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히어로스 라이트헤비급 초대 챔피언 등극

왼 어깨에 일장기를, 오른 어깨에는 태극기를 단 비운의 유도스타 추성훈(31). 일본에서는 아키야마 요시히로인 그가 종합격투기 K-1 히어로스 라이트헤비급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추성훈은 9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벌어진 히어로스 세계최강전 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멜빈 매누프(네덜란드)를 1회 1분57초만에 팔가로누워꺾기로 제압했다. 지난 2004년 K-1을 선택하면서 “유도를 통해 최강의 사나이가 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K-1 통산 전적은 9승 1패.

경기 초반 매누프의 거센 공격에 몰린 추성훈은 매서운 눈초리로 기회를 엿봤다. 1회 1분40초께 매누프가 추성훈을 번쩍 들어올려 링에 메쳤다. 이와 동시에 팔얽어비틀기로 역공세를 펼친 추성훈은 곧이어 팔가로누워꺾기로 매누프의 기권을 받아냈다. 이로써 추성훈은 올림픽 금메달 대신 챔피언 벨트를 손에 쥐었다.

추성훈은 우승이 확정되자 아버지 추계이(55)씨와 어머니 류은화(52)씨에게 큰 절을 올렸다. 감격의 눈물을 흘린 추성훈은 “금메달을 따내도 실감이 안 난다는 말의 의미를 알겠다”면서 “유도가 최고다”를 외쳤다.

고교시절 천부적인 유도실력을 자랑하던 추성훈은 “한국을 대표하는 유도선수가 되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98년 한국을 찾았다. 귀화하면 국가대표로 발탁하겠다는 일본 유도계의 구애도 뿌리쳤다. 하지만 추성훈은 한국에서 역차별에 시달렸다. 97세계선수권자 조인철과 호각세를 이뤘지만 텃세 때문에 번번이 울어야 했다.

“일본에서의 차별보다 한국에서의 차별이 더 가슴 아프다.” 조국에서 버림받았다는 자괴감에 빠진 추성훈은 2001년 끝내 일본인으로 귀화했다. 하지만 조국을 잊진 못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안동진을 꺾고 우승한 추성훈은 “나는 일본사람(국적)이지만 가슴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며 울먹였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추성훈은 2004아테네올림픽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격투기 선수로 변신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번갈아 버림받은 추성훈은 K-1을 통해 제2의 꿈을 이뤘다. 일장기와 태극기를 양 어깨에 단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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