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꾸준하다. 현지 언론도 복수의 구단이 김현수(27)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고 김현수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물론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무관심’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왜 빅리그는 김현수를 원하는 것일까.

최근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등이 김현수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김현수 측도 현재 열리고 있는 윈터미팅에 참가해 지속적으로 김현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김현수의 메이저리그행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의 최대장점은 역시 ‘FA’라는 점이다. 손아섭, 황재균이 그랬듯 포스팅 금액을 추가로 줄 필요가 없다. 이 장점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 하지만 정말로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잘하는’ 정도를 넘어선 김현수… 최대장점은 ‘선구안’

김현수는 참 잘한다. 하지만 잘한다는 말은 주관적이다. 객관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꾸준히 선수를 관찰한다. 한해 성적이 번쩍했다고 해서 데려갈 정도로 멍청한 구단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미국행 직전의 성적이다.

2015 김현수 : WAR 7.03(4위) wRC+ 164.6(3위) BB/K 1.60(1위)

기본 스탯으로 분류되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도 물론 뛰어나다. 하지만 이것으로 김현수의 가치는 설명되지 않는다. 가장 투수친화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등 불공평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의 김현수는 일단 타자 전체에서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 Wins Above Replacement) 4위였다. 그의 위에는 MVP 테임즈(NC), 이미 메이저리그행을 확정지은 박병호(미네소타), 골든글로브 2루수 나바로(삼성) 뿐이다. 외야수 중에서는 전체 1위다. wRC+(Weighted Runs Created+·구장 특성과 리그 수준 등의 변수까지 고려해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계산한 것)에서는 역시 테임즈, 박병호밖에 자신의 위에 두지 않았다.

가장 놀라운 성적은 BB/K(볼넷 삼진 비율)다. 무려 1.60을 기록했는데 이는 극도로 삼진을 당하지 않고 볼넷을 얻어내는 2위 이용규(한화, 1.51)보다 0.09 높은 수치며 3위 나바로(1.29)와의 격차는 무려 0.31에 해당한다. BB/K 1.60은 최근 8년간(2008~2015) 4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1위는 2008년의 자신(2.00)이었다.

BB/K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선구안’이다. 흔히들 김현수를 ‘타격 기계’라고 해서 때려내는(컨택)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김현수의 최고 장점은 선구안이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고 삼진을 적게 당하는 것만큼 선구안을 말하는 기록은 없다. 김현수는 2015년 ‘선구안 왕’이었다. 바로 메이저리그도 이 부분에 상당한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왼쪽)와 양준혁. 스포츠코리아 제공
▶양준혁 잇는 '선구안의 신'이었던 김현수

김현수가 믿음이 가는 것은 이 선구안은 물론 요즘 가장 각광받는 공격 기록인 wRC+(득점생산력)에서 자신이 데뷔한 이래 최고를 내달렸다는 점이다.

김현수는 프로에 데뷔한 2007년부터(2006년 1타석 출전) 2015년까지 지난 9년간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낸 타자다(597개, 2위 박한이 536개).

그리고 가장 뛰어난 득점생산력을 가진 외야수였다. 지난 9년간 800타석이상을 나선 55명의 외야수 중 wRC+ 전체 1위(144.6, 2위 최형우 143.8)였다. 외야수가 아닌 전체 야수로 한정지어도 7위(1위 테임즈 197.2)에 해당하는데 1루수 4명(테임즈, 박병호, 이대호, 김태균)에 3루수 2명(김동주, 박석민)뿐임을 생각하면 외야수로서는 자신의 입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알 수 있다.

볼넷 삼진 비율인 K/BB는 지난 9년간 전체 8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외야수에서도 3위 수준(이용규, 김재현)이다. 하지만 자세히 훑어보면 8위의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일단 전체 1위는 양준혁(전 삼성)이다. 사실 양준혁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구안을 지닌 선수였다는 점(안타, 볼넷 1위)을 감안하면 제 아무리 김현수라도 넘지 못하는 것은 인정해야한다.

그러나 그 뒤를 있는 이용규(2위), 김재현(4위), 장성호(5위) 등은 모두 스타일 혹은 노쇠화를 이유로 한 시즌당 10홈런을 기록하기 힘들어했다. 나바로(6위)는 고작 2시즌 넘게 뛴 선수임을 감안하면 오직 김동주(7위)만이 파워까지 갖춘 선수였다. 즉 파워와 선구안을 골고루 갖춘 선수로서 김현수는 데뷔 이후 독보적 행보를 걸어왔다.

▶선수끼리는 안다… 선구안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 모든 기록이 타자에게 가장 힘든 잠실구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김현수의 능력은 선수들이 인정한다. 단순히 한국에서만이 아니다. 지난 프리미어12 때도 일본의 에이스투수 오타니 료헤이는 가장 신경 쓰인 타자로 일본시리즈 MVP 이대호도, 메이저리거 박병호도 아닌 김현수를 뽑았다. 타짜는 타짜를 알아보는 법이다.

야구에서 ‘발과 눈’은 노쇠화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빠른 선수는 여전히 빠르고 수비는 무너지고, 파워는 떨어져도 출루능력만큼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현수는 수비나 주루에서 높은 점수는 아니라도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면 선구안에서 인정을 받고 고유의 컨택능력까지 갖췄으니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구애할만하다.

일단 미국 FA 외야수 시장은 준척급이 많다. 거물급인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알렉스 고든, 저스틴 업튼, 제이슨 헤이워드부터 준척급인 라자이 데이비스, 데이빗 데헤수스, 도모니 브라운, 덱스터 파울러, 오스틴 잭슨, 말론 버드, 크리스 데노피아 등 상당히 많다.

그러나 김현수에겐 시간이 있다. 그리고 내년이면 만 28세 시즌이라는 나이의 장점도 갖추고 있다. 28세면 전성기가 펼쳐질 시기. FA인 김현수는 준척급까지 어느 정도 정리되는 1월 중순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도 있다. 분명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고 중요한건 연봉 2~300만달러정도가 제시됐을 때 김현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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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출처 : 스탯티즈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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