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글=이재호 기자 사진=이규연 기자] 국내에서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가장 많이 취재한 아나운서를 꼽으라면 단연 김선신(28·MBC스포츠플러스)이다. 김선신은 작년 스프링캠프부터 올 시즌 스프링캠프, 이번 피츠버그 특집 프로그램 촬영까지 벌써 세 번째 메이저리그 취재를 마쳤다. 아무래도 현지 취재가 힘든 메이저리그 상황을 감안하면 1년 반 사이에 3회 이상 장기 출장은 흔치 않다.

방송계에선 보기 드문 메이저리그통인 김선신 아나운서는 최근 미국 피츠버그 특집 프로그램인 '피츠버그 원정대'를 촬영하기 위해 12일간 미국을 다녀왔다. 이번 인터뷰의 上편에서는 김선신 아나운서의 이번 피츠버그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고 下편에서는 그녀가 생각하는 스포츠아나운서관에 대해 들어본다.

의자 앉는 자세로 알 수 있었던 강정호의 달라진 입지

스프링캠프 촬영 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강정호는 얼마나 달랐을까. 김선신 아나운서는 의자에 앉는 자세에서 4개월간 강정호의 달라진 입지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스프링캠프 때만해도 강정호가 의자를 당겨 앉아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근데 이번에 갔을 때는 의자에 기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많이 편해지셨나봐요'하고 농담했더니 강정호도 '그렇다'면서 웃더라고요. 아마 그 말이 현재의 상황을 모두 말해주는게 아닐까요."

마침 김선신 아나운서가 방문한 이후 강정호는 맹타를 휘둘렀다. 기세를 몰아 지난 4일 발표한 메이저리그 이달의 신인상을 받으며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사실 제가 처음 스프링캠프에 갔을 때만해도 현지 기자나 구단 관계자들조차 강정호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침 저희가 갔을 때 이제 완전한 주전으로 거듭나던 시기(7월초)였고, 당시 조시 해리슨, 조디 머서 등이 부상을 당하면서 강정호가 꾸준히 주전으로 나섰죠. 사실 저희는 시즌 중에 방송 촬영을 갔다 오면 부담이 있어요. 저희가 갔다와서 선수가 못하면 저희한테 비난이 쏟아지고 개인적으로도 찜찜하거든요. 하지만 다행히 저희가 다녀와서 더 잘해서 고맙다고 연락드려야할 지경이네요(웃음)."

직접 현지에 가서 확인한 강정호의 위상은 어떨까. 일각에서는 강정호가 류현진처럼 활발한 모습이 중계화면에 많이 잡히지 않아 의구심을 가지지만 김선신 아나운서가 보기엔 그건 단순히 '성격차이'라고 한다.

"강정호도 털털하고 남자답지만 류현진과는 달라요. 류현진은 장난도 심하고 해서 강정호는 '현진이가 LA다저스 일진같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피츠버그와 다저스의 팀분위기는 많이 달라요. 피츠버그는 다저스에 비해 차분하고 내성적인 선수가 많죠. 단지 그뿐이지 강정호는 이미 피츠버그를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현지에서도 이미 인정을 받고 있더라고요."

대박 친 '피츠버그 부채' 뒷이야기

지난해 LA 다저스 방문때는 홍삼은 돈 매팅리 감독을 비롯해 구단에 전달해줘 화제를 모았던 김선신 아나운서와 MBC스포츠플러스 제작진은 선물 준비를 위해 회의까지 한다고 한다.

"선물 준비를 위해 수차례 회의를 할 정도예요. 외부인으로서 그곳에서 가서 저희가 이정도로 구단을 위해 예의를 보이고 성의를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강정호의 모습이 담긴 피츠버그 부채를 준비해 큰 히트를 쳤다. 이 부채는 소개가 되자마자 현지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현지 해설진은 직접 방송을 통해 부채를 소개하는 등 큰 화제가 됐다.

"사실 저번 홍삼같은 경우는 무게가 너무 무거웠어요. 따로 짐을 부치는 것도 엄청난 일이었죠. 그래서 가벼운걸로 생각한게 부채였어요. 저희는 피츠버그 내에서 강정호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참에 '강정호를 홍보하자'는 콘셉트로 부채를 준비했어요."

"근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이미 강정호는 피츠버그 팬들이 이미 잘 알고 좋아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부채를 받아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부채를 선보이는 순간 순식간에 동이 나더라고요. 아무래도 한국의 전통 부채에 피츠버그의 색이 담겨있고 핸드메이드다보니 미국인들이 더 좋아한 것 같아요. 현지 해설진은 저희가 부탁도 안했는데 먼저 '이거 방송에 써도 되겠냐'고 해서 저희야 흔쾌히 OK했죠."

김선신 아나운서는 현지 해설진에게 부채 사용법과 강정호를 위한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며 확실히 피츠버그 내에서 '강정호 바람'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가장 고마운 선수는 조디 머서… '고독한 황소' 알바레즈

강정호 외에 직접 만나 얘기 나눈 피츠버그 선수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누구일까. 당연히 앤드루 매커첸이나 게릿 콜같은 팀 내 간판스타 이름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의 대답은 강정호의 유격수 경쟁자로 유명한 '조디 머서'였다.

