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증진을 위해 운동을 하다가 몸을 다친다면 오히려 안 하는 것만 못할 것은 당연한 이치.

그것도 ‘몸의 하중(荷重)’이라 할 수 있는 체중을 지탱해 주면서 하체의 움직임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 당장 운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

무릎만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Only-Knee Clinic)이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미국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대규모 체육시설에 무릎 치료 전담 의사를 배치하는 폴란드 등 몇몇 동구권 국가들의 예를 보면 이 무릎 부상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이처럼 무릎의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스포츠 닥터’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앞서 설명한 미국의 ‘Only’ 처럼 다른 부위는 전혀 다루지 않고 무릎 한 군데 만을 전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찾아오는 환자의 대부분이 무릎의 이상을 호소하고 있으니 환자들 사이에 그의 닉네임이 ‘무릎 박사(Knee Doctor)’로 통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스포츠의학 전문병원 ‘코리아 정형외과(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의 은승표 원장(49).

경기 도중에 무릎을 다쳐 선수 생활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인 몇몇 축구 선수들이 그로부터 수술을 받고 말끔하게 재활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여러군데서 들려 수소문한 끝에 며칠 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그의 병원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환자들에게 넓고 안락한 환경에서 진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현재보다 공간이 많은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인근으로 병원을 이전하는 준비를 하느라 내부가 아주 혼란스러웠다.

▲축구 수퍼스타 이동국도 치료

우선 눈에 띄는 것부터 물었다. 병원을 옮기는 이유.

“이 장소에서 10년을 진료했거든요. 한데 보시다시피 2,3층 두 개 층 뿐이지 않습니까. 이 좁은 공간에서 환자들 수술을 하고 재활을 위한 입원 치료까지 하다 보니 첫째는 환자들이 불편하고 둘째는 의사인 저 역시 진료를 하는데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에 대해 필자가 부연설명을 하자면 17일 가락동에서 진료를 재개한 ‘코리아 정형외과’는 6층 건물인데 1층에는 간단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편의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진료실, 3층은 물리치료실을 포함한 재활센터, 4층은 수술실, 그리고 5, 6층은 입원실로 사용된다고 한다.

서론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많은 신체 부위 가운데 무릎 치료에 중점을 두게 된 이유.

“축구는 말할 것도 없고 배구나 농구 등과 같은 인기 구기종목의 경기를 유심히 잘 살펴 보십시오. 두 발을 지면에 댄 상황에서 좌우로 몸을 틀어야 할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처럼 몸을 틀 때 가장 부하가 많이 걸리는 신체 부위가 바로 무릎이거든요. 특히 그 중에서도 무릎 관절을 보호해 주는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무릎 수술은 바로 이 전방 십자 인대 재생수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상호(商號)를 표시하는 간판 중에 ‘원조’라는 어휘가 무수하게도 나붙어 있는데 이 ‘코리아 정형외과’도 ‘무릎 수술의 원조’인지 궁금하다.

“정확히 말씀 드리지요. 무릎 수술의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수술이고 두 번째가 재활치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회복을 위한 컨디셔닝과 재부상 방지교육인데요. 이 세 가지 과정을 한 병원에서 모두 완벽하게 끝낸 것은 제가 국내 최초입니다.”

축구나 농구, 배구를 하다 몸을 잘못 틀어 무릎의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수술을 해서 파열 부위를 재생하거나 접합하는 수술을 하고 그 수술 부위가 완벽히 아물 때까지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 수술과 재활치료 및 컨디셔닝의 전 과정을 ‘한 세트’로 마무리한 것은 ‘코리아 정형외과’’가 국내에서는 최초라는 얘기다.

“지금은 이 세 가지 과정을 다 완료하는 병원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이나 몇몇 큰 정형외과에서요. 하지만 제가 이 병원을 시작할 무렵인 10년 전에는 이런 병원이 국내에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 분야에서는 개척자인 셈이지요. 이건 자랑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수술이면 수술, 재활치료면 재활치료 한 가지만을 전담하는 병원은 제법 있었지만 ‘한 병원’에 입원해 수술과 재활치료를 한꺼번에 끝내고 곧바로 다시 축구장이나 농구장, 배구장으로 나가 게임을 뛰게 해주는 의사는 ‘은승표’ 하나 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조금 예외적이긴 하지만 어떤 선수는 수술은 국내에서 하고 재활치료는 외국에 나가서 하거나 또 어떤 선수는 반대로 수술은 외국에서 하고 재활치료는 국내에 들어와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월드컵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동국.

