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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시즌 2승을 올린 후 지난 5일 신장 경색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당시 평균자책점은 무려 0.83. 약 13일 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15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나서는 김광현이 과연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0점대 평균자책점을 더 낮추긴 확률상으로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이를 악문 ‘늦깍이 메이저리거’ 김광현은 이를 해냈다.

김광현은 15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더블헤더 1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동안 87구를 던져 무실점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호성적을 작성했다. 1-0으로 앞선 연장 8회말 시작 전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팀이 1-2로 패하며 시즌 3승 달성에 실패했다.

결과는 아쉽게 됐지만, 김광현은 빛났다. 복귀전을 눈부시게 장식했다. 특히 몸쪽으로 예리하게 꽂히는 패스트볼로 상대를 압도, 타자들로부터 헛스윙을 유도했다. 특히 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라이언 브론에게 3연속 빠른 볼로 승부를 보며 삼진을 솎아냈다. 2회는 첫 타자부터 빠른 볼로 위협하며 삼진을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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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거듭할수록 김광현은 압도적 구위의 패스트볼과 타이밍을 뺏는 느린 커브, ‘주무기’ 슬라이더를 고루 섞어가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돌부처’ 오승환에게 각각 홈런 3개, 2루타 1개를 뽑아내며 한국 투수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상대로도 삼진 2개를 이끌어낸 김광현이다.

기가막힌 볼배합으로 밀워키의 상대 타선을 틀어막은 김광현은 87구만으로 7이닝을 막는 효율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특히 2회에 7구만으로 삼구 삼진 1개와 땅볼 2개를 이끌어내며 순식간이 이닝을 지웠다. 미국 현지 매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도 “3안타만 허용하며 밀워키를 꽁꽁 묶은 김광현은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11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데 단 50구만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올시즌 빅리그 진출한 후 이날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하고 최다 탈삼진을 기록 세운 김광현은 구단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MLB.com의 앤드류 시몬 기자에 따르면 이날 경기 포함해 24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간 김광현은 1968년 ‘팀 전설’ 밥 깁슨 이후 처음으로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비자책 경기’를 한 투수가 됐다. 무려 52년 만. 4경기 연속 선발, 5이닝 이상, 3피안타 이하, 비자책점을 기록한 '최초의 내셔널리그 투수' 기록도 썼다.

또 있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해 2경기 만에 선발을 꿰찬 김광현은 첫 선발 5경기에서 평균 자책점 ERA 0.33을 찍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양대 리그에 자책점이 공식 도입된 1912년 이후, 역대 데뷔 첫 선발 5경기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ERA 0.20을 기록한 발렌수엘라다.

세인트루이스 SNS 캡처
빅리그 입성 첫 해 연일 비자책 행진에 팀 레전드를 소환할 정도의 기록을 남긴 김광현. ‘신인왕’ 수상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 경기로 2승을 올린 김광현을 두고 "2020 내셔널리그(NL) 신인왕 논의가 아직이라면 김광현에 대한 (신인왕 후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세인트루이스 지역지의 평가가 있었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점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 5인에 김광현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김광현의 역투가 꾸준해야 신인왕에 바짝 다가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뒤따르긴 했다.

보란 듯이 이날 경기에서 기세를 이어간 김광현이다. 이번에는 구단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세인트루인스는 SNS에 “올해의 신인(Rookie of the Year)?”이라는 글과 함께 김광현 사진을 올리며 힘을 실어줬다.

재도전 끝에 빅리그에 입성하고 코로나19와 부상으로 중간에 의도치않은 휴식기까지 가졌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김광현이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단축 시즌으로 치러지고 있는 시즌에서 김광현이 앞으로 2번 더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승수를 쌓고 0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신인왕'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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