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에서 뛰던 김정훈(33)이 부상과 은퇴, 재활을 거쳐 OK저축은행에 새 둥지를 틀고 힘찬 새 출발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에서 10년 가까이 뛰었던 김정훈은 지난해 10월 부상을 이유로 은퇴했다. 그는 2005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을 받은 기대주였지만,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2013-2014시즌 이후 코트에 서지 못했다.

2013-2014시즌에도 25경기 47세트 18득점(블로킹 4점, 서브에이스 2점)에 그치며 활약상은 미미했다.

그런 그를 OK저축은행이 눈여겨봤다.

OK저축은행은 선수층이 젊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유의 패기로 2014-2015시즌 리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팀의 무게를 잡아 줄 베테랑 선수가 없다는 것은 아쉬웠다. OK저축은행은 김정훈이 형님 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결국 김정훈은 지난 8월 9일 OK저축은행과 입단 계약을 했다. 그전까지 OK저축은행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한상길(28)과 강영준(28)이었다. 이제는 김정훈이 맏형이다.

팀을 옮기면서 김정훈은 몸과 마음의 준비도 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14일 "어깨 수술을 받았지만 거의 다 나았다. 계속 관리를 해야 하지만, 체력은 문제없다"며 "무엇보다 선수 스스로 뛰겠다는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김정훈의 포지션은 레프트였지만, OK저축은행에서는 센터로 뛴다. 높은 점프(서전트 높이 75㎝)와 풍부한 경험이 센터로서의 장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센터 김정훈은 OK저축은행에서 선발진은 아니고 후반에 교체 출전하고 있지만,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OK저축은행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처음으로 나선 경기는 지난 10일 '친정' 삼성화재전이었다. 그는 2·3·4세트에 교체 출전해 속공 2점, 서브에이스 1점 등 총 3득점을 올렸다.

13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는 3세트 23-23으로 맞선 상황에서 김요한의 오픈 공격을 막아내 24-23으로 앞서나가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이전까지 OK저축은행은 KB손해보험에 18-19로 밀리기 시작해 22-23까지 끌려가는 상황이었으나, 김정훈의 블로킹으로 분위기를 뒤집고 상승세를 만들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세트 스코어 3-0으로 KB손해보험을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김정훈이 중요한 원 포인트 블로킹 기회가 있을 때 활약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어제도 중요한 블로킹을 잡아줬다. 김세진 감독도 김정훈이 초반부터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정훈의 표정이 밝아졌다. 코트에서 결정적 블로킹을 잡고 환호하는 김정훈의 모습은 무표정한 얼굴로 웜업존에서 몸만 풀던 은퇴 전 그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김정훈이 재기의 아이콘으로 부상할지는 OK저축은행이 돌풍을 이어갈지와 맞물려 올 시즌 V리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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