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아졌다…고맙고 감사한 마음"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의 링크스 코스 9번 홀.

30일(현지시간) 이곳에서 개막하는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두 번째 연습 라운드에 나선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티샷을 날린 뒤 함께 한 박희영(28·하나금융그룹), 자신의 아버지 등과 함께 차례로 멋진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전인지는 20여m 더 가더니 페어웨이를 벗어나 해변 암반 쪽으로 조금 내려가 한 컷 요구했다. 스마트폰을 넘겨받아 확인하더니 '잘 나왔느냐'고 묻자 "모델이 좋아서…"라며 웃었다. 코치는 "늦었다"며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곧바로 페어웨이에 놓인 공 앞으로 간 전인지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그린을 노려본 뒤 '굿샷'을 날렸다.

경기할 때 '즐겁고 신나게'라고 쓴 메모를 읽어본다는 전인지의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을 앞둔 연습 라운드의 한 장면이다.

전인지는 너무 즐기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자 단호한 어조로 "집중은 잘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연습라운드를 지켜본 전인지의 아버지는 "'즐겁고 신나게'라고 적어놓고 가끔 본다는 건 그렇게 안될 때가 있으니까 읽어본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웃어넘겼다.

전인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PLGA) 투어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제패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여자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스폰서가 개최하는 대회를 우승해 부담감도 좀 덜어낸 것 같다고 전인지의 아버지는 전했다.

최근 2개월 사이 전인지가 보여준 놀라운 성적은 '혹시 브리티시여자오픈컵까지 들어올리려나"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인지의 답은 이랬다.

"매 대회 임할 때마다 어떤 성적 같은 목표를 세우진 않아요. (브리티시여자오픈) 첫 출전이잖아요. 와서 보니까 경치도 너무 좋고 즐겁게…."

'첫 출전'이라고 말하면서도 '즐겁게' 경기하겠다는 말을 덧붙인 걸 보면 내심 '한번 해보자'는 뜻으로 들린다.

이날 전인지는 페어웨이를 지켰다.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있는 벙커에도 공을 빠뜨리지 않았다. 일부러 공을 집어넣고 연습샷을 했다. 샷감이 매우 좋은 듯 보였다.

전인지는 코스에 대해 "날씨도 그렇고, 한국하고 너무 다르다. 빨리 적응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 링크스 코스를 경험하기는 했는데 이곳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바람이 많이 불면 더욱 다른 코스처럼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1,2라운드에서 베테랑 카리 웨브(미국)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다.

US오픈 대회에서 동반해 경기한 적이 있는 웨브가 전인지에게 포옹 인사를 하면서 반갑게 맞아줬다고 전인지 아버지는 귀띔했다.

전인지는 3개국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면서 달라진 점은 "스케줄도 바빠지고,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고….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잡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 3년차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선수로서 부담감을 털어버린 전인지가 스코틀랜드의 험궂은 날씨 속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추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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