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인천=김성태 기자]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팀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그 가운데는 개인종합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의 힘이 절대적으로 컸다. 바로 손연재(20·연세대)다.

손연재는 전날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B조 개인종합 예선 및 단체전에서 볼 17.833점, 후프 17.850점, 리본 17.983점, 곤봉 18.016점을 기록했다.

4개의 종목에서 점수가 가장 낮은 볼을 제외한 나머지 3종목에서 손연재는 53.849를 기록, 앞서 열렸던 A조에서 예선 1위를 차지한 덩썬웨(중국)의 52.883점을 제치고 당당히 예선 1위를 기록했다.


전날 손연재는 4개의 종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했던 곤봉 종목에서 18.016을 기록하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8점이 넘는 점수를 획득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손연재는 지난 9월, 터키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해 개인종합 4위 겸 후프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활약을 선보이며 꾸준히 경기감각을 끌어올렸다.

28일에 입국한 뒤, 3일만에 아시안게임을 소화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낸 손연재이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손연재에게 목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단식 동메달을 따냈지만, 팀 경기에서는 일본에게 밀려 메달 획득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의 목표는 확고했다. 주변의 기대와 부담감은 있었지만, 오히려 손연재는 훌훌 털어버렸다.

긴장하는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4개 종목에서 모두 여유있는 모습과 더불어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며 제 몫을 다했다.

결과 역시 완벽했다. 개인종합 예선에서 1위, 그리고 팀 경기에서는 총 합계 164.046점을 받아 우즈베키스탄(170.130점)에 이어 2위를 기록, 대한민국 최초 팀 경기 은메달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손연재는 "팀 경기다보니 개인전보다 더 긴장했다. 하지만 다 같이 목에 메달을 거는 것을 항상 꿈꿔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개인종합 예선 1위를 했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다. 내일은 새로운 경기의 시작이자 새로운 하루이기 때문에 잘 보완해서 제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손연재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더 높은 실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지만, 타향에서 전지훈련을 오랜 기간동안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또한 최선을 다해서 훈련에 집중, 세계선수권이나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일부 팬들은 항상 그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을 펼쳐보였다.

아무리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얻어내더라도, 응원보다 비난이 먼저였기에 그 과정을 참고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날 개인종합 예선 1위를 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손연재의 모습에서 최고를 향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리듬체조는 피겨나 수영과 마찬가지로 한국에게 있어 불모지와 같은 종목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나 박태환 같은 독보적인 선수가 등장, 세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국민들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고 자신감을 얻었고 시름을 덜었다. 두 선수 모두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 최고의 선수들이다.

손연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리듬체조계에 한 획을 긋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위의 두 선수에게 벌써 익숙해진 우리가 손연재를 가볍게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혹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내거나 상위권에 근접하는 일은 손연재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가가 약점인 선수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면, 그 용이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옆에서 비를 뿌려주고 구름을 모아주어야 한다.

물론 실력이 최우선이다. 운동을 업으로 삼는 선수가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력이다. 실력도 없는데 외모 하나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한다면 비난받아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손연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공인된 점수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전날 개인종합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진짜는 바로 오늘이다.

손연재의 말처럼 내일은 새로운 경기의 시작이자 새로운 하루다.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을 많은 팬들은 응원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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