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최근 정서에 반하는 얘기다. 불편한 주장일 것이다. 하지만 감성보다는 이성적인 얘기를 해야겠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잭 그레인키(31·LA다저스)는 옵트아웃 조항(계약기간 내에 FA시장에 나설 수 있는 권리)의 사용이 확실시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LA다저스는 그레인키를 잡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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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키의 2015 시즌 성적
32경기 222.2이닝(5위) 19승(3위) 3패 승률 0.864(1위) 평균자책점 1.66(1위) 200탈삼진 ERA+ 225(1위) WHIP 0.844(1위)

메이저리그 전체 1위만 4개에,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평균자책점도 1위다. 게다가 제이크 아리에타와 함께 사이영상을 두고 초접전 중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14.2이닝 5실점(평균자책점 3.07) 호투까지 했다. 그레인키의 올 시즌은 완벽했다. 그런데 왜 대체 그레인키를 잡지 말라는 건가?

이유는 간단하다. FA는 지금까지 잘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잘할 선수에게 투자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레인키는 앞으로도 잘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그러나 문제는 계약을 올해로 중단하면 다저스 역대 최고의 계약 중 하나로 남지만 연장을 하면 내리막에 접어든 그레인키를 지켜볼 확률이 더 높다. 아울러 그의 나이도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쓴 3년 7,000만달러, 최고의 계약이었다

다저스와 그레인키의 동거는 2013시즌부터 시작됐다. 당시 6년 1억4,700만달러의 계약을 맺은 다저스와 그레인키의 계약 내용은 현재까지도 투수 역대 8위의 초대형 계약이다(투수 1위 커쇼 7년 2억1,500만달러).

계약 조건에 따라 다저스는 그에게 2013년 1,900만달러, 2014년 2,600만달러, 올 시즌은 2,500만달러를 지급했다. 3년간 7,000만달러를 그레인키에 쓴 셈이고 이 계약은 최근 다저스 사상 최고의 계약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레인키는 2013시즌 승률 1위(0.789), 실버슬러거, 사이영상 투표 8위에 오르는 대활약을 했고 지난해에는 올스타, 사이영상 투표 7위, 골드글러브까지 따냈다. 올 시즌은 앞서 언급한 대로 사이영상급 활약을 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그레인키는 지난 3년간 fWAR(대체선수대비 이상의 승수) 13.7을 올렸고 이는 1억500만달러에 달하는 활약이다. 다저스는 3년간 투자금 7,000만달러이상을 뽑아낸 최고의 계약을 한 셈이다.

다저스로 오기전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의 그레인키. ⓒAFPBBNews = News1
▶두 번의 옵트아웃 사례, 그 이후가 재앙이었다

옵트아웃 역사에 잊어서는 안될 두 사례가 있다. 바로 2007시즌 이후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와 2011시즌 이후 C.C사바시아(뉴욕 양키스)가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2억5,200만달러 계약을 맺은 후 옵트아웃 연도(7시즌 종료 후)에 도달하자 3년 8,100만달러의 잔여 계약을 취소하고 10년 2억7,500만 달러의 새로운 계약을 받아냈다.

만약 양키스가 2007시즌까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썼다면(2001~2007 56.1WAR 연평균 8WAR) 이 계약은 역사상 최고의 장기계약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맺은 10년의 계약은 역사상 최악의 계약(2008~2015 23WAR 연평균 2.87WAR)으로 기억되고 있다. 180도 다른 활약은 물론 약물 스캔들로 실추된 명예에 2014년은 아예 한경기도 나오지 못하기도 했기 때문. 심지어 이 계약은 아직도 2년이 더 남아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계약

2001년 계약 당시 10년 2억5,200만달러
2001~2007 56.1WAR 연평균 8WAR
(실수령액 7년 1억 5,830만달러 연평균 2,260만달러)

2007시즌 후 옵트아웃 선언
2008년 계약 당시 10년 2억 7,500만달러
2008~2015 23WAR 연평균 2.87WAR
잔여계약 2년 4,200만달러

사바시아 역시 마찬가지. 2009년 7년 1억6,100만달러 계약을 맺고 옵트아웃 연도(3시즌 종료 후)에 도달하자 FA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5년 1억2,200만달러의 새로운 계약을 안긴 것이 양키스다. 만약 사바시아를 3시즌만 쓰고(2009~2011 17.4WAR 연평균 5.8WAR) 이별했다면 내년 시즌까지 남은 새로운 계약이 고통(2012~2015 8.6WAR 연평균 2.15WAR)으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사바시아의 계약

2009년 계약 당시 7년 1억6,100만달러
2009~2011 17.4WAR 연평균 5.8WAR
(실수령액 3년 6,370만달러 연평균 2,125만달러)

2011시즌 후 옵트아웃 선언
2012년 계약 당시 5년 1억2,200만달러
2012~2015 8.6WAR 연평균 2.15WAR
잔여계약 1년 2,500만달러 + 2016년 상호 옵션 2,500만달러 바이아웃 500만달러

옵트아웃 최악의 사례로 남은 사바시아(왼쪽)와 로드리게스. ⓒAFPBBNews = News1
▶‘마의 32세’ 결국 나이, 그래도 나이

결국 나이의 문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첫 계약 때 25세의 창창한 나이였지만 옵트아웃 후 계약 때는 32세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사바시아도 첫 계약 때는 28세 시즌, 옵트아웃 후 계약 때는 32세 시즌을 앞에 뒀다.

공교롭게도 잭 그레인키도 두 선수와 모두 같은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 10월 21일이 생일인 그레인키는 내년 시즌이면 32세 시즌이다.

옵트아웃을 선언한다는 의미는 최소한 자신의 남은 잔여계약보다는 더 나은 대우를 받겠다는 의지다. 그레인키의 잔여계약은 3년 7,600만달러. 그레인키의 네임밸류 등을 따지면 그레인키는 최소한 5년 이상에 1억 달러 계약을 바랄 것이라는게 현지 분위기다. 상황에 따라선 자신의 기존 계약이었던 6년 1억4,700만 달러만큼의 계약을 바랄지도 모른다.

결국 다저스가 재계약을 택한다면 기존 계약을 한 번 더 감수해야한다. 문제는 그레인키가 3년전 29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이면 그레인키도 32세 시즌을 시작하는데 로드리게스, 사바시아의 사례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선수들은 30대 중반부터는 예전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황금의 데뷔 후 10년’을 보낸 알버트 푸홀스가, 시대를 지배한 체인지업의 소유자 요한 산타나가, 3할-20-20을 두 번이나 했던 추신수가. MVP-사이영상을 동시에 거머쥔 저스틴 벌랜더 모두 32세 시즌을 기점으로 퇴화했다.

내년이면 그레인키도 32세 시즌이다. 그레인키라고 예외일까? 지금까지 잘해왔다. 그럼 거기서 그만두자. 행여나 욕심을 냈다가 양키스 꼴이 날 것이 뻔하다. 그레인키가 옵트아웃을 선언하는 것은 다저스에게 재앙이 아닌 축복일지도 모른다.

약물시대가 끝난 후 노쇠화는 더 격렬하게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고 그레인키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사실 그레인키는 데뷔시절 평균 94.4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던 선수였다. 하지만 현재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8마일(8년새 2.6마일 감속)까지 떨어졌다.

그레인키도 사람이다. 그리고 FA는 지금까지 해온 것이 아닌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해야한다는 격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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