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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심지어 숫자만 적힌 박스 스코어만 봐도 경기 내용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기록과 숫자를 통해 선수의 가치가 매겨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야구 기록을 좋아하고 연구하는 `기록쟁이'들도 많다. 이 기록쟁이들은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새로운 분야까지 개척하며 `기록쟁이'가 `기록장이'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런 기록쟁이들에게 7일(이하 한국시각) 비보가 들려왔다. 바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던 잭 그레인키(32·LA 다저스)가 무려 6실점을 하며 무너진 것. 사실 선발투수가 6실점으로 무너진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왜 이것이 비보로 여겨질까.



국내에서는 큰 화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사실 그레인키는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7월 20일 워싱턴과의 원정경기(8이닝 무실점 *6선발 연속 무실점)를 마치고 평균자책점 1.30을 기록했을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역사가 새롭게 쓰이고 있었기에 그 기대가 더욱 컸다.

이유는 그레인키의 조정 평균자책점(ERA+)때문이었다. 조정 평균자책점은 타자/투수 친화적인 구장, 당시 리그의 상황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 평균을 100으로 두고 더하거나 빼는 기록이다. 이 기록이 의미 있는 것은 1910년과 2000년 등 어떤 시대에 살았던 선수간의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레인키는 워싱턴전 등판을 통해 무려 조정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하며 통산 단일 시즌 1위인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조정평균자책점 291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1900년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가장 높은 조정평균자책점인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291 다음은 1914년 레오나르드의 282였다. 그레인키는 그때까지 조정평균자책점 역대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역사적인 시즌을 쓰고 있었다. 지난해 MVP와 사이영상을 모두 따낸 클레이튼 커쇼도 조정평균자책점이 201밖에 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레인키의 올 시즌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깨닫을 수 있다.

모든 시대를 일직선에 둔 상황에서 우리는 2015시즌 그레인키가 역대 세 번째로 뛰어난 투수였다는 점을 잘 인식하진 못했지만 기록쟁이들에겐 불멸의 기록으로 여겨졌던 2000시즌 페드로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그레인키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후 2경기에서 7이닝 2실점, 8이닝 2실점을 기록했음에도 조정평균자책점은 281에서 260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7일 결국 6이닝 6실점으로 그레인키가 무너지며 이 조정평균자책점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이 확정됐다.

조정평균자책점은 모든 기록이 그렇듯 내려가는건 쉽지만 올리기는 쉽지 않다. 워낙 시즌 성적이 누적되어있는 후반기이기에 더 그렇다. 결국 이날 경기로 인해 그레인키의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조정 평균자책점 도전은 사실상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남은 10경기 동안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레인키가 현재의 수준(평균자책점 1.71)을 유지하는 것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도 무너진 경기가 딱 2번 있었다. 6.2이닝 4자책, 8이닝 6자책이 그것. 그럼에도 페드로는 나머지 경기에서 더욱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고 특히 당시 시즌은 역사상 최고의 타고투저였다.

기록쟁이들이 최근 가장 가슴 아파했던 사연을 꼽자면 마이크 트라웃의 2012시즌 129득점, 출루율 3할9푼9리, 49도루라는 ‘9’의 저주에 메이저리그 역대 세 번째 30홈런-50도루 실패, 아메리칸리그 역대 세 번째 신인 130득점+ 실패가 있다.

또한 알버트 푸홀스가 2011년 2할9푼9리, 99타점 2루타 29에 그치며 11년 연속 3할-100타점-2루타 30에 실패했을 때였다. 아마 기록쟁이들에겐 이번 그레인키의 6실점이 그 당시와 비견될 정도로 가슴 아픈 대기록 달성의 실패일 것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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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8/07 16: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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