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현수(27)의 메이저리그 입성이 90%이상 확정된 모양새다. 남은 건 공식발표뿐이다. 김현수가 강정호, 박병호와 차이가 있는 것은 KBO리그 출신의 첫 좌타자-외야수로서 메이저리그를 향한다는 점이다. 특히 좌타자라는 점은 생각 외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미 김현수의 볼티모어 오리올스행 얘기가 들리자 나오는 얘기 중 가장 불편한 것은 ‘플래툰(우투수일 때 좌타자, 좌투수일 때 우타자가 나오는 시스템)’이다. 대체 그 누가 플래툰을 주장하는가. 플래툰을 주장하는 이는 모르긴 몰라도 김현수에 대해 간과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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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타자 중에 좌투수에게 더 강한 선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 2015 내셔널리그 MVP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조차 통산 우투수를 상대로 3할1리의 타율에 OPS는 9할을 뛰어넘지만(0.954), 좌투수를 상대로는 2할5푼9리에, OPS는 7할8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타율에서는 4푼, OPS에서는 1할7푼가량 차이가 났다.

추신수 역시 통산 우타자를 상대로는 타율이 딱 3할이지만 좌투수를 상대로는 타율이 2할4푼1리까지 떨어진다.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좌상바(좌완상대바보)다(우투수 상대 통산 타율 0.283 출루율 0.373 장타율 0.567,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 0.219 출루율 0.296 장타율 0.419)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모든 좌타자가 좌투수에게 약할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도리어 좌투수에게 더 강한 좌타자는 존재한다. 단순히 한 시즌이 아닌 통산 성적을 놓고 봐도 이런 타자는 존재한다. 대표적인 왼손타자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의 성적을 보자.

A:타율 0.308 출루율 0.353 장타율 0.401
B: 타율 0.328 출루율 0.365 장타율 0.418

언뜻보면 `B'를 이치로의 우타수 상대 성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틀렸다. B는 이치로의 좌투수 상대 성적이다. 메이저리그 15년 동안 쌓은 성적이니 표본은 충분하다. 이치로는 좌투수에게 더 강한 좌타자다.

좌투수에 더 강한 좌타자 이치로. ⓒAFPBBNews = News1
이치로로 만족하지 못하는가? 그럼 KBO리그에서 김현수에 비견될만한 선수 중 하나인 나성범(NC)은 데뷔 후 3년간 통산 성적에서 우투수를 상대로 한 타율(0.325)보다 좌투수를 상대로 한 타율(0.332)이 더 좋았다. 예외의 경우지만 충분히 좌투수를 상대로 잘치는 좌타자는 존재하는 법이다.

▶‘진정한 좌투수 킬러’ 김현수

‘김현수는 좌타자다. 고로 좌투수에게 약할 것이다’는 논법은 통하지 않는다. 김현수는 그야말로 진정한 좌투수 상대 킬러였다.

김현수의 최근 2년간(2014~2015) 좌·우 투수 상대 성적

vs우투수 : 타율 0.311 출루율 0.410 장타율 0.524
vs좌투수 : 타율 0.353 출루율 0.438 장타율 0.502

물론 지난 2년간의 성적밖에 찾을 수 없는 현실(스탯티즈는 2014년부터 상황별 기록 제공) 속에 얻어낸 적은 표본이지만 김현수는 지난 2년간 우투수보다 좌투수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높은 타율(4푼2리 차이)을 보였다

이게 다가 아니다 김현수는 역시 지난 2년간 좌투수를 상대로 2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세 번째로 높은 OPS(0.932)를 기록한 좌타자다(1위 테임즈 1.249, 2위 최형우 0.975). 타율 역시 테임즈(0.387)에 이어 2위다. 테임즈는 지난 2년간 ‘전설적’인 성적을 거뒀음을 감안해야한다.

기억하는가.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김경문 감독은 일본전에서 좌투수 이와세를 상대로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웠다. ‘김현수의 컨택’에 대한 믿음이었고 김현수는 정말로 적시타를 때려내며 상식을 깬 대타 기용에 응답했다. 그만큼 김현수는 좌투수를 상대로도 예전에도 잘 때려냈고 현재도 그 능력은 변함이 없음이 기록을 통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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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 김현수는 KBO리그에서 데뷔 후 2007년부터 볼넷 1위(597개, 2위 박한이 536개), 통산 출루율이 4할을 넘는다는 점(0.406)에서 지난해 볼티모어 좌익수의 심각한 타격 빈곤(타율 0.224 출루율 0.295 장타율 0.373)을 해결해줄 수 있는 재목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좌투수와 한국 좌투수의 실력차이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늘 좌투수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김현수가 단순히 좌타자라는 이유로 플래툰과 같은 선입견을 받는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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