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인천=김명석 기자]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이 지난 개막식에 대한 비화를 털어놨다.

장진 감독은 30일 오전 11시 인천 송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폐막식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폐막식 프로그램을 소개한 뒤 질의응답 시간에 개막식과 관련된 아쉬움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장진 감독은 개막식을 깎아 내린 언론들의 보도에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최종 성화 점화자의 캐스팅 과정과 당초 성화 점화 장면의 의도, 카메라 리허설과 관련된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질의응답이 끝난 뒤에도 장진 감독은 할 말이 남은 듯 "따로 자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류스타로 가득? 많은 시민·다양한 문화인사 왜 무시하나"

장진 감독은 가장 먼저 개막식을 한류스타에만 초점을 맞춘 언론의 지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개막식 당시 문화공연의 경우 한류스타 단 2명이 함께했다. 그 자리에는 1,500여 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면서 "그런데도 언론들은 그저 한류스타들로 도배되었다고 기사를 냈다"고 아쉬워했다.

장 감독은 이어 "발레리나 강수진 씨, 고은 시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등 많은 문화인들도 참여했다"며 "그러나 이 분들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 보도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클릭을 유도한 흥미위주의 기사들이 많아 아쉬웠다"며 일침을 가했다.

장 감독은 또 "개회식에 참여한 많은 인천시민들을 비롯해 수많은 의미들은 다루지 않았다. 그들을 위한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며 한류스타에만 포커스를 맞춘 보도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종 성화 점화자 캐스팅, 우리의 몫 아니었다"

성화 최종 점화가 영화배우 이영애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장진 감독은 비화를 공개했다. 개막식 당시에는 비스포츠인 이영애가 최종 성화 점화자가 된 것에 대한 국내는 물론 외신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해 장진 감독은 "총감독과 총연출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모든 캐스팅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대회를 위해 일하는 커다란 조직이 있다. 연출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그 결정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즉, 최종 성화 점화자의 캐스팅은 임권택·장진 감독이 아닌 사실상 조직위원회의 몫이었고, 두 감독은 조직위원회의 결정 안에서 최종 성화 점화 장면을 구성해야 했다는 의미다.

"성화 점화 장면, 우리 의도와 다르게 방송됐다"

성화 점화 장면 역시 장진 감독은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중계 화면에 비춰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TV 중계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지난 개막식 직후 임권택 감독 역시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장진 감독은 "우리도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다만 성화 점화 장면의 연출은 성화 점화자로 나선 두 꿈나무, 다이빙 선수 김영호(12) 군과 리듬체조 선수 김주원(13) 양을 이영애 씨가 보호해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영애 씨가 엄마의 모습, 보호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초 의도였지만, 중계 화면에는 정작 이영애 씨만 잡혔다"며 "중계진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장 감독은 이어 "당시 중계팀이 워낙 바빴다. 리허설도 한번 밖에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만들고자 하는 사람과 찍어서 보내는 사람 사이의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정말 많이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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