“그 선수도 몇 년 전에 게임 하다가 왼쪽 무릎의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거든요. 그런데 제 병원을 몰랐는지 어땠는지 하여튼 수술은 독일에서 하고 국내에 돌아와 재활치료는 저한테 와서 받고 완쾌가 돼서 나갔습니다. ”

▲수술에 드는 총비용은 150만원 내외

그러고 보니 지난 10년 동안 은 원장에게서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 수도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못해도 2~3일에 한 번은 수술을 했거든요. 어떤 날은 하루에 오전 한 번 , 오후 한 번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줄잡아 따지자면 한 1,500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계가 나와 있진 않겠지만 이 숫자도 아마 국내 최고가 아닐까 싶은데요.”

‘1500회’라는 대답을 듣고 보니 갑자기 꼭 묻고 싶은 말이 생긴다.

그가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신(神)은 아닌데. 그 많은 수술이 하나 같이 완벽하게 마무리가 됐는지 말이다.

“이거 역시 정확히 말씀 드리지요. 수술을 받고 나가서 방심을 하고 막 뛰다가 파열 부위가 재발이 돼서 다시 찾아 오는 경우는 한 서 너 번 있었던 거 같네요. 하지만 제가 집도한 수술 자체가 잘못돼서 퇴원이 늦어지거나 퇴원한 뒤에 바로 다시 찾아오거나 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표정으로 봐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또 하나 궁금한 점. 수술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돈은 얼마나 드는지.

“암 수술 같은 큰 수술이 아니니까요. 수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2~3시간이면 충분하고요. 수술 뒤에 물리치료를 포함한 모든 재활치료를 하고 퇴원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길게 잡아 1주일 정도 잡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퇴원한 뒤에 한 달 가량은 통원치료를 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점검을 받는 게 좋지요. 또 비용 말씀하셨는데요,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은 원장을 대신해서 필자가 설명을 하자면 수술비와 1주일 동안의 입원비, 여기에 한 달 동안의 통원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은 의료보험을 적용해서 150만원 내외. 미국에 비하면 10분의 1, 독일, 영국 등의 유럽 국가들에 비해도 5분의 1가량이다.

이렇게 ‘의료수가’가 저렴하다 보니 미국, 유럽 등지에 거주하는 동포들이나 그들로부터 소개를 받은 현지인들도 한 달에 서 너 명씩 찾아와 은승표에게서 무릎 수술을 받고 간다고 한다.

왕복 항공료와 1주일 숙박비를 다 합해도 현지에서 수술을 받는 것 보다 적게 먹히니 관광도 할 겸 치료도 할 겸.

17일 개원한 ‘가락동 코리아 정형외과’는 지금까지의 ‘서초동’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아무래도 장소가 몇 배 넓어졌으니까요. 우선 전처럼 복잡하다는 느낌은 갖지 않으실 걸로 봅니다. 그리고 수술 장비나 물리치료 시설도 대부분 첨단 제품으로 교체했거든요. 서초동에 오셨던 환자께서 다시 오시면 아마 확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끼시지 않을까 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에도 힘 보태고 싶어

국내에서 최초로 수술과 재활을 접목한 ‘완벽 무릎 수술’의 개척자라면 병원 일 말고도 대외적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 오랫동안 이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발이 넓어졌네요. 현재 대한체육회 의무위원과 대한축구협회의무분과 위원을 맡고 있고요. 그리고 대한스키지도자 연맹에서는 의무 이사로 스키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력서를 보니 은승표는 이 밖에도 국제 스키안전협회(ISSS) 한국 지부장이라는 생소한 직책도 맡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제가 학교 다닐 때 스키 선수를 해봐서 잘 아는데요. 이 스키라는 운동이 조금만 잘못하면 발목을 삐거나 다치거든요. 그래서 스키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까 싶어서 스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설립된 이 국제기구의 한국 지부 책임자를 맡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5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모종의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 아닌가.

“아직 조직위원회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이나 통보 같은 것을 받지는 않았지만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여러 종목에서 부상 선수들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때 가서 다친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그것도 영광이고 보람이겠지요.”

싸움도 안하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듯이 은승표가 아무리 무릎 수술을 잘 한다고 해도 수술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보다야 못하지 않겠는가. 이를 위한 예방책을 마지막 질문으로 택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게 기본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무릎도 마찬가집니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10분 이상의 스트레칭으로 무릎 주위의 근육을 풀고 가능하다면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권장사항입니다. 운동 도중에 무리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말씀드릴 필요도 없겠고요.”

카롤릭 의대 의학박사와 미국 버몬트 주립대 스포츠의학과 연구교수로 활동하면서 터득한 의과학 지식에다 스키 선수로서의 스포츠현장 경험을 살려 적어도 무릎수술에 관한 한 ‘세계 1인자’가 되겠다는 그의 꿈이 과연 실현되는 지를 지켜보는 것도 퍽이나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김석현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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