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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사 서두에 미리 밝혀둔다. ‘양현종(27·KIA)이 클레이튼 커쇼(27·LA다저스)보다 낫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양현종과 커쇼의 기록 속에 숨겨진 지표를 살펴보고자 한다.

결과론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타이밍이 얄궂긴 하지만 두 선수의 기록 추이를 통해 평균자책점(ERA)의 허상과 세부 기록이 왜 중요하고 각광받는지를 따져보고 싶을 뿐이다.

▶평균자책점‘만’ 좋았던 양현종

양현종은 지난 5월22일 이후 약 68일 동안 평균자책점 1점대를 지켜왔다. 그야말로 놀라운 행보였다.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보여준 평균자책점 2위와의 압도적인 차이(페드로 1.74, 아메리칸리그 2위 로저 클레멘스 3.70 아메리칸리그 평균 4.77)에 빗대 양현종을 추켜세웠다.


양현종(왼쪽)과 클레이튼 커쇼

하지만 양현종은 지난 4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동안 홈런 4개를 포함해 안타 10개를 얻어맞고 8실점 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2경기 전만해도 1.83이었던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2.49로 치솟았다.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 사실 ‘세부지표’는 그전부터 양현종이 비정상적으로 좋은 평균자책점을 보이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잔루처리율, BABIP, FIP등과 반대 된 평균자책점

세이버매트릭스의 세부 지표를 제공하는 KBReport에 따르면 6일 경기 후까지 양현종은 잔루처리율(LOB%)이 무려 86.7%에 달한다. 잔루처리율은 자신이 내보낸 주자의 잔루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잔루처리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실점은 줄어든다. 2위 피가로가 79%이고 규정이닝을 채운 21명의 평균이 72.4%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잔루처리율이 높다.

16승을 거둔 지난 시즌 잔루처리율이 69.8%임을 감안한다면 양현종은 `운'이든 뭐든 어떤 요인에 의해서든지 주자들의 득점을 막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자연히 낮은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인필드 타구의 타율을 말하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역시 리그에서 3번째로 낮은 2할8푼2리를 기록 중이다(1위 NC 해커 0.278). 인필드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확률이 적다보니 자연스레 평균자책점도 낮았던 것. 양현종의 2013년(0.317), 2014년(0.321)의 BABIP를 감안하면 예년과 다르게 꽤 낮은 수치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지만 수비무관평균자책점인 FIP에서는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중위권 수준이며(4.48 10위), KBO리그 사정에 맞게 보정한 kFIP에서도 중위권(4.38 11위)일 뿐이다. 세부기록의 ‘정수’로 손꼽히는 WAR(대체선수이상의 승리기여도)에서조차 양현종은 투수 중 10위 수준이다.

양현종의 위치 : 평균자책점 1위(2.49) 잔루처리율 1위(86.7%) FIP 10위(4.54), kFIP 12위 (4.50) WAR 10위(2.72) BABIP 3위(0.282) *6일까지 규정이닝 채운 21명 중 기록

▶이론적으로 평균자책점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양현종

즉, 평균자책점을 제외하고 모든 세부지표에서 양현종은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중위권 정도의 성적만을 기록 중이며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잔루처리율, BABIP에서는 최상위권에 있다. 이미 `운'을 많이 써버렸고 FIP와 평균자책점은 결국 수렴한다는 세이버매트릭스의 통념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이론적으론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양현종의 모든 지표는 이론적으로 평균자책점이 남은 시즌 동안 더 상승할 것을 얘기한다. 하지만 커쇼는 양현종과 반대다. 초반 극심한 부진을 보이는 듯 했지만(실제로는 크게 부진하지 않았다) 다시금 우리가 알던 그 커쇼의 성적 그대로를 최근 보여주고 있다.

▶부진해'보였던' 커쇼의 초반

커쇼의 시즌 초반을 떠올려보자. 5월22일까지 첫 9경기를 무려 평균자책점 4.32로 마쳤다. 지난 시즌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던 그 커쇼의 위력과는 거리가 멀어 모두가 놀라워하고 걱정했다.

