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김연경 선수의 에이전트인 인스포코리아의 임근혁 과장이 전하는 소식입니다.

2015년 4월 1일부로 국제배구연맹(Federation Internationale de Volleyball)은 공인된 에이전트(FIVB Licensed Agent)를 통해 투명한 국제 이적이 수행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에이전트 제도를 발효시켰다. 그간 몇 차례의 공식 시험이 있었고, 국제 이적을 중개할 자격을 가진 세계 각지의 에이전트들이 FIVB에 등록됐다. 현재(2015.11.27.기준)까지 FIVB 홈페이지 법률 섹터에 공시된 명단을 통해 보면 전 세계에 단 7명만이 공인 에이전트로 등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부터 임근혁 과장, 윤기영 대표이사,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았었던 귀네슈 감독
필자는 지난 봄 서류와 인터뷰 접수를 거쳐 8월 말에 예정된 시험을 택해 이를 치렀다. 시험 범위는 정해져 있었지만, 최초로 치러진 시험인 만큼 사전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 준비하는데 많은 부담이 있었다. 회사((주)인스포코리아)에 함께 근무하는 해외파 홍성균 과장의 도움으로 영어 규정들을 정확히 이해하며 자신감이 생겼고, 크게 어렵지 않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시험 문제는 영어로 된 객관식 형태였다.

한참을 기다려 합격 소식을 들었고 얼마 전 스위스 로잔으로부터 도착한 에이전트 자격증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FIVB 홈페이지에 게시된 필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격증에 적힌 FIVB 라이센스 넘버(License N° 150005)는 5번이며, 필자를 제외한 다른 6명은 외국인이므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국제배구연맹의 공인 에이전트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과거 터키에서 2년여에 걸친 이적 분쟁 과정 동안 페네르바체 구단의 김연경과 동고동락을 하던 시절이 오버랩 되면서 마음 한구석이 찡해짐을 느꼈다. 김연경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문제로 카타르 도하에서 FIVB 부회장과 만났을 때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스포코리아 임근혁 과장의 배구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왼쪽)과 FIVB홈페이지에 등록된 7명의 배구 공인 에이전트 목록
국내이적의 경우 아직 에이전트가 활약할 수 없는 한국배구

대한배구협회(KVA) 또한 지난 9월 '에이전트 관리 규정'을 제정했다. FIVB의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따른 당연한 절차이며, 필자도 대한배구협회에 에이전트 등록 신청을 마쳤다. 본격적인 배구 에이전트 활동을 위한 준비는 마쳤지만 국내 프로배구 현장에서 일할 기회는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FIVB와 대한배구협회의 에이전트 제도는 국제 이적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선수 이적과 계약에 대한 에이전트의 역할을 규정된 바가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관하는 V리그는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아직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내 4대 프로스포츠에 선수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자 법률 및 제반규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구체적인 자격 조건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연경과 동고동락한 배구 에이전트 생활, 아직 명암 많아

필자는 축구 에이전트를 꿈꾸며 스포츠 업계에 입문했지만 배구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감히 세계 최고의 배구 선수라고 소개할 수 있는 김연경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면서 국제 이적 업무를 진행하게 됐고,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회사 구성원들이 밤을 세워가며 FIVB의 모든 조항과 관련 내용을 공부했고, 그 고생이 오히려 좋은 자산이 되었다.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 선수, 에이전트와 구단 간의 협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첨예한 대립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그를 통해 에이전트 산업의 발전은 물론 선수의 가치 향상과 더 나아가 프로 스포츠의 질적, 양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초'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선수와 구단을 위한 작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한다. 인스포코리아 대표이사 kyyoon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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