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13년 11월은 한국인 메이저리그사에 의미 깊은 달이었다. 추신수(33·당시 신시내티 레즈, 현 텍사스 레인저스)가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MVP득표에 성공하며(12위, 기존 추신수 2010년 14위), FA대박의 기운을 뿜어냈다.

그리고 류현진(28·LA 다저스)이 데뷔 시즌에 14승 평균자책점 3.00의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한 뒤 신인왕 투표에 무려 4위(1위 호세 페르난데스)에 올랐다. 류현진의 신인왕 투표 4위는 당연히 현재까지도 한국 메이저리거의 신인왕 투표 최다순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2년이 흐른 2015년.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바로 류현진의 이 ‘신인왕 4위’ 그 이상의 기록에 도전한다.

2013시즌 신인왕 4위 류현진(오른쪽)에 도전하는 2015시즌 강정호. ⓒAFPBBNews = News1
MLB는 11일(이하 한국시각) 2015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왕 후보에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와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강정호를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미국야구기자회(BBWAA) 회원투표로 선정되며 결과는 오는 17일 발표된다.

강정호의 도전은 허황된 것이 아니다. 이미 최종 후보 3위에 올라 류현진을 넘은 것이 보장된 상황에서 2위가 꽤 유력하기 때문이다.

▶신인왕은 이미 확정적…브라이언트의 만장일치 여부가 관심

아쉽지만 신인왕 등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수상이 확정적이기 때문. 맷 더피, 강정호에 비해 성적(타율 0.275 출루율 0.369 장타율 0.488 26홈런 87득점 99타점)이 뛰어나고 세부 기록의 대표인 f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 6.5로 더피(4.9), 강정호(3.9)를 넘어선다.

게다가 이미 데뷔전부터 미국 전역이 기대하던 초특급 유망주였다는 점(유망주 랭킹 1위), 인기팀 시카고 컵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는 점 등 모든 면에서 브라이언트가 신인왕을 받을 이유는 많다. 현재 관심의 초점은 브라이언트의 ‘만장일치 신인왕’ 등극이다.

만장일치가 문제인 시카고 컵스의 3루수 루키 크리스 브라이언트. ⓒAFPBBNews = News1
▶맷 더피와 2위 싸움… 만만치 않은 승부

결국 남은 후보인 더피와의 2위 싸움이 중점이다. 아쉬운 것은 강정호의 부상이다. 강정호가 9월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누적 성적에서도 충분히 겨뤄볼 만 했다. 하지만 더피는 누적성적에서 강정호를 앞선다. 하지만 강정호는 비율 기록에서 더피를 앞선다.

맷더피 : 149경기 타율 0.295 출루율 0.334 장타율 0.428 12홈런 77득점 77타점
강정호 : 126경기 타율 0.287 출루율 0.355 장타율 0.461 15홈런 60득점 58타점

일단 기본 기록이다. 타율에서 8리 정도 앞서는 것을 제외하고 강정호가 출루율과 장타율에서 그야말로 더피를 압도했다(출루율 2푼1리차이, 장타율 3푼3리차이). 홈런 숫자도 강정호가 앞섰지만 아무래도 경기수가 23경기나 부족하다보니 득점과 타점에서 약 20개 차이로 꽤 차이가 있다.

꾸준함에 점수를 준다면 더피에, 활약도면에서 점수를 준다면 강정호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맷더피 : wRC+ 116 fWAR 4.9 wRAA 8.8
강정호 : wRC+ 130 fWAR 3.9 wRAA 15.9

세이버매트릭스(세부기록)의 기록을 보자. 여기서도 강정호는 23경기나 덜 뛰었음에도 더피에 비해 상당히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일단 WAR에서는 분명 1이나 부족하다. 하지만 누적 성적이 중요한 WAR에서 뒤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공격에 대해 말하는 세부기록에서는 그야말로 더피를 압도하고 있다. wRC+(조정 득점생산력)에서 무려 130이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이냐 하면 450타석 이상 들어선 메이저리그 전체 176명의 타자 중 전체 29위로 상위 16%에 드는 활약이다.

한 타자가 평균적인 선수에 비해 어느 정도나 팀의 득점에 공헌했는지를 드러내는 wRAA에서도 15.9로 더피(8.8)와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실질적인 타격에서는 더피를 압도한 것이다. 단지 23경기를 적게 나와 누적 성적에서 부족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신인왕 투표 2위를 놓고 다투는 강정호(왼쪽)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3루수 맷 더피. ⓒAFPBBNews = News1
▶수비 가중치 무시할 수 없어… 아시아 선수 장점 있을지는 몰라

더피에 비해 강정호가 가장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점은 바로 유격수까지 번갈아 맡은 3루수라는 점이다. 더피는 올 시즌 134경기를 3루수, 2루수로 9경기, 유격수 3경기, 1루수 1경기로 나섰다. 다양하지만 사실상 풀타임 3루수였다.

반면 강정호는 3루수로 77경기, 유격수로 60경기를 나섰다. 선발 출전 횟수는 3루수 54경기, 유격수 49경기로 거의 비슷하다. 전 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힘든 수비지역인 유격수를 신인으로서 상당히 많이 봤다는 점은 3루수로만 뛴 것에 비해 당연히 크게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흔치 않은 ‘아시아 선수’라는 장점은 신인왕 후보 투표에 적용될까. 이는 미지수다. 노모 히데오(1995년 신인왕), 이치로 스즈키(2001 신인왕, MVP) 이후 미국 내에서는 아시아 선수를 ‘중고신인’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사실.

이에 진짜 신인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기에 한때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은 아시아 선수에게 신인왕 자격이 주어져야하느냐를 가지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반면 생소한 아시아 선수로서 새로운 리그로와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는 점을 높게 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 1,285만달러의 거액은 강정호의 활약상을 인정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미국 태생의 신인인 더피에 비해 한국에서 이미 9년간 프로경험을 한 강정호가 과연 아시아 선수라는 태생적 환경이 걸림돌이 될지, 장점이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신인왕 투표 결과는 17일 발표된다. 과연 17일에 류현진을 넘어선 강정호가 얼마너 더 높은 순위로 새로운 한국 메이저리거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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