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자청한 터키 팬클럽 회장 알랄라 유젤 양과 '깜짝 만남'

박태환(25·인천시청)이 터키에서 날아온 한 수영 소녀의 꿈을 이뤄줬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경영 종목 첫 경기 하루 전날인 20일 오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

박태환이 훈련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가기 전 경기장 밖에서 자원봉사자 옷을 입고 기다리던 금발의 한 소녀를 만났다.

터키 이스탄불에 사는 여고생 알랄라 유젤(17) 양이었다.

유젤 양은 인천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 위해 전날 입국했다.

유젤 양이 인천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은 오로지 박태환 때문이다.

수영 선수이기도 한 유젤 양은 터키 내 박태환 팬클럽 회장을 맡을 정도로 박태환의 열성팬이다.

인천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유젤 양은 박태환을 직접 만나볼 기회라도 얻으려고 터키 주재 한국문화원을 수시로 찾아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결국 한국문화원이 조명우 인천시 행정부시장에게 이 같은 사정을 전했고, 인천시도 유젤 양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용돈을 모아 비행기 표를 산 뒤 보호자 없이 혼자 입국한 그를 위해 숙박문제는 홈스테이로 해결하고, 자원봉사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기 준비에 집중하느라 언론 노출을 꺼려온 박태환도 이 같은 소식을 듣고는 유젤 양과의 만남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태환을 만난 유젤 양은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오는 27일이 박태환의 생일인 것을 알고는 박태환의 별자리와 함께 행운을 바라는 내용 등이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유젤 양은 "박태환이 나의 별"이라며 웃어 보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박태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는 유젤 양은 박태환과 주종목이 같은 자유형 200m·400m 선수다.

어깨 부상으로 최근 2년간 공백이 있었지만 다치기 전에는 연령별 터키 최고기록을 갖고 있을 만큼 재능을 뽐냈다.

그는 부상 얘기에 박태환이 관심을 드러내자 "너무 아팠지만 박태환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젤 양이 본 박태환은 '가장 완벽한 기술을 갖춘 수영 선수'다.

매번 장린, 쑨양(이상 중국), 하기노 고스케(일본) 등 경쟁자들은 달라졌지만 박태환은 늘 정상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치르는 대회인데 얼마나 부담감이 클까"라면서 "우리에게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그는 세계 최고다"라며 박태환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박태환의 자서전인 '프리스타일 히어로'를 준비해 직접 사인도 받고 기념촬영까지 한 뒤 그의 영웅이 선수촌으로 돌아가자 유젤 양은 꾹꾹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내 삶에서 가장 큰 꿈이 이뤄졌다"며 울먹였다.

유젤 양은 아시안게임 수영경기 때 안내와 통역을 담당하며 경영 종목 경기가 끝난 뒤인 오는 27일 터키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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