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테임즈(29·NC)가 역대 최강의 외국인 선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테임즈는 지난 24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KBO 시상식에서 유효표 99표 가운데 총 50표를 받아 박병호(44표)를 제치고 MVP를 차지했다.

테임즈가 박병호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2015시즌 최고의 별로 거듭났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타율(0.381), 득점(130점), 출루율(0.497), 장타율(0.790)에서 4관왕에 등극한 테임즈는 타점 2위(140타점), 홈런 3위(47개), 도루 5위(40개) 등 타격 주요 8개 타이틀에서 모두 5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고, KBO리그 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한 시즌 사이클링히트 2회 역시 오직 그만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다.

박병호라는 쟁쟁한 경쟁자가 홈런(53개)과 타점(146점) 2관왕에 올랐고, 특히 홈런에서는 지난해 본인의 기록(52개), 타점에서는 2003년 이승엽의 한 시즌 역대 최다 타점(144점)을 갈아치웠지만 테임즈의 임팩트를 넘어서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테임즈 이전의 외국인 선수 MVP

외국인 선수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것은 지난 1998년 우즈(OB), 2007년 리오스(두산)에 이어 역대 3번째다. 그동안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지 않은 이상 외국인 선수들이 토종 선수를 투표에서 밀어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테임즈의 이번 MVP 등극도 더욱 깊은 의미를 남겼다.

그렇다면 우즈와 리오스는 어떤 맹활약을 통해 MVP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일까.

먼저 우즈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밟은 1998년 타율 3할5푼 42홈런 103타점 77득점을 기록하며 이승엽(타율 0.306 38홈런 102타점 100득점)과의 경쟁에서 미소를 지었다. 당시 시즌 최다홈런을 수립했다는 상징성과 함께 홈런-타점 2관왕에 오른 것이 MVP 수상의 결정적 힘이 됐다. 투표에서는 실질적으로 이승엽이 아닌 김용수(18승6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3.45)와 2차 투표까지 가는 경합을 펼친 끝에 최초의 외국인 선수 MVP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우즈는 이후에도 한국에서 4시즌을 더 뛰면서 통산 타율 2할9푼4리 174홈런 510타점을 기록하는 굵직한 업적을 남겼으며, 2001년 두산을 가을 야구의 정상으로 이끈 뒤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테임즈 이전에 MVP를 차지했던 우즈(좌)와 리오스(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우즈가 최초의 외국인 MVP였다면 리오스는 최초의 외국인 ‘투수’ MVP를 수상했다. 2002년 KIA에서 한국 무대를 처음 경험한 그는 2005년 두산으로 팀을 옮긴 이후로도 계속해서 두 자릿수 승리 행진을 이어나갔고, 결국 2007년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의 성적으로 화룡점정을 찍으면서 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리오스는 총 6시즌 통산 성적에서도 90승59패 13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 역대 다승 2위인 니퍼트, 밴헤켄(이상 58승)과도 여전히 압도적인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에서 남긴 기록에도 얼룩이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장단기적인 임팩트를 모두 넘어설 외국인 투수가 나타나기는 앞으로도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MVP에 도전했던 사나이들

MVP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팬들 뇌리에 강렬함을 심어준 막강 외국인 선수들을 더 찾아볼 수 있다.

롯데에서 총 4시즌을 활약한 호세는 1999년 타율 3할2푼7리 36홈런 122타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2001년에는 타율 3할3푼5리 36홈런 102타점으로 변함없이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이 시즌에는 127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등 5할3리의 엽기적인 출루율을 기록, 상대 투수들이 얼마나 그를 두려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악동 기질이 있었지만 화끈하고 터프한 성격으로 인해 롯데 팬들에게는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선수이기도 했다.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서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손꼽혔던 데이비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화에서 활약한 데이비스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테임즈가 `40-40 클럽'에 도달하기 전까지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평가받았다. 1999년 타율 3할2푼8리 30홈런 35도루를 기록하며 리그를 집어삼킨 가운데 총 7년 동안 통산 타율 3할1푼3리 167홈런 591타점 108도루 538득점의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오랜 시즌 장수한 덕에 그는 3,000타석 이상을 충족시키면서 역대 통산 타율 6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홈런 부문에서도 외국인 선수 가운데 우즈 다음으로 많다.

이 밖에 현대 왕조 건설에 힘을 보탠 브룸바, 올시즌 나바로와 테임즈 이전에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보유했던 로마이어, 마찬가지로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한 가르시아, 오랜 기간 꾸준한 활약을 보인 브리또 등도 골든글러브 수상을 경험하며 이름을 떨쳤던 선수들이다.

투수 쪽에서는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끈 로페즈, 두산에서 4년 동안 49승을 챙긴 랜들, 삼성과 넥센을 거치며 48승을 따낸 나이트 등이 강력한 단기 임팩트를 뿜어내거나 혹은 꾸준한 활약을 통해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현재 진행형 외국인 선수

테임즈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시즌까지 한국 무대를 계속해서 누빈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역대 손꼽히는 실력을 통해 사랑을 받은 이들이 많다.

비록 일본 세이부 진출을 앞두고 있어 차기 시즌 한국 무대 활약이 불투명하지만 넥센 밴헤켄의 경우 지난해 20승 투수 반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외국인 투수로서는 리오스, 로페즈에 이어 3번째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안았고, 니퍼트 역시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다소 부진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완벽 부활을 알리는 등 두산의 변함없는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명성을 떨쳤다.

해커는 해마다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선보인 가운데 올시즌 19승5패 평균자책점 3.13의 성적으로 지난해 밴헤켄에 이어 2년 연속 외국인 투수 골든 글러브를 노리고 있다.

타자 중에서는 삼성 나바로가 역대 단일시즌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을 쏘아 올리며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고, KIA의 효자 외국인 선수 필도 3년 연속 광주의 아들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선수 중에서는 롯데 린드블럼, 아두치, kt 마르테 한화 로저스 등이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선수들이다.

이들 중에서는 차기 시즌은 물론 이후로도 계속해서 한국 무대를 누비며 장수 외국인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도 있다. 일본 프로야구의 ‘머니 파워’와 메이저리그 재도전 등 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점차 뛰어난 기량을 가진 다수의 선수들이 한국의 야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으며,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단순한 ‘용병’이 아닌 ‘식구’라는 개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2016시즌 테임즈가 사상 최초로 외국인 선수 MVP 2연패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현재 진행형 외국인 선수들의 대반격, 새롭게 선을 보일 선수들의 활약에도 동시에 높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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