.244 출루율 0.333 장타율 0.422 2홈런 6타점

2013시즌은 그야말로 최지만에게 '브레이크 아웃(Break Out, 확 달라진 모습)'시즌이다. 허리부상에서 회복한 지 1년이 넘자 타격은 더 날개가 돋쳤고 상위 싱글A에서 장타율이 6할이 넘을 정도로 장타에서도 눈을 떴다. 그러자 팀은 곧바로 최지만을 더블A로 승격시켰고 그 곳에서도 최지만은 5할에 가까운 장타율(0.485)과 뛰어난 출루율(0.377)로 능력을 증명했다.

결국 메이저리그의 문턱인 트리플A까지 승격한 최지만은 한 해안에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모두 겪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그 차이에 대해 그는 주저없이 '급여'를 언급했다.

"루키에서는 2주에 150달러, 싱글A에서는 2주에 300달러, 더블A에서는 700달러를 받았다. 사실 계약금도 적어 많은 사람들이 날 무시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계약금 까먹으면서 생활한다'는 말이 싫어 계약금은 일체 건드리지 않고 받는 급여만으로 생활했다. 80평짜리 집에 20명 가까이 살기도 했고 야구장에서 나오는 음식을 싸가서 집에서 먹기도 했다. 정말 절박한 시간들이었다. 트리플A에 올라가니 2주에 1,000달러를 주는데 너무 많이 주는 것 같아 놀라웠다."

"도리어 그렇게 차등을 두니 메이저리그로 가고 싶은 열망이 강해졌다"며 미국식 충격요법을 설명한 최지만은 "트리플A까지 가니 정말 메이저리그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최지만은 시즌 중 마이너리그 올스타전(퓨처스게임)까지 나가며 주가를 드높였다.

▶2014년 - 더블A 4경기 타율 0.273 출루율 0.467 장타율 0.636 1홈런 5타점
트리플A 70경기 타율 0.283 출루율 0.381 장타율 0.392 5홈런 30타점

2014시즌 첫 10경기에서 5할의 출루율로 순항을 거듭하며 메이저리그 승격이 눈앞인 듯했던 최지만은 충격적인 사건(약물 복용 혐의)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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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 루키 5경기 타율 0.250 출루율 0.308 장타율 0.333 2타점
트리플A 18경기 타율 0.298 출루율 0.403 장타율 0.421 1홈런 16타점

불명예를 벗고 2015시즌, 최지만은 부활을 다짐했다. 그러나 부상이 또 발목을 잡았다. 스프링캠프 도중 당한 발목부상이 화근이었다.

"그날은 왠지 예감이 안 좋았어요. 뜬공을 잡으려 점프했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목이 뒤틀렸고 주자가 제발을 치면서 정강이쪽까지 인대가 모두 끊어졌어요. 허리나 팔꿈치 부상보다 발목 수술만큼은 정말 무서웠어요. 예측할 수 없는 부상이었기에 두려움이 컸죠. 또 같은 부상을 당한 선수가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있어 겁났죠. 수술 후에는 모두가 '시즌아웃'이라고 하니까 오기가 생겨서 그 누구보다 재활에 집중했죠. 결국 시즌 아웃이라고 했지만 전 8월에 복귀를 해냈죠."

돌아온 최지만은 루키리그에서 재활경기를 거치고 곧바로 트리플A로 복귀했다. 막판 16경기에서 17안타를 몰아쳤지만 늦게 돌아온 바람에 시즌이 종료되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확실한 타격능력은 분명 인정받았다.

오죽하면 어느날 시애틀 마이너리그 단장이 '내가 본 유망주 300여 명 중 타격은 1위'라며 최지만을 지목했을까. 최지만은 이를 부담으로 느끼기보다 긍정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며 "칭찬이 나를 자라게 했다"며 활짝 웃는다.

▶그리고 2016년 - LA에인절스

지난해 12월 뜻밖의 낭보가 미국에서 전해졌다. 2010년 처음으로 미국 무대를 밟았던 스위치히터 최지만이 LA 에인절스로부터 '룰5 드래프트'에 지명됐다는 것. '룰5 드래프트'는 특정팀이 마이너리그에 좋은 유망주를 적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지명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지명팀은 그 선수를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서 활용해야한다. 최지만의 메이저리그 데뷔가 임박한 것이다.

그러나 룰5드래프트에서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한 사례도 꽤 있다. 25인로스터에 올리기에는 선수의 기량이 모자라거나 다른 이유가 있어 할 수 없이 돌려보내는 것. 최지만 역시 볼티모어로 돌아갈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볼티모어도 룰5드래프트를 통해 날 LA에인절스로 보내면서 '솔직히 네가 못해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고 하더라. 어딜 가도 기회는 있으니 상관없다. 그저 제 역할을 하면 된다고 본다. 일단 LA에인절스에서 기회가 왔으니 그 기회를 잘 잡고 버텨서 올라서고 싶다."

최지만은 현재 주전 1루수 앨버트 푸홀스의 부상 이탈로 잘하면 개막전 로스터부터 선발로 나설 기회도 눈앞에 있다. 최지만은 "일단 주전을 꿰찬다기보다 한 경기라도 뛰는 것이 우선"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최지만은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 들어선다면 어떤 기분일까? 미리 예상해보는 메이저리그 데뷔 타석에 대해 묻자 최지만은 "아마 초구를 바로 칠 것이다"며 선전포고를 한 뒤 "솔직히 별다른 감정보다 늘 하던 대로 해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을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이런 곳이구나'하는 맛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그 자리를 즐기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LA에인절스가 1루수에 별다른 보강 없이 가고, 푸홀스가 정말 개막에 맞춰 복귀할 수 없다면 최지만이 최희섭 이후 또다른 '초이(Choi)'로 메이저리그에 무대에 설 날은 머지않았다. 과연 최지만은 오랜 한국인 유망주의 마이너리그 잔혹사를 끊고 2006년 류제국 이후 10년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한국 선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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