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남자 테니스 선수로는 드물게 세계무대를 호령했던 이형택(39) '이형택테니스 아카데미' 원장과 루옌쉰(64위·대만)이 부산에서 만났다.

4일부터 본선이 시작된 남자프로테니스(ATP) 부산오픈 챌린저(총상금 10만 달러)에서 이형택 원장은 대회를 총괄하는 토너먼트 디렉터를 맡았고 루옌쉰은 단식 톱 시드로 출전한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 통하는 이형택 원장은 현역 시절 세계 랭킹 36위까지 올랐고 US오픈 16강에 두 차례 진출한 경력이 있다.

올해 32세인 루옌쉰은 2010년 세계 랭킹 33위까지 기록했으며 메이저 대회에서는 2010년 윔블던 8강이 최고 성적이다.

둘은 키가 똑같이 180㎝로 작은 편은 아니지만 185㎝를 넘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머리(영국),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에 비해서는 단신이다.

그러나 체격, 파워의 불리함을 딛고 세계 정상급 수준의 실력을 자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4일 부산오픈이 열리는 부산 스포원파크에서 만난 둘은 "아시아 남자 선수들도 얼마든지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형택 원장은 "현재 세계 랭킹 5위인 니시코리 게이(일본)만 봐도 체격이 크지 않더라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US오픈 결승에 올라 아시아 국적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 진출한 니시코리의 키는 178㎝다.

이형택 원장은 "그러나 체격과 힘에서 아무래도 불리한 아시아권 선수가 성적을 내려면 자신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며 "끈질긴 정신력, 공을 한 템포 빨리 잡아서 칠 수 있는 능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스피드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일본 선수로 여자 세계 정상까지 올랐던 다테 기미코 크룸도 그런 경우"라며 "임용규, 남지성, 정윤성, 홍성찬 등 우리나라에도 가능성이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경험을 더 쌓으면서 발전한다면 세계 100위 벽을 넘을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 랭킹 포인트를 딸 수 있는 부산오픈과 같은 대회가 많이 열리고 선수들의 외국 투어를 후원할 수 있는 스폰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루옌쉰도 "아시아권 선수들이 나달과 같은 근육질의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으며 "스피드는 필요한 요소고 자신의 체격이나 스타일에 맞는 맞춤형 훈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권 선수들이 유럽이나 미국 선수들을 만나면 긴장부터 먼저 하는 경우가 잦다"며 "자신감도 중요한데 이런 부분은 역시 많은 경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자주 나와 "이번이 몇 번째 한국 방문인지도 모르겠다"는 루옌쉰은 "아시아 선수들의 장점인 정신력에 치밀한 상대 선수 분석이 더해지면 체격이나 힘의 열세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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