"사실 머서에게는 미안한 감정이 커요. 스프링캠프 때부터 워낙 '강정호의 경쟁자'로 국내 미디어의 관심이 심해 매일같이 강정호에 대해 물어보니까, 나중에는 제가 미안해서 안하고 싶을 정도였죠. 이제 저희가 다가가면 머서도 알고 있는 듯했어요. 참 무안하죠. 그래서 전 1~5번부터 질문은 정말 머서에 대한 질문만하고 살짝 6번 질문에 강정호와 관련된 얘기를 살짝 하는 수준을 했어요. 비록 방송에는 다 나가지 않는다 할지라도요."

자신과 관련한 곤란한 질문이 쏟아질 게 뻔한데도 머서는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는 김선신 아나운서다.

"머서가 참 인성이 좋은 선수라고 느낀 것이 저희의 의도를 아니까 아닌 척 먼저 강정호에 대해 언급해주고 또 통성명도 먼저 다가와서 밝게 해주더라고요. 국내 언론이 많이 찾았을 때도 '예전에는 관심을 많이 받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인터뷰를 많이 하니 좋다'고 얘기해주면서 저희의 미안함을 희석시켜주기도 하더라고요. 참 착하고 고마운 선수예요."

그렇다면 가장 의외였던 선수는 누구일까. 팀의 거포 역할을 맡고 있는 1루수 페드로 알바레즈를 손꼽았다.

"알바레즈는 덩치도 크고 수다쟁이에 활발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반미디어적 성격 1위로 유명하더라고요. 현지 언론에서도 알바레즈가 아무리 잘해도 인터뷰를 안해요. 본인 역시 인터뷰 안한다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피츠버그 홍보팀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경기 끝나면 퇴근도 가장 먼저 해요. 근데 재밌는건 그렇게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선수가 등장곡은 굉장히 감미로운 발라드곡이예요. 반전 매력이 있고 과묵한 편이라 마치 전 '고독한 황소'같은 느낌을 받았네요."


왼쪽부터 알바레즈, 머서, 매커첸. ⓒAFPBBNews = News1

피츠버그 해적선을 이끄는 '선장' 앤드루 매커첸에 대해 묻자 "매커첸이 워낙 바쁘더라. 다큐멘터리인가 영화를 촬영한다고 항상 맥쿠친 주위에 스태프 20여명이 있었다. 워낙 일정이 많아서 인터뷰를 할 수가 없었다. 인상적인 것은 피츠버그 홈구장 관중석 앉으면 관중들 70%가 매커첸 유니폼을 입고 있다. 나머지 20%는 레전드인 로베르트 클레멘테, 나머지 10%가 닐 워커 등 다른 선수들이이었다. 그만큼 팬들에게 매커첸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뭔가 달랐던 스프링캠프 때의 류현진, 지금 보니 부상 때문이었다

김선신 아나운서는 피츠버그로 가기 직전 LA로 경유하는 틈을 타 류현진과 잠시 시간을 내 만났다. 류현진 얘기를 하는 도중 김선신 아나운서는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해줬다.

"그러고 보면 이번 스프링캠프 때 만난 류현진은 그전에 만났던 류현진과 뭔가 달랐어요. 표정이나 태도 등이 미세하게 달랐어요. 제가 사람 표정을 잘 보는데 당시 류현진은 혼자 있을 때 다소 어두운 표정이 많았어요. 인터뷰 때도 뭔가 다른 기류가 있었죠. 지금 보니 당시 류현진이 자신의 부상정도를 알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번에 만났을 때도 그때 얘기를 하니까 류현진도 '그때는 부상 때문에 그랬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참 아쉬웠죠."

사실 MBC스포츠플러스는 류현진의 부상과 함께 메이저리그 방송에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회사 분위기를 묻자 "그렇다고 회사가 망했다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수술 전까지는 희망적으로 가자는 분위기였죠. 방송이 시청자를 선도해야되는데 어둡게 갈 수 없잖아요? 방송 때 특히 류현진 선수와 관련된 멘트는 상당히 신경 썼죠. 수술 후에도 부정적인 얘기는 많이 안하려고 해요. 분명 예전처럼 돌아올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추신수, 안 만난게 아니라 못 만난 것

이번 미국 취재에서는 세 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추신수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적이 부진한 추신수를 일부러 만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단순히 시간과 돈의 문제 때문이었어요. 기본적으로 방송 콘셉트가 강정호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사실 류현진 인터뷰도 계획에 없었죠. 정말 간신히 만나 몇 시간도 안 만나고 금방 나왔어요. 저흰 선수가 부진했다고 해서 제외하거나 하지 않아요. 지난 스프링캠프 취재 때는 추신수에게만 황금배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우린 추신수에 대해서도 물론 호의적이었죠. 외부에서는 방송에 추신수를 제외한 류현진, 강정호만 나가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시간과 예산의 문제로 인한 오해예요."

'[인터뷰下] 김선신이 말하는 조증, 40대 리포터의 꿈' 에서 계속
[인터뷰下] 김선신이 말하는 조증, 40대 리포터의 꿈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