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체육계 '구타 관행'

세계 정상을 달리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코치진의 폭력적 행위를 견디다 못해 집단 이탈하는 등 일선 지도자들의 구타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올 시즌 월드컵 1,2차 대회를 휩쓴 최은경(한체대) 등 한국쇼트트랙 여자대표 6명은 지난 3일 태릉선수촌을 이탈했으며 조사 결과 상습적인 구타와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체육 지도자들의 부단한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타 시비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심심치않게 불거져왔다.

지난 8월 아테네올림픽에서는 한국 유도팀의 서정복 코치가 유도 여자 48㎏급에 출전한 예그린(대전서구청)의 경기 패인을 지적하면서 체육관 복도에서 폭력적인 동작을 취하다 외국 선수에게 적발돼 국제유도연맹(IJF)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고되는 망신을 당했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서 코치에게 잔여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려 사건을 일단락시켰지만 `스포츠 강국' 한국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겼다.

또 지난 5월 18일에는 여자실업축구단 대교 캥거루스 선수들이 최추경 감독의 스파르타식 훈련에 불만을 품고 강원도 청평의 팀 숙소를 집단 이탈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지난 1월 중국의 포털사이트 `시나'는 중국 쿤밍에 전지훈련을 갔던 안산의 모 고교축구팀 감독의 선수 구타 장면을 소개하며 `한국의 청소년축구선수들이 몽둥이 아래서 죽도록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농구전문잡지 `점프볼'이 연세대 등 10개 대학농구선수 147명을 대상으로 `농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는 질문에 `구타'라고 답한 선수들이 8%(11명)에 이를 정도로 어린 운동선수들에게 쿠타는 두려운 존재다.

물론 지도자들의 구타는 프로에도 존재한다.

프로야구 기아의 김성한 전 감독이 지난 2002년 8월 2군 포수 김지영을 훈계하면서 방망이로 머리를 쳐 뇌진탕 등으로 여섯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은게 대표적인 사례.

이같은 지도자들의 구타는 한국 스포츠가 아직까지 군대식인 데다 엘리트주의를 추구하다보니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인식 동두천시청 빙상팀 감독은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경우 대체로 선수들을 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선수들 대부분이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등 군대식 문화와 엘리트 지상주의까지 겹쳐 지도자들이 무리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이다 보니 프로라고 구타가 근절되기는 힘들다. 우선 스포츠 자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고 지도자들 또한 많은 경험을 통해 머리로 선수를 가르치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입력시간 : 2004-11-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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