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운동 잘할 것 같은 이미지잖아요? 근데 저 완전 '운동치'예요. 처음 배운 운동은 정말 일반인들 보다 훨씬 못해요."(신수지)

"운동을 필요로 하는 방송 섭외가 들어오잖아요? 그럼 일단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해요. 방송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참 미숙하거든요."(신수지 매니저)

신수지(24)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많은 이들은 아마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와 수려한 외모, 국가대표 체조선수에서 프로 볼링 선수로 금방 전향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운동신경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프로볼러 데뷔전을 마친 후 본사를 내방한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떠오른 생각은 항상 완벽하고 모든 걸 가진 줄만 알았던 그에게도 또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단점이 될 만한 얘기를 감추기보다 도리어 당당히 드러냈다. 그 자신감은 바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최고의 무기인 '노력'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것이었다.


[볼링, 체조, 야구, 골프 등 해볼 거 다 해보고 사는 듯한 신수지의 모습. 이혜영기자, 스포츠코리아, J골프 매거진 제공]

▶신수지가 '노력'에 목맬 수밖에 없었던 사연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밝히기도 했지만 신수지가 체조선수로서도 큰 족적을 남기고, 볼링 선수로서도 금방 프로까지 데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가족'이었다.

"아무래도 체조가 화려한 종목이다 보니 다들 크게 고생 안하고 좋은 집안에서 자란 줄 아세요. 하지만 그건 오해예요. 정말 시설이 열악해서 훈련장소가 없어 여기저기 전전한 게 선수생활의 전부였어요."

단순히 국내 무대를 목표로 했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에서 비인기종목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올림픽 무대에서 성적을 내야만 했다. 올림픽에서 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 달에 3,000만원 가량이 들어가는 러시아 전지훈련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손연재 등이 자주 전지훈련을 떠나 익숙하게 들리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한 풍경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러시아 생활을 결정한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셨어요. 저희 집이 정말 예뻤거든요. 그 집을 내놓으신 후에도 사정이 힘들자 아버지께서는 낮에는 직장을 다니시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셨어요. 어느 날 잠시 한국에 들어와 새벽에 자고 있는데 '쾅'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봤어요. 아버지께서 대리운전을 마치시고 과로로 집에서 풀썩 쓰러지셨던 거죠. 그 뒤로는 힘들고 아픈 것도 모르고 그저 죽어라 훈련했어요. 힘들 때면 '이거 아니면 나 죽을 거야', '훈련비가 하루에 돈이 얼만데… 이거 다 아버지가 어떻게 번 돈인데'하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부모님이 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힘든 게 어디 있어요."

▶"운동은 다 잘할 것처럼 보이죠? 저 '운동치'랍니다"

체조 국가대표까지 했던 신수지는 현재는 프로볼러가 돼 데뷔전까지 마쳤다. 인생을 살면서 일반인들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하는 선수생활을 두 종목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체조, 볼링만이 아니라 신수지는 사회인 야구단에 골프까지 섭렵하고 있다. 인생을 마음껏 즐기고 해볼 거 다해보고 산다는 부러움 섞인 말에 신수지는 손사래 쳤다

"제가 갇혀서 하는 체조만 초등학생 때부터 하다 보니 쌓인 게 많았나 봐요.(웃음) 사실 뭐든 처음 하는 것은 전 항상 꼴찌예요. 야구도 처음에는 헛스윙만 하고 공 한번 맞히지 못했어요. 하지만 운동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력을 해야 그에 맞는 실력을 얻을 수 있는가를 잘 알고 있어요. 사실 전 노력파예요. 하나를 하겠다고 결심하면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해요. 다른 스케줄로 피곤해도 운동에 있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제 성격이에요.

신수지는 매사에 있어 '노력'을 강조했다. 체조 국가대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더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제게 운동이란 진짜 노력하지 않는 이상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영역이에요. 볼링을 하게 된 계기가 친구랑 재미로 쳤을 때 제가 너무 못해서 팀원들에게 폐가 되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였어요. 더 노력해야만 해요. 체조 후배들도 그래요. 후배들이 훈련이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요즘 훈련량이 정말 그 정도로 힘든가에 대해 전 동의하지 못해요.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만 체조강국들을 따라잡고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요. 전 이제 은퇴했지만 후배들이 더 노력해주고 훈련에 매진하길 바라고 있어요."


[신수지는 프로 볼링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손가락이 퉁퉁 부어 맞지 않을 정도로 노력, 또 노력했다]

▶"외모, 신체에 대한 관심? 실력도 함께 보게 노력해야죠."

아무래도 신수지와 관련된 기사나 언론의 관심은 다방면에서 뛰어난 실력도 있지만 체조선수 출신만이 가지는 탄탄한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에 있다. 단순히 신수지만이 아닌 많은 여자선수들이 온전히 실력으로 평가 받기보다 경기력 외적인 부분에 더 부각되고 혹은 그것으로 인해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외향적인 부분이 그 종목의 흥행에 있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모든 분들이 꼭 제 외형만 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닌 분들도 많다는 걸 알고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개인의 취향이니 비난할 수만은 없어요. 어떻게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자체가 일단 감사한 일이요. 하지만 이제는 '프로'볼러가 된 이상 실력으로 더 주목 받도록 해야죠. 실력이 더 뛰어나면 자연스레 외모보다 실력으로 이슈가 되지 않을까요?"

신수지에게 '볼링선수'로서의 꿈과 결국 최종목적지가 될 '체조 지도자'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왕 선수로 시작했으니 꼭 볼링에서도 정상에 올라야죠. 물론 쫓는 자의 입장이 훨씬 짜릿하지만 정상에 올라 남들의 견제와 시선을 나의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그 희열을 다시 맛보고 싶어요. 그래도 결국 전 체조 지도자가 되어야죠. 지도자로서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다져진 엘리트 선수를 배출해 금메달까지 따게 해주고 싶어요. 결국 제가 돌아갈 곳은 체조계이고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에게는 이루게 하고 싶네요"

장소협찬=충무로 코끼리 볼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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