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스케줄 평균 3개…“그래도 나는 어디까지나 운동선수”

"운동선수가 무슨…."

정다래(19)는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으며 피식 웃어 넘겼다. 배우 성유리를 닮았다는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전달하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반응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평영 200m '깜짝' 금메달로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한국 여자수영의 금맥을 캐낸 정다래. 그에게는 '연습용'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얼짱'이라는 별명이 먼저 붙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로는 실력과 함께 외모에 대한 스포트라이트의 조도(照度)가 더욱 높아졌다. 재미로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이 순식간에 각종 인터넷 게시판으로 퍼져 "역시 얼짱"이라는 반응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어수룩하면서도 할 말 다하는 솔직함은 정다래에게 '4차원'이라는 별명도 안겼다. 그러나 정다래는 이같은 별명들을 두고 "맘에 드는 게 없다"며 웃었다. "저는 접니다"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오로지 수영선수로서 실력으로만 평가 받고 싶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7일 성남의 동서울대학에서 정다래를 만났다. 그는 이 대학 스포츠학부 레저스포츠전공 10학번이다.

▲ "이 나이 땐 놀아야죠."

지난달 28일 귀국 후 정다래는 하루 평균 3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대부분이 금메달 축하 행사다. "광저우 선수촌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막 알아봐 주고, 한국 와서는 태어나서 이렇게 사인을 많이 해 본 적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피곤하다"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좀 쉽시다"라는 말로 폭소를 낳았던 정다래지만, 제대로 쉴 날은 하루도 없었다. 친구 이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화제가 됐던 복싱선수 성동현과도 얼굴도 못 마주했다. 안종택 대표팀 코치는 "계속 돌아다녔고 장염 탓에 설사만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다래는 "대학 들어와 미팅도 소개팅도 한번도 해 본 적 없다"면서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고 싶다. 이 나이 땐 놀아야 한다"며 눈을 초승달로 만들었다.

▲ 주의력결핍 장애? 부끄러움 많을 뿐

"초등학교 1학년 때 물을 워낙 무서워해서 엄마가 시킨 거예요." 정다래가 밝힌 수영 입문 계기다. 마이클 펠프스(미국)처럼 정다래도 주의력결핍 장애를 극복하려 수영을 시작했다는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다.

안 코치는 "말을 조리 있게 못하고 부끄러움이 많을 뿐 장애는 말도 안 된다. '4차원'이란 별명도 작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 때 내가 지어 준 것인데 가르친 애들 중에는 '8차원'까지 있다. (정)다래는 약한 편"이라고 했다.

인터뷰에 이어 전공 시험까지 치르고 나온 정다래는 역시나 십 수명의 학생들에게 휩싸였다. 쇄도하는 사인 요청에 수줍어하면서도 펜을 건네 들고 빼먹지 않는 한마디는 "이름이 뭐라고요?"

여기저기서 찰칵대는 휴대폰 카메라에 양 볼이 붉어진 정다래는 곧 안 코치와 함께 다음 스케줄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금니가 닳아 없었던 정다래는 서울 압구정동에서 '공짜'로 치과 치료를 받았고, 잡지 화보 촬영도 했다. 이어 8일에는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다. 김애림 인턴기자(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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