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인천국제공항=이재호 기자] 모두가 예상했던 24개월의 징계가 아닌 무려 6개월이나 줄어든 18개월 자격정지의 징계였다. 이 결정은 2016 리우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박태환(26·인천광역시청)의 청문회에 참석했던 이기흥 대한수영연맹회장은 2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제수영연맹(FINA)이 박태환이라는 ‘거물’에 대한 예우가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박태환의 징계 감면의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이기흥 회장은 25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위스에서 귀국했다.

이 회장은 박태환의 금지약물 양성반응에 대한 청문회를 위해 스위스까지 박태환과 동행한 뒤 이날 박태환보다 먼저 귀국했다. 이 회장은 적극적으로 박태환의 변호를 위해 FINA 측과 꾸준히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직후 취재진과 만난 이 회장은 예상됐던 24개월 징계가 아닌 18개월 징계로 감면된 것에 대해 “FINA도 박태환이 아시아와 세계 수영 발전에 기여한 것을 인정하고 평가해줬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FINA가 아시아 수영을 세계에 알린 박태환의 공로와 함께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세계 수영계의 기류를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태환은 수영에서 극도로 부진을 보이던 아시아대륙이 낳은 몇 안 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며 박태환의 존재로 인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수영 유망주들이 꿈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FINA 측도 무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8개월 징계로 준 것은 사실상 FINA 측이 2016 리우 올림픽 출전에 대한 ‘그린라이트’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태환의 징계는 2014년 9월 3일부터 시작돼 2016년 3월 2일까지다. 2016년 8월로 예정된 리우 올림픽 참가에는 문제가 없다.


귀국 직후 취재진과 박태환의 징계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

이 회장은 “FINA 측 역시 박태환에게 장기간의 징계로 오명을 안겨주기보다 차라리 그 오명을 씻을 기회를 주자고 생각한 것 같다”며 분명 FINA 역시 박태환이라는 ‘거물’을 매정하게 버리지 못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FINA는 이례적으로 청문회 직후 3~4시간 만에 징계를 발표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워낙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기에 FINA 역시 극도로 예민하게 움직였다.

문제는 국내규정이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대한체육회의 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에 따르면 금지약물로 징계를 받은 자는 징계 만료 3년이 지나야만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있다.

결국 이 규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불가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아직 규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박태환이 스스로 봉사활동 등 여러 방면으로 철저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야한다. 이후 자연스럽게 복귀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 그때 어떤 것이 공익에 더 나은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 개정은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지만 최소한 ‘박태환을 위해 규정 개정을 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은 만큼 대한체육회도 박태환의 국가대표 복귀에 대해 먼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도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실세’로 여겨지는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더욱 힘 있게 뒷받침해준다.

아직 구체적인 박태환의 귀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박태환이 귀국과 동시에 실망시킨 팬들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조만간 박태환이 직접 입장 표명을 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청문회는 도리어 박태환이라는 존재가 한국 쳬육계는 물론 세계 체육계에서도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자리였다. 박태환에 대한 징계감면과 이를 계기로 산술적으로 얻게 된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 속에서 과연 박태환이 귀국 후 사과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줘 국민 여론을 반전시키느냐가 그의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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