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 한국인 스포츠 에이전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 그런데 외국의 능력 있는 에이전트를 언급할 때는 동경의 눈빛으로 존중까지 하며 언론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는 규모가 큰 스포츠 시장이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형 에이전트, 속칭 큰 손 에이전트가 없을까. 이 분야에서 한국인의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한국인은 과거 산업화시대에 천연 자원이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그 특유의 성실성으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왔다. 정보화, IT시대에 이르면서 오랜 세월 동안 수도작 문화에 기인한 근면함과 섬세함은 각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인은 머리가 좋은 편에 속하며 전 세계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잠재력과 능력을 갖고 있다. 필자는 지난 14년 동안 에이전트 일을 해 오면서 많은 외국 에이전트를 만났고 다양한 상황을 겪었고 어려운 문제들을 잘 풀어냈다고 자부한다.


한국 배구여제 김연경과 함께한 윤기영 인스포코리아 사장

이러한 경험 속에서 한국인이 이 분야에서 뛰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한국인의 특성과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전 세계의 큰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에 뛰어든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다시 말해 스포츠 에이전트는 한국인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은 직업이다.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개인적인 꿈도 실현시킬 수 있기에 추천하고 싶은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 에이전트이다.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은 스포츠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젊은 인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또 하나의 블루 오션이다.

대형 한국인 스포츠 에이전트의 양성을 위한 선행 조건

세계적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스포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인 에이전트를 양성하고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돼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언론매체의 길잡이 역할이 필요하다.

스포츠 관련 언론은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현재의 시장 상황과 변화, 그리고 미래의 전망을 분석한 자료들을 소개하고 관련된 주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하는 기사들은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한국인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해 좋지 않은 사례나 편견을 갖게 하는 내용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유독 외국인 에이전트에게는 친절하고 관대한 편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큰 시장에서 한국인 에이전트가 경험이 부족하여 일을 더 어렵게 할 수 있고 잘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국인 에이전트가 한국 선수들의 계약을 대행하게 해야 하는가. 혹시 우리는 한국인의 잠재력을 잊은 채 부지불식간에 사대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왜 우리는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를 양성하지 못 하는 것일까.


장현수의 광저우 입단을 도우기도 했다

언론 매체가 앞장서서 스포츠 에이전트로 성공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위해 고급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길을 안내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구단과 관련 단체는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구단이나 관계 단체 즉, 협회 또는 연맹은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나 편견을 갖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세계 시장의 흐름을 직시하고 스포츠 계에 종사하는 구성원으로 에이전트를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 구단이나 관련 단체에서 인정하지 않는 직업을 대한민국 청년들이 선택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혹자는 에이전트가 상품성이 있는 선수만을 찾아다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선수가 상대적으로 상실감이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재정적으로 열악한 국내 스포츠 환경 속에서 선수들의 인건비만 올리게 되므로 결국 에이전트의 존재 자체가 구단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이것이 진정 에이전트 제도 정립을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반박을 해 보자면 구단의 예산은 정해져 있고 에이전트가 일을 함으로써 야기되는 선수 인건비의 상승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수수료가 정해진 예산 밖에서 집행되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에이전트는 현재 잘 하는 선수와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구단이 관심도 갖지 않는 흙 속의 진주를 찾아내어 계약을 하기도 한다. 필자는 실제 부상으로 인해 프로 구단에서 외면했던 선수를 도와 국가대표가 될 때까지 도움을 준 기억도 있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과 시련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게 옆에서 도와 그 선수가 월드컵에 출전하게 되고, 대기업 산하 구단의 힘에 의해 고통을 겪었지만 결국 선수에게 자유라는 날개를 달게 해 준 사례도 있다.

바라건대 구단과 관련 단체는 스포츠 시장의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에이전트의 역기능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순기능도 충분히 고려하여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변화와 개혁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와 그 지망생이 많은 경험을 쌓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건전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 기관의 실질적인 제도 정립이다.

앞서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의 존재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데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서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조용형의 중국 스좌장 진출에도 힘을 보탰다

야구의 경우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 등의 선수가 미국으로 진출할 때 한국인 에이전트가 없음으로 인해 당연히 벌어들일 수 있는 에이전트 수수료를 받지 못했다.

축구의 경우는 선수 중개인(전 에이전트, 대리인) 제도가 있어 한국 선수가 외국 구단과 이적 계약을 할 때 해당 선수와 계약 관계에 있는 한국인 중개인이 외국 중개인과 협력하여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계약 성사에 따른 중개인 수수료의 최소 1/n(당사자 수) 이상을 한국으로 가져오게 된다. 선수들의 몸값이 커지면서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이 되었다.

따라서 국익을 위해서라도 모든 프로 스포츠 종목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는 국내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한 예다. 거의 매일 방송을 하고 스포츠 기사의 메인을 장식하는 프로 야구는 왜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언론은 왜 이런 부분의 불합리성을 다루지 않는 것일까.

사실 프로야구의 경우 에이전트 제도 시행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수차례 시정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권고를 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요지부동이다.

최근 관련 정부 기관이나 산하 단체가 스포츠 분야에 대해 다시 변화와 개혁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관계자들은 넓은 시야를 갖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립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구성하여 스포츠 에이전트로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인 에이전트가 외국의 유명한 선수들의 에이전트로서 멋지게 일을 성사시키는 장면과 더 나아가 세계적인 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인 에이전트의 능력이 높이 평가되고 최고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인스포코리아 대표이사 kyyoon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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