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야구(KBO 리그), 축구(K리그)와 함께 3대 프로스포츠로 꼽혔던 프로농구(KBL). 그러나 3대 프로스포츠라는 화려한 영광은 이제 과거일 뿐이다. 과거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였던 농구의 명성은 점점 퇴색되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과 오해는 현장에서 고성을 오가게 하며 신뢰를 떨어뜨렸다. 여기에 올해 비시즌에는 현직 프로농구 감독의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연루 의혹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농구는 회생할 수 없는 길로 빠져들고 있었다.

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점점 등을 돌리고 있는 시점에서 KBL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한국 프로농구에 있어서 매 시즌 변화하는 규칙은 통과의례였다. 새 규칙에 적응을 할 만하면 시즌이 끝나면 다시 바꿔 혼란을 부추겼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도 마찬가지. 하지만 KBL이 시즌을 앞두고 바꾸는 규칙은 반드시 정착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긴 호흡을 가지고 리그를 다시 부흥으로 이끌게 할 수 있다.

▶단신 외인 등장, 테크니션이 곧 리그의 흥행?

지난 2014-2015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KBL은 전격적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대폭 개혁했다. 2015-2016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을 지난 2006-2007시즌 이후 부활시키기로 한 것. 그리고 특정 쿼터에는 2명의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있다는 것이 개혁의 골자였다.

현장의 반발은 심했고 농구팬들의 여론 역시 악화일로를 걸었다. 신장 제한을 통해 단신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국내 선수들의 자리를 모두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영기 총재는 '테크니션들의 활약이 곧 리그 흥행과 직결된다'는 마인드를 갖고 직접 나서서 해명을 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김 총재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개혁 드라이브를 확실하게 걸면서 의지를 관철시켰다.

결국 올시즌을 앞두고 193cm이하 외국인 선수 한 명과 장신 외국인 선수 한 명이 국내 프로구단의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또한 3라운드까지는 종전과 같이 외국인 선수 한 명씩을, 4라운드부터는 2,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8월 초에 열린 프로-아마 최강전. 프로팀들과의 맞대결에서만 외국인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관중석의 반응이 뜨거웠다. 단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고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NBA 2시즌의 경력을 지닌 KCC 안드레 에밋(33·191cm)은 김영기 총재가 의도했던 테크니션이라는 이미지와 어울렸다. 코트를 휘저으면서 안양KGC와의 데뷔전에서 35득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팬들에 확실하게 각인을 시켰다.

고양 오리온스의 가드 조 잭슨(23·180cm) 역시 눈을 휘둥그레 하게 했다. 잭슨은 올해 뽑힌 단신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 거의 유일한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을 선수다. 감각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동시에 서울 삼성과의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는 놀라운 점프력으로 투핸드 덩크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kt 마커스 블래이클리(192cm), 전자랜드 알파 뱅그라(191cm)등의 단신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 무대에서 활약을 기대케 했다.

프로-아마 최강전을 통해 본 단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는 과연 김영기 총재의 '아집'이었는지, 아니면 리그 흥행을 주도할 '신의 한 수'가 될지는 뚜껑을 제대로 열어봐야 할 것이다.

▶오해와 불신을 없애기 위한 시도들

KBL은 유난히 KBL 무대에서만 적용되는 로컬룰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속공파울'이다. 속공파울은 말 그대로 속공 상황에서 발생하는 고의적인 반칙을 의미한다. 속공을 권장하고 빠른 농구를 진행하기 위한 KBL만의 특화된 룰이었다. 하지만 말 처럼 빠른 농구는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속공파울에 대한 기준이 심판마다 재량이고 불분명하면서 논란을 일게 했다.

KBL이 국제농구연맹(FIBA)룰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속공파울을 언스포츠맨라이크(unsportsmanlike)-1 파울(U-1 파울)이라고 명명했던 지난시즌 역시 마찬가지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올시즌을 앞두고 속공파울은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U-파울)의 넓은 범주 안에 포함됐다. FIBA룰을 보다 완벽하게 도입하겠다는 의지다. 속공에 나서는 공격 선수와 림 사이에 수비 팀 선수가 없었을 때 뒤에서 고의로 파울을 하는 경우 U-파울이 불린다.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이 주어지는 것은 이전 시즌들과 같다.

아울러 납득할 수 없는 심판 판정을 보다 줄이겠다는 의지로 지난 시즌 막바지에 도입했던 비디오 판독 제도를 명문화하여 실시하기로 했다. 팀당 1번 씩 요청할 수 있고 판정이 번복됐을 경우 한 번 더 기회를 갖게 된다. 현재 KBO 리그에서 활용되고 있는 합의판정제도와 흡사하다.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승패가 좌우되고 현장 사이의 불신을 최소화하겠다는 룰의 개정이다.

FIBA룰을 받아들인 것은 어설프게 시도했던 세계화의 추세에 보폭을 제대로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비디오 판독 제도는 심판과 지도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금메달을 따며 화려하게 비상했던 한국 남자농구. 하지만 잇따른 추문과 불통으로 인해 곧장 추락을 맞이했다. 과연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룰의 개정은 9월 12일부터 개막하는 프로농구에 팬들을 다시 끌어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KBL의 진정한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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