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2년전만해도 세계 랭킹은커녕 국내에서도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세계 랭킹 11위다. 국내 탁구계에서는 사실상의 에이스로 인정받고 일반인들에게는 얼굴 예쁜 탁구선수로 통한다.

남성잡지의 표지모델까지 할 정도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서효원(28·한국 마사회)은 화려했던 화보의 모습을 뒤로 하고 오는 26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준비를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땀 흘리고 있었다. ‘좌절할 시간도 없었다'며 힘든 시기를 회상하는 현 한국대표팀 여자 탁구의 에이스이자 ‘대기만성’의 표본, 서효원. 그녀를 만났다.

▶초코파이가 좋아 시작한 탁구, 그러나 맺지 못하는 결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탁구할 사람을 물어서 탁구하면 오전에만 수업하고 오후에는 공부 안해도 되니까 손들었어요. 당시엔 키가 컸거든요. 하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간식이 좋았어요. 특히 초코파이를 매일 줘서 그 덕분에 탁구를 시작하게 됐죠.”

초등학교 5학년 때 학년별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선수로서의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는 서효원은 현재의 위상과는 다르게 유망주시절, 큰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청소년 대표도 한 적이 없어요. 특히 고등학교 때 탁구라켓 러버를 바꾸고 몸에 안 맞는데도 연습을 참고 하다 보니 결국 스무 살이 됐을 때 허리 디스크가 터져버렸죠. 구멍을 내서 수술을 받고 전문적인 재활도 없이 혼자 재활을 했죠. 힘든 시기였는데 동료들이 훈련하는 거 보면서 ‘난 대체 뭘 하지’하며 아쉬워하기도 했죠.”

서효원은 현대시멘트 탁구단에 있을 당시를 회상하며 “부상으로 국가대표는 꿈조차 꾸지도 못했다. 그저 여기서 저보다 잘하는 후배들을 밀어주고 도움되는 게 꿈이었다. 물론 나도 잘하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욕심을 내려놨었다”며 회한에 잠겼다.

▶26세의 늦깎이 국가대표, 세계랭킹 8위에 오르다

서효원이 국가대표 발탁된 것은 2013년. 물론 그전에 상비군까지는 뽑히긴 했지만 선발로 뽑힌 것은 스물여섯 살 때였다.

유승민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시기는 22세. 현재 서효원과 대표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양하은은 고작 20세다. 어린 나이에 일찍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지만 서효원은 당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다.

“결국 대표선수가 될 수 있었던 건 현대시멘트단 해체 후 마사회로 가고 나서부터였죠. 현정화 감독님을 만나고 팀에서 지원해주고 시합을 많이 하다 보니 당시에 전 ‘난 왜 성공하지 못하지’라고 좌절할 시간도 없었어요. 차라리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 더 힘들었을 거예요. 좌절할 시간이 없다 보니 노력만 한 거죠. 그리고 전 탁구를 포기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 없어요. 그러다 보니 감독님도 저에게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해주시더라고요.”

대표팀 훈련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도리어 서효원은 “전 단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리어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중국 선수들은 이것보다 더하겠지’라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연습벌레다. 강문수 총감독 역시 “효원이는 선천적 재능도 재능이지만 후천적 노력이 엄청난 선수”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런 서효원은 지난해 1월 국제탁구연맹(ITTF)에서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8위까지 오르며 현 한국대표팀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사실 세계랭킹 10위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5위권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요. 5위권 정도는 들어가야 다가오는 리우 올림픽에서도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지 않겠어요? 오직 2016 리우 올림픽만을 보고 몰두하고 있어요.”

▶남성화보 표지 모델 비화와 ‘얼짱’에 대한 생각

서효원은 남성 잡지 맥심(MAXIM)의 3월호 표지모델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녀는 “처음에 제의를 받고 주위에서 그 잡지의 성격을 아무도 모르고 그냥 ‘OK’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모델들 사진이 너무 야해서 그만두려고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며 부끄러워했다.

