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상이 그녀만 바라보았다… '퍼펙트 연기'에 관중들 기립박수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맞춰 우아한 연기를 하고 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 점수(69.97점)를 합쳐 종합 218.31점을 획득한 김연아는 4년 만에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런던(캐나다)=연합뉴스
'피겨 여왕'이 가는 길은 고스란히 전설이 된다.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은 물론 예술적인 연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의 우승자는 한국의 김연아(23)였다. 그런데 통상 시상식에서 들어왔던 녹음된 반주가 아니었다. 흰색 원피스를 입은 30여명의 캐나다 소녀 합창단은 비교적 또박또박한 어투로 '특별한' 애국가를 불렀다.

현지 합창단이 특정 선수의 국가를 부른 건 이례적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시상식 때도 녹음된 애국가가 나왔다. ISU가 보내는 일종의 오마주였다. 지난해 말 20개월의 공백을 깨고 빙판으로 돌아온 '피겨 여왕'에 대한 경의와 존경, 감사의 표시였다.

이날 USA투데이는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과 비현실적인 차이가 있었다"며 "퀸(Queen) 연아는 소치에서도 세계 최고로 군림할 것"이라고 극찬했고, 로이터 통신도 "마법 같은 우승으로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며 발 빠르게 전세계로 우승 소식을 알렸다.

김연아가 4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간) 대회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73점과 예술점수(PCS) 73.61점을 얻어 합계 148.34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 점수(69.97점)를 합쳐 종합 218.31점을 획득한 김연아는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197.89점·이탈리아)를 크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3위는 일본의 아사다(196.47점)였다.

김연아가 1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두르고 빙판 위를 돌며 광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런던(캐나다)=연합뉴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유일하게 200점대를 돌파했고, 단 한차례의 실수도 없었다. 24명의 선수 중 마지막으로 은반에 올라서는 압박감도 있었지만 세계선수권의 대미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이날 얻은 218.31점은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 신기록(228.56점)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2010, 2011 세계선수권에서 잇달아 준우승에 그친 김연아는 2009 LA 세계선수권 이후 4년 만에 당당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애절한 표정과 손동작으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기본점 10.10점)과 트리플 플립(기본점 5.30점)을 깔끔하게 뛰어올랐다. 15일 쇼트프로그램에서 레벨 3을 받은 플라잉 카멜 스핀 연기도 레벨 4를 받을 만큼 매끄러웠다.

2분이 지나 기본점에 10%의 가산점이 붙는 구간에서는 4개의 점프를 모두 성공시켰다. 트리플 러츠(기본점 6.60점)와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기본점 7.04점),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기본점 6.05점), 더블 악셀(기본점 3.63점) 등 점프 높이와 회전 속도는 완벽했다. 24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클린(실수 없는 연기)'이 완성되는 순간, 관중은 은반 위의 요정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이날 김연아의 우승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3장이나 얻게 됐다. 이는 피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최소 2장의 티켓을 확보하고 싶다"는 맏언니는 자신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피겨 여왕'이 또 한번 피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여자 피겨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서 '위대한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30여명의 캐나다 여성 합창단(오른쪽 위)이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런던(캐나다)=연합뉴스
3위 아사다 마오와 포옹하는 김연아. 런던(캐나다)=연합뉴스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며 밝게 웃고 있다. 런던(캐나다)=연합뉴스
김연아가 '레미제라블'에 맞춰 연기를 펼치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런던(캐나다)=연합뉴스
김연아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 이은 마무리 동작을 하고 있다. 런던(캐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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