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송도=김명석 기자] 23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메인프레스센터(MPC). 오전 10시가 되자 북한을 의미한 'DPR Korea'가 새겨진 선수단복을 입은 선수들이 MPC에 들어섰다. 입구에서부터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은 선수들은 역도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북한의 엄윤철(23)과 김은국(26)이었다.

엄윤철과 김은국은 지난 20일과 21일 각각 역도 남자 56kg급과 62kg급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뤘다.

MPC 2층 비추온 기자회견장은 많은 취재진들로 붐볐다. 국내 취재기자들은 물론 외신 기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쉽게 듣기 어려운 북한 선수들의 '멘트'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질문도 다양하게 쏟아졌다. 역도 세계신기록에 대한 질문 외에도 한국의 방문 소감과 금메달에 대한 혜택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의 답변은 한정적이었다. 대부분의 답변은 '김정은 국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귀결됐다.

김은국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번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 뿐만 아니라 늘 고통이 따랐다"면서도 "그러나 김정은 수령님의 사랑과 배려 덕분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남자역도 62kg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은 북한 김은국. 스포츠코리아 제공
엄윤철은 "여기 계신 기자분들 중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는 분이 계시느냐"고 역으로 질문한 뒤 "우리는 달걀을 사상으로 채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김정은 수령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고 세계신기록을 세운 원동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국가적인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김은국은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면서 "다만 오직 김정은 수령님과 우리 인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으면 된다. 앞으로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신기록과 관련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통역을 해준 북한 관계자들의 통제에 따라 "선수로서 경기하러 온 것뿐"이라며 한국을 방문한 소감과 향후 일정에 대한 질문을 일갈했다. 이어 질문이 길어지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 지었다.

취재진들도 기자회견이 끝나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느냐'라는 엄윤철의 역질문이 다소 생소하게 들린데다 소중한 금메달의 의미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은덕'으로 돌리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답변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측에서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어렵게 성사된 기자회견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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