“해외 원정가면 다른 외국선수들도 저한테 그 잡지에서 취한 포즈를 따라하며 놀려요. 사실 전 커피회사 잡지인줄 알았어요(맥심은 커피 브랜드 명이기도 하다). 사실 그건 제가 아니에요. 볼륨감이나 그런 것도 2배이상으로 나왔더라고요. 저도 놀랐어요. 주위에서는 ‘예쁘다’고 해주시고 하고 ‘너 맞냐’고 웃으시기도 하는데 일단 반응은 좋아요. 물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제가 표지인 잡지를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요.”


3월 맥심 한국판 표지모델로 활동한 서효원. 맥심

‘탁구 얼짱’이라는 수식어는 서효원에게 항상 따라붙는다. 그러나 자신을 ‘흔한 얼굴’이라며 겸손해하는 서효원은 ‘얼짱’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 거부감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좋은 표현이잖아요. ‘탁구 얼짱’이라고 하면 어떻게든 탁구가 한번 더 언급되는 거니까 좋았어요. 전 탁구가 인기종목이 됐으면 하거든요. 주위 분들도 장난으로 절 이름대신 ‘얼짱’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전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저도 장난으로 ‘얼짱’이라고 부르면 ‘네?’하고 대답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물론 부끄럽기도 했지만 저 때문에 탁구를 보시면 다른 선수도 보고하면서 탁구에 관심도 많이 가지고 응원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메이저대회서 부진했던 한국 탁구, 2016 리우의 반전을 기다린다

소위 메이저대회라 여겨지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최근 성적이 분명 실망스럽다. 2012 런던에서는 남자 단체팀이 은메달 하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남자 단체팀의 은메달정도가 다였다. 여자는 아시안게임 개인 동메달(양하은)정도가 전부였다.

“제가 국가대표가 됐던 2013년부터 세대교체가 시작됐어요. 분명 저희는 부진했어요. 저 역시 아시안게임 부진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했어요. 런던, 인천에서 실패를 맛보며 선수단 내에서도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분명 그 대회들이 준 좌절로 저희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더 잘할거라고 믿고 있어요. 지켜봐주세요.”

김 총감독 역시 “결국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줘야 탁구 저변에 변화가 생긴다”며 이번 리우에서는 분명 다를 것임을 다짐했다. 서효원 역시 마음가짐을 바꿔 런던에 도전하고 있었다.

“전 ‘동메달이라도 땄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코치님께서 그런 마음가짐보다 ‘난 금메달을 따야만 해’라고 생각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상대 중국선수들은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해’라고 생각하는데 전 ‘동메달이라도 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일단 마음가짐부터 차이가 있다는 거죠. 실제로 마음가짐을 바꾸니 연습과정도 달라졌어요. 지금도 눈 앞에 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야한다’고 생각하며 대회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현정화 감독이 롤모델… 수비형 선수도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

서효원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망설임도 없이 서효원은 현 한국마사회 탁구단의 현정화 감독을 언급했다.

“물론 현 감독님께서 해내신 위대한 그랜드 슬램(.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 세계선수권 제패)의 업적도 대단하죠. 그런데 전 선수촌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현정화 감독님의 일화가 마음에 들어요. 선수시절에 양말이 젖을 때까지 훈련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정도로 열심히 하는게 중요한거죠.”

아직은 메이저대회 메달이 없는 서효원은 “분명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메달을 꼭 따내고 은퇴하고 싶다”며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메달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서효원은 마음 속에 품은 채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후배들, 혹은 어린 선수들에게 저 같은 수비형 선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어린 선수들이 다들 수비형 선수를 잘 안 하려고 해요. ‘수비형 선수는 1등을 못한다’는 편견 때문이죠. 또 한국이 현재 수비형 선수들이 1등이니까(남자 주세혁, 여자 서효원) 안 되는 거라고들 하시는데 그게 아니라는걸 보여드릴게요. 또 ‘공이 플라스틱으로 바뀌어서 수비형 선수가 불리하다’는데 그 말이 제일 싫어요. 전 수비형 선수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 부정적 말들이 저에게 오기가 됐어요. 제가 반드시 1등을 해서 수비형 선수도 1등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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