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조형래 기자]
[단독인터뷰 上] 'SF행' 이학주 "내 시즌은 딱 두 달… 미친듯 해볼것"에서 계속

▶"정호형의 부상 장면, 난 정말 못 보겠더라"

지난 9월, 잘나가던 강정호는 크리스 코글란의 태클 한방으로 그대로 시즌을 마감해야했다. 더블 플레이 도중 나온 이 사고에 한국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지나치게 높은 태클에 정강이에 그대로 명중하며 강정호는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같은 유격수 포지션이기에, 그리고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이학주는 안다. "정말 부상이 안타까웠다. 솔직히 영상을 대충보긴 했는데 자세히는 못 돌려보겠더라. 끔찍했다"고 말한 이학주에는 사실 그 누구보다 강정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이다.

ⓒAFPBBNews = News1
이학주 역시 2013시즌 4할이 넘는 타율을 때려내며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승격을 눈앞에 뒀던 4월, 마이너리그 경기 도중 트래비스 이시카와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십자인대파열. 이학주는 이 부상으로 2년 가까이 고생했다.

"솔직히 그날의 정확한 날짜, 장면, 선수들의 표정, 제 감정 모든 것들을 기억해요. 지울 수가 없죠. 모두 떠올라요. 전 솔직히 정호형의 부상 장면을 보면서 코글란을 엄청 욕했어요. 제가 흥분되고 열이 받더라고요. 그 누구보다 정호형의 심정을 잘 알아요. 정말 다시는 생각하기 싫어요. 최근 MLB에서 태클에 대한 규정을 바꾼다는 얘기가 있는데 적극 찬성이에요. 정말 이후 경기를 하다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 예민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학주는 이 부상으로 인해 약 2년가량 고생하다 최근에서야 몸상태가 제대로 돌아왔다고 했다. 경기에 뛰어도 분명 예전 같지 않다 오랜 재활과 경기를 나서다보니 이제야 정상적인 몸상태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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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쳐도 내려 보냈던 탬파베이에 대한 아쉬움

이학주에게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은 얘기 하면 가슴만 아프다. 2013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 당시 만해도 '탬파베이'라는 팀조차 몰랐다는 이학주는 그곳에서 메이저리그 승격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부상을 당했고, 재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때도 자신을 홀대한 것에 앙금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항상 겨울에 정말 운동만해서 최상의 몸상태로 들어가요. 그리고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죠. 실제로 2015시즌에는 스프링캠프에서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홈런 때린 다음날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홈런을 쳤는데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 싶고 마이너리그 7년차인데 더 배우라니요.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스프링캠프에서 조금만 더 기회를 달라는건데…. 이게 7년째 반복되다보니 저 역시 탬파베이에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시즌을 시작하면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추신수, 가장 존경해

이학주는 "추신수형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와는 다르게 추신수는 이학주와 같은 코스인 '고등학교 졸업 후 마이너리그 장기간 경험'이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신수형은 이상하게 어려워요. 정호형은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아도 신수형은 사실 8살이나 차이가 나니까요. 사실 나이차보다 신수형을 매우 존경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도 있어요.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혼자 이겨내시고 끝내 최고의 선수가 된 모습은 존경 그 자체죠."

이학주는 추신수의 가정집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추신수가 늘 "밥 먹으러 오라"고 연락을 하며 자신을 챙겨줬기 때문. 이학주는 "혼자 밥을 얻어먹으러 간적이 있었다. 정말 형수님게서는 요리 실력이 대단하시더라. 진수성찬이었다"면서 "밥을 다 먹고 신수형이 창고를 여시면서 '갖고 싶은거 다 가져'라고 하시더라. 그 창고는 정말 야구 용품점처럼 수많은 야구 용품들이 가득했다. 힘든 후배를 위해 배려하신 거다. 창고 한 편에는 형수님께서 신수형의 예전 글러브나 배트를 모두 모아두시고 메모를 해두셨더라. 하나하나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걸 보고 '저게 메이저리거의 아내구나'하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호수비로 ESPN 매일 나오고 싶어… 제 시대 만들 것

이학주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일본 스카우트들은 곧바로 이학주를 찾았다. 일본 스카우트들이 이학주에게 보고 싶어하는 부분은 간단했다. '공격'. 수비는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나 LA 다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마찬가지였다. 이학주에게 주문하는 것은 그냥 예전모습을 찾고 공격에서 분발을 요구하는 것뿐이었다. 역설적으로 이학주의 수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원래 이학주는 미국 진출 초창기부터 '메이저리급 수비'로 인정받았고 일각에서는 '골드글러브급 수비'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학주의 수비영상은 넓은 범위와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로 점철돼 있는 아름다운 유격수 수비의 표본과도 같다.

이학주는 "미국 ESPN에서 호수비를 편집해서 매일 밤에 틀어주는데 거기서 매일같이 나오고 싶다. 여전히 제가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줘야죠. 힘겹게 선택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다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도전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이학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AT&T 파크의 티켓을 사는 한인 동포들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 마치 류현진을 보기 위해 다저스타디움을 찾는 로스앤젤레스의 교포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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