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스포츠 선수는 누구일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킹' 르브론 제임스? 아니면 은퇴한 데이비드 베컴이나 마이클 조던? 모두 틀렸다. 무려 1억500만달러를 벌어들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Jr(38·미국)다.

1억 500만달러는 한화 약 1,128억원으로 이 돈을 단 1년 만에 벌어들인 것이다(포브스 발표). 현존하는 가장 비싼 스포츠선수, 프로 복서로 활동하며 단 한 번도 져보지 않은 메이웨더는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이자 자신과 극단에 서있는 복서인 매니 파퀴아오와 전 세계에서 단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복싱 집안에서 태어난 천재 복서이자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1977년 2월 24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메이웨더는 집안 자체가 이미 복서집안이었다. 아버지 플로이드 메이웨더 시니어는 프로복싱에서 35전 28승(18KO) 1무 6패의 성적을 거뒀었고 삼촌인 로저 메이웨더는 웰터급 챔피언 출신이다.

이런 집안 내력 덕분에 2살때부터 체육관에 아버지 손을 잡고 구경을 다닌 메이웨더는 4살 때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스피드백(빠르게 흔들리는 작은 샌드백)을 치며 놀았을 정도. 워낙 어린 시절부터 복싱을 접했기에 이미 11살 때 18세의 복서들이 해내는 기술들을 모두 섭렵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회상한다. 복서 집안에 흐르는 피를 정통으로 이어받은 '천재 복서'의 탄생이었던 것이다.

그의 삶은 일전을 앞둔 파퀴아오와 정반대로 비교되며 유복하고 항상 좋은 집안에서만 자란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가족 싸움 중 아버지가 다리에 총을 맞고, 청소년 시기에는 아버지가 마약 복용 혐의로 감옥신세까지 지는 등 늘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함을 느낀 메이웨더는 더욱 독하게 복싱에만 매진했고 19세에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 미국대표로 나가 동메달을 따내며 조금씩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5체급 챔피언이자 단 한 번도 져보지 않은 복서

올림픽이 끝나자마자인 1996년 10월, 곧바로 프로무대에 발을 디딘 메이웨더는 등장과 동시에 복싱계를 술렁이게 한다. 인&아웃이 모두 되는 복서이면서도 카운터까지 모든 것을 해낸 메이웨더는 프로 데뷔 2년이 채 되기도 전인 1998년 10월 슈퍼 페더급 세계 챔피언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전설의 서막이었을 뿐이다. 이후 2002년 라이트급, 2005년 슈퍼 라이트급, 2006년 웰터급, 2007년 슈퍼 웰터급을 제패하며 5체급 세계 챔피언까지 오른다.

그는 21세의 나이에 링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가 됐고 이는 무하마드 알리, 슈거 레이 로빈슨만 해낸 최연소 수상이었다.

단순히 그가 강했던 것은 펀치 때문이 아니었다. 메이웨더 가문의 주특기인 어깨로 펀치를 막는 숄더롤 등을 이용해 '방어의 천재'라는 얘기를 들으며 정확한 카운터펀치를 꽂아 넣었다. 2007년 열린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호야와의 일전에서 소위 '상대의 뚜껑을 열리게 하는' 행동들로 상대를 흥분시킨 후 자신은 방어와 적재적소의 카운터펀치를 이용해 승리를 따내는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영리한 스타일이다.

결국 그는 델라호야에 이어 자신을 거의 쓰러뜨릴 뻔한 슈거 셰인 모슬리 등을 이겨내며 47전 47승(26KO)이라는 전설과 같은 업적을 남겼다. 이는 영화 '록키'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영원한 무패복서 로키 마르시아노(1969년 사망)의 49승 무패에 거의 다다른 기록이다.

▶인종차별적 발언, 돈, 거만함의 '미워할 수 없는 악인' 메이웨더

이와같은 위대한 업적에도 메이웨더는 대중에게 큰 환영을 받진 못한다. 그 이유는 그의 너무나도 독특한 성격 때문. 그는 인종차별적 발언, 국가 비하적 발언 등을 전혀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겸손함이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단적으로 그는 카메라에 대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보라. 파퀴아오가 사는 필리핀 같은 곳에서 난 살고 싶지 않다"며 "난 역사상 최고의 복서다. 어떻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는데 최고가 아닐 수 있느냐"는 거만하기 이를데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자신은 자신을 위해서 산다'는 메이웨더는 자신의 SNS에 명품을 산 수천만원대의 영수증을 올리는 허세 가득한 일을 한다거나 '머니(Money) 메이웨더'라 불리는걸 즐기며 현금다발을 굳이 들고 다니며 카메라에 대고 현금을 던지기도 한다.


악동은 악동을 알아본다? 가요계 최고 악동 저스틴 비버(왼쪽)는 메이웨더(오른쪽)의 타이틀 매치에 벨트를 들어주는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광적으로 자신의 명성이 낮춰지는 것에 대해 싫어하기도 한다. 단적으로 올림픽 동메달이 본인의 집이 아닌 누나의 집에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은 금메달을 받아야하는 사람이라 동메달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평생을 해도 얻지 못하는 올림픽 동메달을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끄러워할 정도의 강한 자의식을 가진 것이다.

메이웨더는 스스로를 '복서(Boxer)'이기 이전에 '보여주는 사람(Performer)'라고 지칭하며 자신은 '티켓을 파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한 누가 봐도 비슷한 대전료를 나눠가져야 하는 이번 경기에 대해서도 '자신이 대전료의 60%를 가지지 않는다면 경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버텨 결국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도 했다.

실제로 범죄로 인해 감옥살이까지하기도 한 그는 단지 '강하다'는 것만으로 이정도로 대단한 복서로 추앙받지 않는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2,3시간 잘 각오를 해야한다. 어떨 때는 이틀 밤을 새야할 수도 있다. 파티를 하고 잠을 자는 것보다 더 성공을 원해야한다"고 말하는 노력파이다. 천부적 재능과 함께 그에 걸맞은 노력할 줄 아는, 거저 얻은 복싱 실력이 아닌 것이다.

어쩌면 파퀴아오와 극단의 지점에서 '선과 악'의 구도로 이번 경기를 몰아가며 흥행에 절대적 역할을 한 그는 '실력으로 보여주는 자만'을 가진 미워할 수 없는 악인이다.

"어떤 녀석이 '난 메이웨더가 지는 쪽에 돈을 걸래'라고 말한다면 그 녀석은 계속 돈을 낼 수밖에 없을걸? 그리고 날 좋아하든 싫어하든, 넌 내 경기를 보게 될거야. 난 역사적 가장 위대한 복서니까."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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