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땅콩' 김미현(29.KTF)이 3년9개월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김미현은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유니온리조트골프장(파72.6천53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진클럽스앤드리조트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보기 4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카리 웹(호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2타차로 따돌린 김미현은 이로써 지난2002년 8월5일 웬디스챔피언십 우승 이후 4년이 다 되도록 인연을 맺지 못했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99년 데뷔 이후 통산 6승째를 올린 김미현은 후배들에게 밀려 뒷전으로 물러났던 'LPGA 진출 1세대'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박세리(29.CJ)가 1998년 미국 무대에 진출하자 이듬해 뒤를 이은 김미현은 LPGA투어 한국 낭자군의 1세대 격이다.

박지은(27.나이키골프), 한희원(28.휠라코리아) 등이 합류하면서 '코리언 빅4'로 군림하던 김미현은 그러나 2002년 5승째를 거둔 뒤 준우승 2차례를 비롯해 '톱10'에 31회나 입상하면서도 정작 우승은 없었고 그대로 잊혀지는 듯 했다.

지난해 연봉을 대폭 삭감당하면서 KTF와 겨우 재계약하는 수모까지 당했던 김미현은 보란듯이 다시 정상에 올라서며 여전히 정상급 스타 플레이어임을 입증했다.

37만5천달러의 우승 상금은 지금까지 8년 동안 LPGA 투어에서 뛰면서 받았던 어떤 상금보다 액수도 많았지만 값어치는 무엇과도 비길 수 없었다.

특히 4라운드 대회에서는 99년 벳시킹클래식 한번 뿐이던 김미현은 이번에 4라운드 대회에서 웹과 오초아 등 강력한 추격자들을 따돌려 자신감이 더해질 전망이다.

김미현의 우승으로 올해 LPGA 투어 8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4차례 우승을 쓸어담았고 5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전날 미야자토 아이(일본)에 3타 앞선 단독 선두에 나서면서 우승을 예약한 김미현은 미야자토가 2번홀에서 트리플보기로 자멸, 손쉽게 정상에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7타나 뒤져 있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7번홀까지 5개의 버디를 쓸어담는 사이 2타를 잃어 공동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역전패의 악몽이 떠올려지는 순간 김미현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냈다.

앞서 경기를 치르던 오초아가 손쉽게 여겨졌던 9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하고만 것. 다시 1타차 선두로 나선 김미현은 9번홀(파5)과 10번홀(파5)에서 내리 버디를 뽑아내 다시 타수차를 벌려나갔다.

13번홀(파4) 보기로 다시 1타차로 쫓긴 김미현은 14번홀(파4) 버디로 한숨을 돌렸지만 웹과 오초아의 추격은 매서웠다.

차근차근 타수를 줄여온 웹은 가장 어렵다는 16번홀(파3.193야드)에서 버디를 뽑아내 김미현에 1타차로 따라 붙었고 오초아는 17번홀(파5) 버디로 역시 1타차 공동2위로 좁혀 들어왔다.

승부가 결정된 것은 17번홀(파5).

김미현은 뒷바람이 부는 가운데 페어웨이를 향해 빨랫줄같은 티샷을 날렸고 내리막을 탄 볼은 300야드가 조금 넘어 멈췄다.

홀까지 직선 거리로 190야드를 남기고 7번 우드를 거머쥔 김미현은 핀을 겨냥해 곧장 샷을 날렸고 "조금만 더..."라는 외마디 고함을 알아들은 듯 볼은 그린을 에워싼 벙커를 살짝 넘겨 그린에 안착했다.

10m 남짓한 이글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무난하게 버디를 잡아낸 김미현은 2위 그룹과 타수차를 2타로 늘려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18번홀(파4)에서 버디 퍼트가 홀 언저리를 스치고 돌아나와 우승 세리머니는 파퍼트 이후로 늦춘 김미현은 두 손을 번쩍 지켜들었고 그린을 떠나면서는 눈물을 훔쳐내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김미현은 "너무나 고대했던 우승"이라며 "생애 첫 우승을 했을 때도 눈물은 안흘렸는데 오늘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가는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오초아는 66타, 웹은 67타를 뿜어내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는 뒷심을 발휘했고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67타를 때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4위에올라 체면치레는 했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긴침묵을 깼던 웹은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실수가 적은 김미현이 그토록 오랜 기간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면서 "정말 축하한다"고 동병상련의 심정을 밝혔다.

최종 라운드에서만 6타를 줄이며 분발한 한희원은 김초롱(22)과 함께 공동5위(4언더파 284타)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김미현과 우승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야자토는 4오버파 76타로 무너져 공동5위로 미끄럼을 탔다.

학교는 1년 늦었지만 김미현과 동갑이고 LPGA 투어 1년 선배로서 동고동락했던'1세대 동료' 박세리(29.CJ)는 김미현의 선전에 고무된 듯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9위에 올랐다.

박세리가 '톱10'에 입상한 것은 지난 2004년 8월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준우승 이후 2년여만이다.

또 박세리는 작년 7월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최종 라운드 때 69타를 친 뒤1년여만에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재기의 조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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