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은 내 생명입니다"(박태환) "선수만 열심히 해준다면..."(노민상 감독)

20일 오후 제80회 동아수영대회가 열리고 있는 울산 문수실내수영장 한 쪽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이날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경신한 박태환(19.단국대)과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스승과 제자가 '외박'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는 대표 선수들은 토요일에는 하루 외박을 나갔다가 일요일에 다시 입촌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이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힘든 훈련을 소화한 모든 대표 선수들에게 외박은 가장 큰 기쁨.

하지만 지난 2월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 박태환은 이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곧바로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 나오기까지 50여일을 훈련에만 전념했으며 외박은 딱 하루밖에 받지 못했다.

이 기간 기량은 부쩍 늘어났고 그 결과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모두 아시아신기록을 깨뜨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집중 훈련의 효과를 본 노민상 감독과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박태환의 외박 및 외출을 줄이려고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날 인터뷰에서 '노민상 감독이나 연맹 집행부에서 외박을 줄이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외박은 내 생명이다. 외박 하나만으로 힘든 훈련을 견뎌낸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조금 아쉽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제자가 마음 속 바람을 숨김없이 드러내자 노 감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노 감독은 결국 "나에게 엄포를 놓는 것 같은데 선수가 열심히 훈련만 해주면 과감하게 외박을 보내줄 수 있다"고 말했고, 옆에서 듣고 있던 박태환은 곧바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회견장은 금세 웃음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노 감독은 "외박을 가더라도 어떻게 보내고 오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건전하게 보내고 온다고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고, 박태환은 또 "건전하게 놀겠습니다"라고 끼어들었다.

노민상 감독이 궁지에 몰리자 옆에 앉아 있던 박태환 전담팀의 유운겸 감독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태릉은 창살없는 감옥이다. 선수가 열심히 해준다면 노 감독이 잘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외박, 외출을 최대한 금하겠다던 노민상 감독은 "일단 접수를 받겠다"고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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