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김윤희 기자]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다소 진부한 표현을 빌려야겠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냈을 때는 갑작스럽게 ‘미녀 검객’으로 관심을 받다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 후에는 ‘사과베기 소녀’로 알려졌다.

어느새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고 몰래 ‘사과, 사과’라며 수근거리는 사람도 많아졌다. 아리따운 외모와 반대되게 공중을 날아다니고 창과 검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세계 정상급 우슈 실력으로 반전매력을 뽐내는 서희주(22·광주광역시우슈협회)가 스포츠 한국을 내방해 아시안게임, 방송출연 이후의 생활과 여태껏 밝히지 않았던 남모를 고충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아버지가 우슈 관장이라 시작… 여성 최초 메달리스트 실감 안나

서희주의 아버지는 우슈 체육관의 관장이었다.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우슈를 접한 서희주는 대회를 나가며 승부욕이 붙어 본격적으로 선수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7살 때 시작해서 놀러다니 듯이 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에 나가며 본격적으로 우슈의 길을 걸었죠. 중 3때 처음으로 청소년 대표로 발탁되며 선수로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중국 전통 무술의 하나인 우슈는 표현 종목인 투로와 격투 종목인 산타로 나뉜다. 1989년이 돼서야 국내에 협회가 생기면서 조금씩 보급됐지만 여전히 우슈에 대한 관심과 환경은 열악하다. 그러나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것은 기대를 받았던 사격도 아닌 바로 우슈였다.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의 첫 메달이 이하성 선수(남자 투로)였잖아요. 메달 딴 게 정말 부러웠어요. 첫 메달이다 보니 크게 화제가 되고 우슈도 관심을 받다보니 다음날 경기가 있던 저에게도 큰 힘이 됐죠.”

서희주는 아시안게임에서 우슈 여성 투로종목의 메달을 따낸 첫 선수가 됐다. 서희주는 “사실 아직도 최초 메달리스트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자부심이라기보다 여자선수들이 특히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여자 우슈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라며 동메달을 따냈던 감격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그리고 라디오스타 출연 그 이후

서희주가 대중들에게 조금씩 인식된 것은 역시 예쁜 외모를 가지고 땀을 흘리며 동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으면서부터다. 이때 ‘얼짱 검객’, ‘미녀 우슈선수’ 등으로 조금씩 알려졌던 서희주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출연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회상한다.

“대회 다음날 코치님을 통해서 방송사에서 출연 제의가 왔어요. 많이 놀랐죠. 촬영하면서도 많이 긴장해서 말을 잘 못했어요. 그때 칼로 사과를 베는 시범을 보였는데 그게 인상적이셨는지 방송 이후 사람들이 알아보시고 ‘사과, 사과’라며 소곤대시더라고요(웃음). 정말 방송 출연이후 많은 분들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주위에서도 장난스럽게 ‘서스타’라고 부르며 띄워주시기도 했죠.”

서희주는 방송 출연 이후 경기력이 떨어졌다거나 하는 시선이 나올까봐 훈련에 더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나 방송 출연을 할 때마다 ‘이걸 하고 나면 더 열심히 훈련해야지’하고 스스로 다짐하는 스타일입니다. 미디어에 노출되고 나면 대회 결과에 따라 뒷말이 많을 것을 알아요.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렇게 미디어에 많이 나오면 우슈가 더 알려지게 되니 책임감도 있고 우슈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니 시켜주시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요.”

▶30대에도 선수생활 가능한 우슈, 그럼에도 은퇴를 고민하는 이유

세계의 우슈 선수들 중에 30대 선수도 많다. 20대 후반의 여자 선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나이로도 고작 23세인 서희주는 은퇴를 고민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넉넉하지 못한 재정적인 부담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학비도 내야하고 훈련비도 충당해야하는데 성인이 돼서 언제까지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잖아요. 실업팀도 없다보니 계속 운동을 하기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요. 선수촌에 들어갈 때는 훈련에 매진할 수 있지만 선수촌을 나오면 칼과 창을 사는 비용, 중국 전지훈련비 등을 모두 자비로 해결해야하거든요. 부모님께 죄송하죠."

"아무래도 한국 여자 우슈의 환경이 안 좋다보니 다른 선배들도 일찍 은퇴를 하세요.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가 없다할지라도 말이죠. 만일 스폰서라든지 지원이 있다면 마음 같아서는 더 운동을 하고 싶어요. 물론 어릴 때부터 운동만하다보니 지친 것도 은퇴를 고려하는 이유에 포함되기도 하지만요."

서희주가 은퇴시기로 잡고 있는 것은 일단 올해 11월 열리는 인도네시아 세계선수권대회다. 일단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만족스럽런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현역 연장도 생각하고 있다.

“아직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에요. 전공을 살려서 체육교사가 되는 것도 고민하고 있고, 우슈 지도자 역시 꿈꾸고 있어요. 특히 여자 우슈 선수들을 가르치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여성성을 강조하는 우슈를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운동선수의 미모, 그리고 ‘롤모델’ 김연아

스포츠 선수, 특히 여자 선수로서 외모는 이슈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남자 선수들 보다 더욱 주목이 되기도 한다. 경기력과 상관없이 단순히 외모만으로 여자 선수가 인정받고 안 받고가 결정되는 것이 암묵적인 사회분위기이기도 하다. 전혀 얼굴에 칼을 대본 적 없다는 서희주 역시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사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에요. 저 역시 미디어에 노출이 될 때 메이크업이나 외모에 더 신경을 써요. 사실 스포츠를 하는 입장에서 경기력과 외모는 전혀 상관이 없죠. 하지만 이슈가 될 때는 외모가 큰 영향을 줘요. 저 역시 동메달을 따냈음에도 주목을 받았던 것이 외모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건 분명 운 좋은 득이라고 생각해요.”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서희주는 망설임 없이 피겨의 김연아를 꼽았다.

“사실 피겨도 우슈와 마찬가지로 비인기 종목이었잖아요. 하지만 김연아 선수를 통해 온 국민들이 피겨를 알게 되고 인정했고, 자랑스러워하잖아요. 그 점을 정말 닮고 싶어요. 저 역시 연아 언니처럼 제 종목인 우슈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그보다 영광스러울 수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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