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외환 챔피언십 출전…"나를 만들어준 대회로 감회 남달라"

안시현(31·골든블루)을 온라인 개방형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면 프로필에 '별명 - 신데렐라'라고 나온다.

안시현이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해서였다.

당시 19살 신예였던 안시현은 LPGA 투어 회원이 아니었지만, 국내 상위 랭커 자격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 내로라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예쁜 외모까지 겸비한 안시현의 혜성과도 같은 등장에 팬들은 환호했고 그는 TV 연예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LPGA 투어에 진출, 그해 신인상을 받으며 미국 무대에도 화려하게 데뷔한 안시현은 2011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결혼과 출산 등으로 공백기를 가진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복귀했다.

15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KEB 하나외환 챔피언십은 안시현이 12년 전 우승했던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이 이어져 내려온 대회다.

안시현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국내 무대로 복귀해서는 처음 출전하는 것이고 KLPGA 투어에서 활약하면서 국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 나가는 것은 2003년 우승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14일 대회장에서 만난 안시현은 "사실 올해 대회도 추천 선수로 나오게 됐다"며 "어떻게 보면 저를 만들어준 대회라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고 또 욕심도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하지만 그 이후로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샷 감각이 요즘 좋은 편이기 때문에 쇼트 게임만 잘 된다면 이번 주에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시현은 2003년 이 대회와 2004년 KLPGA 투어 MBC-X캔버스 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는 머리끝을 손으로 가리키며 "우승 욕심은 여기까지 차있다"고 웃으며 "작년에 국내 복귀하면서 사실 우승도 몇 차례 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왔는데 공백 기간을 무시하지 못하겠더라"고 아쉬워했다.

안시현은 "비시즌 기간에 훈련을 열심히 한 결과 올해 우승은 없지만 그래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게 됐다"고 자평하며 "다시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2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달라는 말에 그는 "그때는 어릴 때였고 사실 같이 치는 선수들만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배운다는 자세로 나갔던 것이 12년 전이라면 지금은 나도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배운다기보다는 도전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시현은 "골프 선수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잘 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며 "사실 이것만큼 좋은 직업도 없는 것 같더라"며 웃었다.

다만 4살이 된 딸(그레이스)과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어머니가 주로 아이를 봐주시는데 대회에 다니다 보면 집에도 자주 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 놀아주는 엄마"라고 안타까워했다.

안시현은 "사실 선수 입장에서 우승을 한 번 했다고 해서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올해 일단 남은 대회에서 우승을 한 번 하고 싶은 것이 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그에게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다.

안시현은 "12년 전에 처음 그 별명이 붙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나는 우승 전에도 잘 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금도 안시현은 마찬가지다. 국내 복귀 후 두 시즌 간 우승은 없지만 해마다 시즌 상금 1억원을 넘기며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만일 안시현이 또 우승하면 사람들은 '신데렐라가 돌아왔다'고 환호할 것이다. 안시현은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나쁘지는 않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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