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글=이재호 기자 사진=이규연 기자]
'[인터뷰上] 김선신의 피츠버그 취재 뒷이야기와 달랐던 류현진'에서 계속
[인터뷰上] 김선신의 피츠버그 취재 뒷이야기와 달랐던 류현진

上편에서 김선신 아나운서의 피츠버그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면 下편에서는 어느덧 5년차 스포츠아나운서인 김선신이 생각하는 스포츠아나운서에 대한 색안경과 기대치, 직업관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해설데뷔? 그저 게스트였는데요 뭘…

지난 7월 21일 김선신 아나운서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경기를 중계하는 내내 함께하며 피츠버그에 다녀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회사 차원에서 피츠버그 취재를 보낼 때 '넌 부담을 갖고 미국가라. 갔다 와서 해설도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농담인줄 알았어요. 근데 진짜 해설에 제가 배정이 돼있더라고요. 놀라서 알아보니 그럼 캐스트로 하는건 부담스러우니 일회성 게스트 자격으로 함께 해설을 하기로 했죠."

야구 중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고 일각에서는 '어색하다', '감탄사가 많다'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단 회사 내에서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는 것에 좋게 보고 있어요. 주위 분들도 제가 부담을 많이 가진 것을 알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주눅 들지 말라고 말씀해주시죠. 사실 전 그날 게스트로 함께 한 것이지 캐스터로 자리를 한 것이 아니였어요. 하지만 제 직업 때문에 좀 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기대하셨나봐요. 전 캐스터가 있으니 게스트의 역할을 충실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괴리감이 생긴 거죠. 만약 캐스터였다면 더 준비를 많이 하고 했을 텐데 말이죠. 아쉬운건 처음부터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털어놔서 경기 막판 되니 할 말이 없더라고요(웃음)."

중계도 하고 싶지만, 40대 사이드 리포터도 괜찮지 않나

아직 스포츠에는 여성 캐스터는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벤트성으로는 있지만 꾸준히 활동하는 여성캐스터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야구나 더욱 그렇다.

"저 역시 중계야 하고 싶죠. 하지만 선진화된 메이저리그조차 여자 캐스터는 없어요. 어쩌면 중계에 여자 목소리는 적합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요. 아직 중계는 해보지 않은 영역이기에 두려움이 있어요. 해보고 싶지만 도전인 셈이죠."

여자스포츠아나운서는 일반적으로 스튜디오 진행 혹은 현장에서 관중, 선수들과 만나는 사이드 리포터 역할을 주로 맡는다. 특히 사이드 리포터가 여성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거부감이 없는 현실이다.

"전 사이드 리포터가 좋아요. 제가 현장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해보면 제 신나는 기운을 나눠드리니 현장 분위기도 좋다고 자부해요. 미국은 40대 남성 사이드 리포터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사이드 리포터라고 해서 중계쪽 보다 낮은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영역이 다르다고만 생각하죠. 저희 한국에는 40대 여자 사이드 리포터가 있어도 괜찮지 않나요. 분명 그 부분을 개척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TV나오는 여성의 숙명 받아들여야… 롱런 위해서는 결국 '전문성'

스포츠를 좋아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스포츠아나운서도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어리고 예쁘고 몸매도 좋고 학력까지 좋은 스포츠아나운서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현재, 5년차 아나운서인 김선신은 어떻게 볼까.

"드라마에서 여자 배우는 20대에는 주연을 하다가 30대엔 조연을, 그 이후에는 엄마 역할을 하잖아요. 모든 TV에 나오는 여성도 똑같아요. 받아들여야하는 숙명이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희만의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하죠. 그건 결국 '전문성'이죠."

그는 전문성을 야구와 비유해 설명했다. 신인은 패기는 넘칠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감독이 찾는 선수는 경험 많은 선수인 것처럼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야구에서도 아무리 신인이 잘하고 해도 중요한 순간에는 베테랑 선수를 믿게 되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돼야죠. 전문적인 진행자가 되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더욱 단련시킨다면 제 욕심인 '주름 깊어진 나이에도 선수들을 필드에서 취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게 제가 될 수 있다면 너무 감사하겠네요."

야구팬들의 높은 기준 충족시키기 힘든 '전문성'… 인정할건 인정해야

아무래도 야구와 같이 매니아들이 많은 종목은 역사를 꿰고 있는 팬들이 많기에 현직에서 일하기가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특히 생방송으로 말을 해야 하는 아나운서들에게 팬들의 높은 기대치와 지식수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보지 않고 성인이 돼서 일로서 이 일을 접하게 되면 분명 과거에 대한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죠. 이 부분을 공부해도 저부분에서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공백이 생기면 팬들은 '여자가 야구를 뭘 알아'라고 비난하시죠.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분명한건 저흰 일을 하면서 하루에 야구 전 경기를 거의 다 보게 되요. 그렇게 현재 야구에 대해서는 다 꿰뚫게 돼요. 팬들만큼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죠. 환경이나 팬들 때문에라도 더 공부를 하게 되기도 하죠. 물론 과거에 대한 공백에 대한 비난은 받아들이고 인정하되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스포츠아나운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충고도 잊지 않았다. 보이기엔 화려하지만 내면에서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

"참 스포츠아나운서는 백조 같아요. 수면 위에서는 아름다운데 안에서는 떠 있기 위해 발버둥을 치죠. 화려함 속에 숨겨진 이면은 상당히 힘들죠. 팬들의 비난, 빡빡한 일정,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기대감 등 많음 힘듦이 있죠. 단순히 저희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만 보고 지원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조증? 천편일률적인 아나운서 형식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김선신 아나운서는 항상 밝다. 오죽하면 '조증이 있는거 아니냐'라는 말을 할정도다. 본인 역시 이러한 말들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조증'이나 '선신병자'같은 말들은 귀엽게 봐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늘 아나운서를 보면서 '왜 저렇게 천편일률적으로 진중한 모습만 보여야할까'하고 고민했어요. 편안한 느낌의 아나운서도 필요하지 않나요. 누군가 만들어낸 고정관념에 맞추고 싶지 않아요. 거기서 탈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밝고 좋은 기운에 더 신경쓰는게 있어요. 그렇다고 늘 조증이지는 않아요. 진중할 때는 진중하고, 필요할 때는 더 과도하게라도 밝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스포츠아나운서는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김선신 아나운서는 수없이 고민한다고 한다. 결국 팬들이 자신을 원하느냐의 문제다.

"사실 저나 혹은 다른 스포츠아나운서에 대한 비난의 댓글과 여론을 심심찮게 봐요. 그 화살이 저에게 더 심하게 날아와 절보고 싫어하고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팬들이 더 많은 날이 올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일부에서는 '팬 때문에 아나운서하냐'고 하지만 TV에 나오는 여성으로서 그 부분은 분명 중요하죠. 야구팬들이 절 원하지 않는다면 제 욕심으로 더 할 수는 없어요. 절 지지해주신다면 그 사이 더 전문성을 쌓아 40, 50대 리포터로도 현장을 누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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