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차량이 반환점 못 찾아 선두권 선수들 코스 이탈하고 실격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유도차량이 반환점을 찾지 못해 선두그룹을 형성하던 선수들이 탈락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디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마라토너들이 행인에게 돈을 빌려 지하철을 타고 결승점에 도착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고 전했다.

20일 인도 남부 카나타카주 수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방갈로르 마라톤대회에서 21㎞ 하프 마라톤 부문에 참가한 3명의 선수는 유도차량을 따라 레이스를 펼치다 코스를 이탈했다.

유도차량은 16㎞ 지점에 설치된 반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당연히 선수들도 유도차량을 따랐다.

선수들은 4㎞를 더 달린 후에야 코스를 이탈했다는 걸 깨달았다.

선두권을 형성하다 코스를 이탈한 인드라짓 파텔은 "갑자기 응원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며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고 떠올렸다.

파텔은 "반환점 근처에서 우리에게 제대로 된 코스를 알려줘야 할 조직위원회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며 "명백한 조직위의 실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파텔과 함께 달리던 소지 매튜는 "우리가 코스를 이탈했다는 걸 깨닫고 행인들에게 방향을 다시 물어봤다. 하지만 다들 '모른다'고 했다"며 "결국 얼굴도 알지 못하는 행인에게 30루비를 빌려 지하철을 타고 결승점 근처까지 이동했다"고 털어놨다.

결승점에 도착한 이들은 실격 판정을 받은 후 조직위원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다멘드라 쿠마르 조직위원장은 "의료차량이 유도차 역할을 했는데 큰 실수를 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실격처리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여자부 풀 코스 경기에서도 유도차량 실수로 몇몇 선수가 코스를 이탈했다.

이들은 "TV 중계차량이 코스를 가로막고 있어 다른 길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며 방송사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코스 이탈은 물론 일반 팬들이 마라톤 코스 위로 뛰어들거나, 일반 차량이 진입하는 등 황당한 일들이 이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디아는 "선수들이 달리는 것에만 집중할 환경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