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전 어릴 때부터 수영만 해왔습니다. '그런 나에게 왜 이런 일이'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정말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를 전합니다."

박태환(26·인천광역시청)이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아직 한국 나이로 27세밖에 되지 않은 '한국 수영사의 단 하나의 인물'이었던 그가 고개 숙여 눈물을 보이며 사죄했다. 일단 올림픽 출전 여부보다 '반성이 먼저'라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태환에게는 지난해 9월 도핑 양성반응 이후 7개월동안이 지옥 속을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잠실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물파동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윤 변호사도 함께했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해 7월 말 서울의 한 병원에서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 주사제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박태환 측은 병원장을 지난 1월 검찰에 기소했고, 검찰 수사 결과 유죄가 인정돼 병원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3일에는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18개월간의 자격정지를 당했다. 이에 따라 박태환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했던 은메달(1개)과 동메달(5개)을 박탈당했지만 내년 8월5일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 출전의 길은 남겨둔 바 있다. 박태환의 징계는 2014년 9월 3일부터 시작돼 2016년 3월 2일까지다.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태환은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나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드리게되서 말로 다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10년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됐다. 주위에서는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에 억울하지 않냐, 보란 듯 재기하라고도 이야기한다. 그렇게 딴 메달이 무슨 의미 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모든 말씀을 깊이 새겨듣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지난 23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왜 너 같은 선수가 그런 성분이 몸에 들어가는 것을 방치했느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이런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 수영장 밖의 세상에 무지했다. 저의 불찰이다. 다시 한 번 이번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도핑 사실을 안 후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했던 것이 컸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주사를 놓치 못하게 했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라며 "수영 하나만 알고 수영으로 사랑받아온 제가 수영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 박태환은 긴장되고 떨리는 목소리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호르몬 주사인지 전혀 몰랐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태환은 "피부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은 도핑 검사가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정말 모르고 맞은 주사다"라며 "병원 측에서는 도핑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기회가 생긴다면 출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실망하신걸 안다. 올림픽에 나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딜 수 있다"고 말해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살짝 엿보였다.

그러나 박태환은 이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 듯 "하지만 이 순간 제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슴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올림픽 출전여부를 말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고 이내 자세를 고쳤다.

기자회견 내용중에는 다소 석연찮은 내용도 있어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약물투여 자료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태환의 변호사는 "형사재판의 진행여부를 보고 판단해 달라"며 구체적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어린나이에 자신이 어떤 말을 할지 전 국민이 지켜보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벅찬 듯 박태환은 억울함과 죄송함, 그리고 떨림이 섞인 눈물로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말대로 '영웅신화'는 한순간에 '약쟁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박태환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과 희열을 선사했고, 전혀 의도치 않고 몰랐던 주사 하나로 인해 명성이 더럽혀졌다. 박태환은 평생을 속죄하게 살겠다며 용서를 빌었다. 박태환을 용서할지의 유무는 이제 국민의 손에 달렸다.

사진=장동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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