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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1994년 3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야구팬들은 한 아시아선수의 `기괴한 행동'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미국 무대에 단 한 번도 선 적이 없었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한 청년이 시범경기 마운드에 서자마자 대뜸 허리를 굽히는 인사를 한 것. 악수나 단순히 손을 드는 인사 등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는 일단 90도 인사가 낯선 것은 물론이고 마운드에서 투구 외의 동작을 한다는 것도 기이했다.



박찬호는 이 행동에 대해 "심판에 대한 한국적 예의"라고 설명했고 이는 연신 미국 언론에 크게 화제가 됐다. 미국 심판진 역시 "익숙하지는 않지만 결코 싫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칭찬했고 한 매체는 "보기 좋은 충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박찬호는 마운드에서 계속 이같은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통산 124승의 아시아 출신 역대 최다승 투수에 오르는 입지적인 인물로 남게 된다.

당시 만 21세에 지나지 않았던 박찬호가 '한국식 인사를 하면 주목을 받을 것이다'라는 다분히 의도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저 박찬호는 공주고나 한양대 시절 늘 그랬듯, 경기 시작 전 심판에게 마음을 담아 존경의 의미를 보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박찬호의 사소한 배려와 예의는 그가 단순한 '개척자'를 넘어 '메이저리그 최고의 아시아 선수'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인지도 모른다.



프로농구 창원 LG의 제퍼슨이 결국 퇴출당했다. 단순히 제퍼슨이 애국가 도중 스트레칭을 했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그 이후 이어진 사과와 별개로 그가 보여준 '진정성'의 문제인 것이다.

제퍼슨은 1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국민의례 중 혼자 몸을 풀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19일 곧바로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과 기자회견 바로 직전 제퍼슨이 자신의 SNS를 통해 손가락 욕이 담긴 사진을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였다. 기자회견에서 용서를 구했지만 이와 같은 어이없는 행동에 누구도 그의 사과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기야 LG구단은 다음날 곧바로 그의 퇴출을 발표했다.

그의 말대로 몸이 안 좋아 스트레칭이 필요해 국민의례 중 몸을 푼 것은 보기에 따라 납득할 수도 있다.하지만 문제는 그가 기자회견 직전에 보여준 무례함이다. 과연 그의 사과는 진정성이 있기나 했던 것일까.

박찬호는 타국에서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그 방법은 진정성이 가득 담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한국식 인사였기에 돌발 행동임에도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퍼슨은 진정성도 없는 얼토당토 않는 말들로 변명어린 사과만 했고 결국 퇴출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첫 논란이 됐던 제퍼슨의 국민의례 중 스트레칭 장면

제퍼슨은 물론 뛰어난 외국인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논란만 만들고 간 외인으로 한국 농구사에 남게 됐고 그 꼬리표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남긴 족적과의 크나큰 차이는 어쩌면 '진정성'이라는 단순한 단어를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진= ⓒAFPBBNews = News1, KBL 제공, MBC 스포츠플러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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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3/20 16:48:11   수정시간 : 2015/03/20 17: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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