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이 많아서 매 경기 배울 게 많아요. 경기할 때마다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여요."

고질적인 부상을 딛고 테니스 라켓을 다시 잡은 임용규(21·한솔오크밸리)는 경기에 뛸 때마다 늘어가는 실력 덕택에 요즘 테니스 코트에 나서는 게 즐겁다.

임용규는 2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삼성증권배 국제남자챌린저대회(총상금 10만달러) 단식 2회전에서 이토 다쓰마(일본)를 2-0(6-0 6-3)으로 완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이토는 세계랭킹 60위로 이번 대회 2번 시드인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임용규는 첫 세트에서 이토에게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경기 내내 이토를 압도해 1시간3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임용규는 "3년 전에 두 번 만났는데 두 번 다 이겨서 자신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3월 오른쪽 발등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임용규는 7월 다시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2009년 발목에 부상이 있었지만 수술 대신 재활로 근근이 버텨오다 증상이 더욱 악화돼 불가피하게 선택한 수술이었다.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덕에 그는 4개월 만에 부상을 털어냈다.

그러나 테니스 코트로 돌아오고 나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 막상 복귀하려니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임용규는 "3년 전에도 한창 잘하면서 200위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다가 부상을 당했고 이번에도 최고 잘할 때 다쳐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를 붙잡아준 것은 소속팀 김영홍 감독이다. 감독과 선수 사이로 만난 2년 동안 임용규가 1년 반가량을 쉬었는데도 보채지 않고 임용규를 기다려줬다.

그는 "감독님 마음이 급할 만도 한데 늘 선수를 기다려주시고, 제 기분을 잘 맞춰준다"며 "무엇보다 대화가 잘 통한다"며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쉬면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현재 세계랭킹은 518위까지 떨어졌지만 임용규는 다급해하지 않았다. 부상을 겪으며 경기를 뛰는 것 못지않게 몸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랭킹 100위권 선수들은 1년에 대회를 30개씩 뛰는데 나는 늘 좋을 때 무리하다가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며 "무리하지 않고 1년 동안 30개 대회를 뛰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1년에 30개 대회를 뛰다 보면 잘할 때도 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대회에 뛰면서 실력이 쌓이는 게 보인다는 점이 임용규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임용규는 "부족한 게 많고 바꿀 게 많아서 경기에 뛰면서 고칠 점이 보인다"며 "단점을 바로잡으면 스스로 실력이 늘어가는 게 보이고 자신감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모든 선수를 라이벌로 꼽은 그는 내년엔 꼭 부상 없이 30개 대회를 소화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임용규는 "소속팀의 후원이 없다고 해도 나중엔 내 돈을 내더라도 대회에 뛰겠다"며 "최종 목표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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