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8번 홀 극적인 버디 잡고 1타차 역전 우승... "천당과 지옥 오갔다"

최종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김효주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민희 기자] 골프장 격언중에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하지 말라는 일종의 `주의'다. 그러나 이 말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15일 새벽 프랑스 에비앙 레뱅에서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대회(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김효주(19·롯데)와 백전노장 캐리 웹(40)은 평범하면서도 그렇다고 귓전으로 흘리면 안되는 이 골프장 격언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 1타차 앞선 캐리 웹의 두번째 샷이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졌다. 이어 김효주의 두번째 샷이 홀컵 4.5m 앞에 멈추자 그린을 둘러싸고 있던 갤리리들은 대역전극을 기대하는 듯 김효주를 향해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웹은 비록 내리막 라인이었지만 파는 무난한 거리였기에 김효주가 버디를 해도 최소 연장전을 벌일 수 있다는 다소 여유가 있었다. 웹은 퍼트가 아닌 웨지를 뽑아들었다. 조금이라도 백스핀을 걸어 스피드를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어프로치샷은 홀컵을 2.5m 가까이 지나쳐 굴러갔다. 다음 김효주의 4.5m 버디퍼트는 거짓말처럼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버디, 최종 합계 11언더파.

최소한 파는 할 것이라던 웹이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웹의 파 버트는 홀컵을 왼쪽으로 흘렀다. 보기, 최종합계 10언더파. 1타차 선두자리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웹의 파 퍼트를 기다리는 동안 애써 흥분을 감추고 있던 김효주가 그제서야 환하게 웃고는 2년전 이 대회에서 골프백을 들어줬던 인연으로 이번 대회에서 다시 만난 골프장 캐디 고든 로완(프랑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다음은 김효주와의 일문일답

▲마지막 18번 홀에서 카리 웹이 파 퍼트를 놓쳤는데.

-솔직히 카리 웹이 경기하는 것을 보지 않았다. 나는 내 공만 보고 있었다.

▲후반에 역전을 당해서 힘든 경기였는데.

-사실 우승을 생각하지 못했다. 후반 16번 홀에 1타차로 역전을 당했기 때문에 힘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꼭 이기겠다는 의지는 더 강해졌다.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정말로 LPGA 우승을 해 정말 기쁘다.

▲LPGA 투어 5년 출전권이 확보됐다. 언제 진출할 생각인가.

-LPGA는 이동거리가 길어 체력소모가 심하다. 일단 몸을 만들고 나서 해야 할 것 같다. 당장은 국내 경기에 계속 출전하겠다.

▲누가 가장 생각나는지.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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