심지어 커쇼는 올스타 투표에서도 최종투표까지 밀렸고 최종투표마저 카를로스 마르티네즈(세인트루이스)에 밀리며 탈락했다. 다행히 맥스 셔저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대체 자원으로 올스타전 무대에만 설 수 있었다. 그만큼 커쇼는 부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커쇼는 현재 최근 6경기 48이닝 2자책으로 폭주하며 어느덧 평균자책점을 2.37(6일까지 메이저리그 8위)까지 낮췄다. 다시 사이영상 경쟁에 합류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커쇼의 이 같은 회복은 세부기록을 보면 놀랍지 않다. 커쇼는 비정상적으로 세부기록상으로 운이 나빴음이 드러났기 때문. 커쇼가 가장 부진했던 시기 중 하나인 시즌 시작 후 11경기를 마쳤을 때의 기록을 보자.

▶사실 평균자책점 빼고는 모든 세부지표가 괜찮았던 커쇼

커쇼는 플라이볼당 홈런 비율이 통산 7%에 지나지 않는 선수였지만 당시에는 무려 10%이상이 오른 17.5%를 기록했었다. 이상하리만큼 뜬공이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는데다, 통산 19.8%였던 정타(라인 드라이브)비율도 26.7%로 급상승했었다. 타구가 비정상적으로 홈런으로 많이 연결되고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은 정타 비율도 늘어나니 당연히 평균자책점을 안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

BABIP도 통산 2할7푼4리지만 당시엔 3할2푼4리로 급상승했다. 물론 공의 위력이 약해진 것도 있지만 BABIP가 커쇼의 통산 성적보다 5푼 가량 올라간 것은 분명 ‘운’이라는 요소가 그를 비켜갔음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평규자책점은 3점대였지만 나머지 세부 지표는 예전의 커쇼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FIP에서 커쇼는 당시 2.67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9위에 올랐었다. xFIP에서는 전체 1위인 2.19를, WAR에서는 투수 전체 8위(1.9)를 기록 중이었다. 따라서 커쇼는 평균자책점만 당시 3.73정도였지 나머지 세부기록은 예전의 커쇼와 큰 차이는 없었다.



▶결국 평균자책점과 수렴한 세부기록들

이처럼 세부지표는 좋지만 평균자책점은 안 좋았던 커쇼의 기록은 최근 거의 접점을 찾으며 수렴하고 있다. 6일까지 커쇼의 평균자책점은 2.85까지 떨어졌으며 이는 FIP 2.41 xFIP 2.10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뜬공 당 홈런 비율도 한때 17.5%까지 올랐다가 현재 14.9%로 하락했고 BABIP역시 한때 3할2푼4리에서 통산성적인 2할7푼7리와 가까운 2할8푼7리까지 내려왔다. 모든 세부지표가 자신의 통산 성적과 평균자책점에 걸맞게 자리를 찾은 것이다.

커쇼의 위치 : 평균자책점 8위(2.37) 잔루처리율 29위(76.1%) FIP 1위(2.12), xFIP 1위 (2.00) WAR 2위(5.1) BABIP 36위(0.285) *6일까지 규정이닝 채운 93명 중 기록

양현종과 커쇼의 사례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평균자책점은 그저 여러 기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이다. 물론 평균자책점, 승리 등이 전통적으로 각광을 받고 선수의 능력을 말하는 기록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 여러 세부기록들이 생기면서 선수의 진짜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이 많아졌다.

단지 평균자책점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선수가 아니며 또 평균자책점이 나쁘다고 해서 무조건 부진한 선수는 아니다. 모든 기록은 평균을 찾아 수렴한다. 만약 어떤 기록이 다른 기록과 반해 특이하게 높거나 낮다면 결국 평균을 찾아가게 돼있다. 그것이 기록이 신뢰받는 이유이며 야구가 재밌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사진=스포츠코리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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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8/08 06:31:16   수정시간 : 2015/09/13 22: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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