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공(막강한공격) 앞세워 수원FC 1부리그 승격 이끈 조덕제 감독
실업리그 출신팀 이끌고 2부리그→1부리그 승격 '첫 사례'
플레이오프에서도 '공격 앞으로'… 팬들 찬사 속 승격 기쁨

[인터뷰①] 수원FC 승격 이끈 조덕제 “고집이 큰 일 만들었죠”
[인터뷰②] 공격축구와 조덕제의 연결고리, 선수시절의 ‘본능’
[인터뷰③] ‘천생 축구인’ 조덕제 “축구에 미친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인터뷰④] 이상과 현실 사이, 수원FC의 2016시즌 구상은?

[스포츠한국 수원=김명석 기자]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조덕제(50) 감독다운’ 한 마디였다. 부산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앞두고, 그는 다시 한 번 공격축구를 다짐했다. 비기기만 해도 됐지만 팀 고유의 색채를 잃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수원FC는 그 뜻을 이뤄냈다. 지난 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내셔널리그(실업축구)와 프로축구 2부리그(K리그 챌린지)를 거쳐 마침내 1부리그(K리그 클래식)에 다다르는 순간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실업팀 태생의 한계 극복해낸 ‘막공’

수원FC는 원래 실업팀이었다. 수원시청이라는 이름으로 실업리그에 참가하다 2부리그가 출범한 2013년 프로팀으로 전환됐다. 물론 여건은 늘 열악했다. 시민구단 특유의 재정적인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훈련장이나 숙소 시설 역시 좋지 못했다.

조덕제 감독 역시 고민이 깊었다. 제한된 예산 탓에 선수단 구성이 쉽지 않았다. 선수들 면면에서 나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다른 팀들에 비해 뒤처졌다. 매 시즌 승격 후보로 수원FC를 주목하는 시선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러한 상황들을 극복해낸 힘은 결국 전술이었다. 막강한 공격, 이른바 ‘막공’으로 대변되는 조덕제 감독의 전술이 그 중심에 섰다. 골자는 강력한 전방 압박과 측면 공격이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것이 조덕제표 공격축구의 핵심이었다.

“똑같은 파울을 했을 때, 프리킥을 우리 페널티킥 에어리어에서 주는 것과 하프라인에서 주는 것은 다르죠. 이왕이면 하프라인에서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비를 해도 경기장 3분의 2 지점 위로 올리는 것이 제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공격축구의 핵심은 사이드에요. 사이드 돌파가 최대한 많을수록 중앙 수비가 무너지게 되어 있어요. 슈팅과 크로스를 무지하게 강조하는 이유에요.”

조덕제 감독 스스로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선택이기도 했다. 선수 시절부터 공격적인 성향이 짙었던 그는 2004년 아주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공격적인 전술을 활용했다. 스스로 "아주대 시절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누구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나만의 스타일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양날의 검에 베이기도 했다, 그래도 후회하진 않았다

물론 공격적인 운영은 양날의 검이었다. 공격에 무게를 두는 만큼 수비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기고 있던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 당하는 경기가 많았죠. 하지만 아쉬움은 많았을지언정 후회는 하지 않았어요. 만약 후회를 했으면 공격축구를 안했겠죠. 대신 뭐가 잘못됐는지 보고, 다시 공격적인 축구를 선택했습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은 전술적인 기조를 조덕제 감독은 스스로 ‘고집’이라고 표현했다. 다행히 그 고집은 서서히 성과를 냈다. 2013년 2부리그 팀들 중 유일하게 FA컵 8강에 올랐다. 1부리그팀인 대구와 전남을 상대로 공격축구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물론 전북과의 8강에서는 무려 7골을 내주며 2-7로 대패했다. 그래도 전북을 상대로도 맞불을 놓았던 수원FC는 박수를 받았다.

“주위에서 안 된다고 했어요. 물론 안되죠. 전북은 베스트11이 그대로 나왔는데요. 그래도 안되더라도, 배우는 선수들이니까 많이 먹으면 어때요. 전북 팬들에게 서비스하고 온다고, 우리 선수들이 배우고 온다고 생각했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수원FC의 창끝 역시 점점 예리해져 갔다. 막공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업팀의 한계라는 의구심 역시 점점 사라졌고, 오히려 승격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조덕제의 고집, 수원FC의 승격을 이끌다

그리고 2015시즌, 마침내 수원FC가 K리그를 흔들기 시작했다. 거센 공격을 앞세워 상대들을 연거푸 제압했다. 시즌 중반 부침도 겪었지만, 새벽훈련의 부활로 선수들의 정신을 다잡았다. 여름에는 스페인 출신의 미드필더 시시와 김재웅을 영입해 전력도 끌어 올렸다.

시간이 갈수록 수원FC는 무서운 팀이 됐다. 특정 선수의 맹활약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가세한 막공이 그 중심에 섰다. 덕분에 수원FC는 선두권 경쟁을 벌이던 서울이랜드를 3-1, 4-1로 연파했다. 상주마저 5-2로 꺾었다. 결국 수원FC는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다. 2~4위에게 주어지는 챌린지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지든 이기든, 상대가 누구든 우리 스타일을 요구했어요. 물론 반기를 든 선수들도 있었죠. 하지만 나는 끝까지 그렇게 했어요. 결국 시즌 후반 상주전에서는 상대가 수비수 5명에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둘 정도가 됐죠. 만약 우리가 움츠렸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조덕제만의 고집이 이렇게 큰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그의 고집은 승격이 걸린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비겨도 되거나 혹은 지키기만 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실리를 추구할 만도 했지만, 고집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서울E와의 챌린지 준PO에서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기면서 챌린지 PO 진출권을 따냈다. 대구마저 꺾고 오른 승강 PO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만큼 2차전에서는 비겨도 승격할 수 있었지만, 수원FC는 그래도 공격적인 전술을 꺼내 끝내 2-0으로 승리했다.

수원FC가 승격을 확정짓는 순간, 그 중심에는 역시나 막공, 그리고 조덕제 감독이 있었다.

- [인터뷰②] 공격축구와 조덕제의 연결고리, 선수시절의 ‘본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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