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인스포코리아의 임근혁 과장이 김연경 선수와 지내며 느낀 세계 배구의 현실과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배구 선수와 지도자의 국제 이적과 취업을 위한 대리인 제도

2014년 4월 4일 국제배구연맹(FIVB; the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Volleyball)은 에이전트 규정(Agent Regulation)을 발표했다. FIVB 이사회는 에이전트 규정을 승인, 발표하면서 2015년 4월 1일부터 적용, 시행하도록 했다.

2015년 5월인 현재까지 도입 초기 과정의 행정적 절차로 인해 완벽하게 시행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진행되는 절차의 추이를 보아 금년 중으로는 문제없이 제도가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특별한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대리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에 제약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선수의 국제 이적과 지도자의 국제 취업 시 선수, 지도자 및 구단을 대리하여 계약을 협상하는 자는 FIVB에 등록된 에이전트여야만 한다. 다만 국내 계약을 대리하는 부분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배구의 활발한 국제적 교류와 구성원 이동

배구는 전 세계 어느 스포츠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국제 교류가 활발한 스포츠이다. 배구는 가장 글로벌한 스포츠인 축구에 버금갈 정도로 선수, 구단과 국가대표팀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일어난다. 여자 배구 부문은 여자 축구보다도 더 국제적인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축구는 연간 계획에 따라 국가대표팀 간 A매치를 연중 고르게 배분하여 소화하는 반면에, 배구 국가대표팀 경기는 특별한 대회를 제외하고는 매년 5월 16일에서부터 10월 15일 사이에 모두 열리게 되어 있다. FIVB가 주관하는 세계 대회를 중요도 순서로 나열하면, 4년을 주기로 각각 열리는 하계 올림픽(2012년), 월드챔피언십(2014년), 월드컵(2015년)과 월드 그랜드 챔피언스 컵(2013년)이 있다.

또한 매년 열리는 국가대항전 대회인 월드리그(World League, 남자)와 그랑프리(Grandprix, 여자)는 전 세계 지역을 오가며 치러진다. 그 밖에 매년 열리는 대륙별 대회와 이벤트 대회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대회를 통해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세계 랭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배구 남자대표팀은 16위, 여자대표팀은 10위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자면 2015년에 여자대표팀은 5월 중국에서 열리는 AVC챔피언십과 8월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하게 되지만, 매년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과 본선을 위한 준비 부족과 더불어 세계 랭킹 포인트 획득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다. 올림픽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들과의 경기 경험은 우리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나, 아직까지 여자배구에 대한 지원과 환경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기에 차후에는 모두의 노력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이처럼 국제 대회를 통한 교류가 활발함에 따라 뛰어난 활약을 한 각국의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구단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남자 배구는 러시아, 폴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터키 리그가 활발하고, 여자배구는 터키, 러시아, 이탈리아, 아제르바이잔, 브라질 리그에 스타 선수들이 모이고 있다.


[남녀 배구 각국 리그의 랭킹.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FIVB와 자국 협회에 지불하는 국제 이적에 따른 이적료(Transfer fee)

배구 선수가 자국 협회 산하의 구단이 아닌 다른 국가의 협회 산하 구단에서 활동, 이른바 국제이적을 하기 위해서는 자국 협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국제 이적시 당사자들의 계약 관계상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 일련의 행정절차를 거쳐 새로운 구단이 소속된 협회에 등록되는 것이 가능한 축구와는 달리 배구는 매년 10월 16일부터 다음 해 5월 15일까지 자국 협회가 다른 국가 협회와 그 소속 구단으로부터 이적료(Transfer fees)를 받고 선수를 빌려주는 형태이다.

이 때 발생하는 이적료는 선수의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그 선수의 협회와 FIVB에 직접 지급하게 되어 있다. FIVB는 행정적 수수료 개념으로 확정된 금액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선수의 협회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규정하는 조항이 없었고, 상호 합의 통해 협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었다.

그로 인해 선수의 소속 협회가 과도한 금액의 이적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국제 이적을 거부한다면 선수는 구단과 계약에 합의했더라도 그 구단에서 선수 활동을 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국가 협회가 쿠바였고, 이 때문에 많은 쿠바 선수들은 해외로 망명하여 몇 년간 선수활동을 중단하면서까지 소속 협회를 변경하거나 FIVB의 직접 관리대상자가 되었다.

2013년 개정된 FIVB 스포츠 규정에는 국제 이적을 위해 선수의 협회와 재정과 이적 조건 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 조항에 추가적으로 FIVB나 대륙 연맹이 협회와 구단에 지불할 이적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비정상적인 국제 이적 거부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페네르바체 구단과 계약한 김연경 선수가 처음으로 이 변경된 규정의 혜택을 받은 선수로 알고 있다. 2012년 발생한 김연경 선수의 분쟁 문제가 2013년 FIVB의 규정 변경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기 계약과 그것을 이용하는 대리인

배구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한 시즌 계약이나 길어도 두 시즌 정도의 단기 계약을 맺는 편이다. 특히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선수들의 이동과 팀원의 교체가 잦은 배구팀의 특성으로 인해 매년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선수들이 많이 발생된다. 그로 인해 이를 돕는 대리인들 역시 세계 각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리인이 선수의 소속 협회로부터 국제 이적 승인을 약속받는다는 것을 빌미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함으로써 구단과 선수들의 권익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도 구단들과 관계가 좋은, 이른바 슈퍼에이전트인 경우에는 선수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에이전트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와 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FIVB는 에이전트 제도를 만들었고, 그 안에 표준계약서를 제시함으로써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고객들의 권익 증진에 기여했다. 표준계약서는 계약기간은 최대 3년, 수수료는 성사 금액의 최대 10%로 할 것과 계약기간의 자동연장을 금지시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리고 FIVB가 그 계약서를 관리함으로써 상호 계약 간의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스포츠 시장의 성숙과 공인 에이전트의 필요성

FIFA는 2015년 4월 1일부로 기존의 FIFA에이전트 제도를 폐지하고 각국 협회가 각자 관리하는 중개인(Intermediary) 제도를 시행했다. 그에 반해 FIVB는 같은 날부터 FIVB가 직접 관리하는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했다. 얼핏 보면 FIVB가 FIFA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축구 시장이 배구 보다 훨씬 더 성숙해 있고, 10여년 먼저 에이전트 제도를 시작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축구는 10여년 동안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본다.

예전처럼 위에서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별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배구도 시작은 FIVB를 통해 위에서 규정이 정해져 내려오는 방식이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FIVB와 국제 이적에만 적용되는 에이전트 제도가 아닌 국내외 모든 계약을 대리할 수 있는, 그로인해 모든 당사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좀 더 성숙한 형태의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국내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4대 프로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배구)에서 대리인 제도를 확립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하향식 행정이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자율성을 훼손시킨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스포츠 시장의 성숙을 기다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불투명한 환경에서 선수와 지도자의 권익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구단을 포함한 각 당사자들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스포츠 시장의 성숙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길 바란다. 국내에서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대리인 제도가 조속히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스포코리아 대표이사 kyyoon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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