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일곱 '봉달이' 이봉주(37.삼성전자)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 레이스는 2004년 8월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풀코스(42.195㎞) 마라톤 4회, 하프(21.0975㎞) 마라톤 4회, 10000m.5000m 장거리 트랙 레이스 4회 등 모두 열 두 차례 크고 작은 대회에 출전했지만 국가대표 자격을 갖고 뛴 적은 없다.

18일 2시간8분04초로 화려한 부활 레이스를 펼친 서울국제마라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봉주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울국제마라톤은 8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200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국가대표선발전을 겸한 대회였다.

지난 해 중앙서울마라톤과 춘천마라톤의 기록도 대표 선발에 유효하지만 이봉주의 기록은 현재로서는 다른 국내 선수들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기록만 놓고 보면 대표 선발은 '떼논 당상'이다.

2시간8분04초는 지난 해 세계랭킹으로 따져봐도 23위에 해당하는 호기록이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쟁력도 충분하다.

열쇠는 이봉주와 코칭스태프의 결단이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18일 레이스 직후 "아직 다음 대회에 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단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훈련을 재개하면서 구상해 보겠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봉주가 대표로 뛰어준다면 당연히 환영하겠지만 '강요'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과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연패 등 그동안 국가대표로 한국 육상에 이바지한 이봉주의 공로를 감안할 때 '뛰라 말라'고 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육상연맹은 다음 달 1일 전주마라톤이 끝나고 나면 대표 선발을 위한 강화위원회를 열 계획이지만 이봉주의 출전 여부와 관련해서는 코칭스태프와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이봉주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을 따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2001년 에드먼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했고 2003년 파리 대회에서도 아쉬운 11위에 그쳤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무더운 8월에 열리는데다 전통적으로 기록이 아니라 순위 경쟁을 펼치는 대회라 마지막 목표로 자신의 한국기록(2시간7분20초) 돌파를 설정해놓고 있는 이봉주 입장에서는 쉽게 출사표를 던질 만한 선택이 아니다.

또 벌써 2008년 베이징올림픽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 대목도 사실 부담스러운면이 있다.

내년 하계올림픽은 올해 레이스를 끝까지 잘 치렀을 때 생각해볼 대회이지 성급하게 거론할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이봉주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로 감동의 레이스를 펼친 결과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보상을 받았다.

우승 상금 8만 달러에다 타임 보너스(2시간8분대) 1만 달러, 국내 선수 1위 상금 500만원 등 대회 포상금만 1억원에 육박하고 삼성전자 육상단 자체 포상금과 출전료, 기타 격려금 등을 더할 경우 1억5천만원대 수입을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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