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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전임 대표팀 감독들이 늘 유럽파를 소집할 때 골머리를 앓은 부분은 바로 ‘출전시간’이었다.

사실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유럽리그에서 활약 중인 유럽파 선수들은 늘 주전경쟁에 자유롭지 못하다. 유럽진출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솔직히 과반수 이상은 주전경쟁에서 밀려 낙오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때마다 대표팀의 핵심이 되어 줘야할 해외파 선수들은 출전시간이 부족해 경기감각에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국내에서는 ‘꾸준히 출전 중인 국내파’냐 ‘경기에 못 뛰더라도 유럽까지 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해외파’냐를 두고 여론이 맞섰다. 솔직히 말하면 최강희 감독 시절에는 전자를 우선시했고, 홍명보 감독 시절에는 후자가 우선시됐다.

  • 슈틸리케 감독(왼쪽)과 최근 출전시간 확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청용. 스포츠코리아 제공
▶‘출전시간 우선’ 강조는 A대표팀 감독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어떤 선수를 뽑든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그럼에도 선수 선발로 문제가 됐던 이유는 항상 대표팀 감독들이 ‘최대한 경기에 많이 뛴 선수를 뽑겠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전임 감독들도 이 말에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이 말은 마치 의사가 되기전 선서해야할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A대표팀 감독들이 늘 되풀이했던 말이다. 현재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동국이 몇 분의 출전시간을 부여받았나."- 3월 17일 A대표팀 명단 발표에서 이동국을 뽑지 않는 이유를 묻자
"박주영이 골을 넣었지만 30분밖에 뛰지 않았다. 30분만 뛰고 대표선수로 발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5월 16일 박주영의 시즌 첫 필드골 이후

이외에도 수없이 슈틸리케 감독은 출전시간을 최우선으로 해 대표팀 선발 원칙에 가중치를 두겠다는 뜻을 언론을 통해 밝히며 선수들을 자극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1월 A매치에서 부상 후 출전시간이 없던 손흥민과 이청용을 소집했고 이 같은 일은 11월 A매치 한번이 다가 아니었다. 분명 슈틸리케 감독의 지난 1년간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언행불일치의 모습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슈틸리케, 부임 1년이 지나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깨다

그러나 이제 슈틸리케 감독은 이 같은 `철칙'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A대표팀 감독이면 출전시간을 우선시해야 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이제 슈틸리케에게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5 송년 기자단 간담회-걱정말아요 한국축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이청용의 사례를 보듯 해외파 선수 중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를 계속 발탁할 것인지 혹은 출전 기회가 많은 국내파 선수를 뽑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슈틸리케 감독은 고심을 하다 작정한 듯 말했다.

  • 8일 열린 기자 간담회 전경.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때그때마다 지도자가 판단을 내려야한다. 중요한 것은 유럽리그에서 뛰는데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국내에서는 매 경기 나오는 선수가 있는데 못 뛰는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한다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매 경기 뛰더라도 지도자가 보기에 대표팀을 위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출전을 못하더라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다.”

솔직히 시원했다. ‘그래도 출전시간이 많은 선수를 뽑겠다’고 말해놓고 정작 대표팀 발표 때는 출전시간이 적은 해외파를 뽑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기를 기다려왔다는 것이 시원했던 이유다.

안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들이 왜 그토록 출전시간을 강조했는지. 이는 선수들을 향한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 뛸 수 있는 팀을 찾고 그곳에서 살아남아 경기에 나와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대표팀 감독이 클럽팀 감독에게 출전시간을 얘기할 수 없다.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표팀 감독들은 이 같은 원칙을 강조해 최대한 선수가 경기감각을 유지한채 대표팀에 오게 해야만 했다.

하지만 당신이 대표팀 감독이라면 솔직히 손흥민, 기성용이 주전경쟁에서 밀려 한 경기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손흥민, 기성용을 제외할 수 있을까. 즉 ‘출전시간 강조’는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지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선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메시지에 지나지 않았던 ‘출전시간 강조’, 슈틸리케의 속내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야 속내를 털어놨다. ‘출전 시간이 적더라도 팀에 필요한 선수는 안고 간다’는 속내를 밝힌 것. 물론 이 말을 선수들이 들으면 크게 동기부여가 될 것은 없다. 소위 핵심 해외파 선수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안정 받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고, 혹은 국내파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핵심선수를 보호하면서도 꾸준히 23인 명단 중 최소 5자리 이상은 늘 경쟁 체제로 가져가 여전히 모두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있음을 지난 1년간 보여줬다.

  • 스포츠코리아 제공
또한 핵심선수도 언제나 대표팀에 제외될 수 있음을 슈틸리케는 보여줬다. 단적으로 지난 아시안컵 때만해도 대표팀에서 에이스의 번호인 백넘버 10번을 달았던 남태희가 아시안컵 이후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기도 했고 뽑더라도 출전시간을 주지 않고 이재성, 권창훈 같은 신예를 기용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에 남태희는 지난 11월 미얀마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뽑은 부임 후 ‘베스트 골 1위’에 해당하는 득점으로 경쟁체재에 자신의 존재를 강조했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은 핵심선수는 보호하되 꾸준한 경쟁체제를 가져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에 부임 14개월이 된 지금에서야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와서 ‘출전시간이 적어도 해외파 선수를 뽑을 수 있음’을 밝히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자신감의 표출인 것.

어쨌든 이제야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장들이 으레 해왔던 ‘출전시간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던 모습이 사라져 시원하다. 솔직한 감독의 속내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이 말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분명 책임감을 더 안게 됐기에 더 나은 대표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에 또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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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12/09 1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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