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메이저리그 유격수 `No.1'이라는 말이 어색한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익숙해져야할지도 모르겠다.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진짜 메이저리그 유격수 전체 `No.1'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반화된 기록 중 `WAR(Wins Above Replacement)'이 있다. WAR은 야구 통계학인 세이버매트릭스가 만들어낸 수많은 세부 기록 중에서도 최고의 기록으로 손꼽힌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에서 '승리'만큼 더 중요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WAR 이전에는 구단은 선수를 샀고, 많은 홈런, 높은 타율, 낮은 평균자책점을 샀다. 하지만 세이버매트릭스의 등장 이후 구단은 '승리'를 사야한다는 개념이 확산됐다. 승리를 해야 포스트시즌을 가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리를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WAR이 높은 선수를 사는 것이다. 단순히 예를 들면 A라는 포지션에 WAR 3인 선수보다 4인 선수를 사면 팀은 1승을 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즌 막판 1승 차이로 포스트시즌을 가지 못한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매년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WAR이 0인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0승 162패를 하는 건 아니다. 야구의 특성상 기본 기량의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승률 3할(47~48승)이 나오기에 여기서부터 WAR 승수가 더해진다. 즉 WAR이 7인 MVP급 시즌을 보낸 선수는 47승의 팀을 54승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 WAR이 높은 선수가 많을수록 팀은 당연히 승리를 많이 하는 '강한 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WAR에는 투수와 야수 모두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포지션을 떠나 누가 팀에 승리를 많이 안겨주는가를 명백히 알 수 있기에 WAR이 그만큼 가치 있는 기록으로 각광받고 있다.

10일(이하 한국시각)까지 강정호의 팬그래프의 WAR은 4.0이다. 4.0은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을 남긴 총 152명의 타자 중 전체 24위에 해당하는 성적. 즉,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미 상위 25위권안에 넣을 수 있는 야수가 됐다.

25위라고 하면 다소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포지션으로 범위를 좁혀보자. 강정호는 10일까지 유격수로 71경기, 3루수로 57경기를 나섰다. 순수한 유격수 혹은 3루수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유격수로 한정하면 강정호는 정말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다.

10일 만루홈런을 통해 강정호의 WAR은 3.9에서 4.0으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강정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와 함께 유격수 중 유이한 WAR 4.0이 됐다. 크로포드와 함께 유격수 WAR 공동 1위에 오른 것.

한국 선수가 한 포지션에 WAR 1위에 오른 경우는 당연히 없었다. 추신수는 2010년 WAR 6.0을 기록, 우익수 전체 3위에 오른 바 있다(당시 1위 호세 바티스타 6.4).

유격수 WAR 전체 1위인 강정호를 만약 3루수로 분류한다면 어떨까. 3루수로 분류해도 강정호의 WAR은 전체 5위에 든다. 아메리칸리그 MVP가 유력한 조시 도날드슨이 압도적 1위(7.9)이며 이후 매니 마차도, 크리스 브라이언트, 놀란 아레나도 정도가 있다.

따라서 강정호는 WAR로만 봤을 때 유격수 1위, 3루수 5위에 해당할 정도로 포지션을 지배하는 선수가 됐다.

물론 WAR이 선수의 활약상을 모두 설명하진 않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장 완벽한 기록으로 평가받는 WAR에서 이처럼 고평가를 받는 강정호의 가치는 WAR 그 이상일지 모른다. 이제 `메이저리그 No.1'이라는 수식어가 한국 선수에게 붙는 것을 익숙하게 여겨야할 한국 팬들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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