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류현진은 피홈런을 맞으며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1경기 2이닝 1실점 1피홈런). 반면 김광현은 2경기 연속 무실점에 계속해서 탈삼진 행진이다(2경기 3이닝 무실점 5탈삼진).

4년 8000만달러 거액의 FA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초조해할까? 아니면 메이저리그 첫무대이자 쾌투를 이어가고 있는 김광현은 올시즌 활약이 기대된다고 볼 수 있을까?

두 선수의 완전히 다른 입지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대하는 자세를 파악한다면 두 선수의 시범경기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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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선발-에이스 확정인 류현진, 시범경기는 연습일뿐

결론부터 말하면 류현진이 시범경기에서 행여 나쁜모습을 보이거나 피홈런을 맞아도 걱정할 필요는 아예 없다. 류현진은 이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가 확정된 선수다. 만약 시범경기에서 매경기 실점하고 평균자책점이 10점대가 넘는다할지라도 선발보장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그정도로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다면 개막전 선발 정도는 제외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봤자 1선발이냐 2선발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만큼 류현진의 입지는 확고하다. 토론토에서 류현진만한 선발투수는 아예 없다. 이미 지난시즌 사이영상 투표 2위라는 것과 4년 8000만달러의 대형계약이 그의 입지를 말해준다. 류현진은 서서히 구속도 끌어올리고 자신이 조금 더 실험하고 싶은 구종(커터, 슬라이더 등)을 시범경기에 던져보면서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무대로 시범경기를 삼는다.

실제로 류현진의 연도별 시범경기 성적을 보면 이런 입지를 알 수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였던 2013년 시범경기에서는 무려 7경기나 등판했다. 7년의 메이저리그 생활동안 가장 시범경기에서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한 해다. 그때는 아직 선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지 못했고 자신 역시 새로운 무대에서 보여줘야했다. 7경기 27.1이닝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한 후 선발진에 합류할 수 있었다.

2013시즌 신인왕투표 4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투구를 보인 후 이제 류현진에게 시범경기는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2014년 시범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은 4경기 등판(평균자책점 2.20)만 했다. 2018년을 앞두고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7.04에 달했지만 선발 합류와 그의 입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류현진은 2013년 첫해부터 뛰어난 성적을 올린 덕에 시범경기는 정말 자신의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무대로 삼았다. 올해는 더더욱 새로운 팀에 거액을 받고 왔고 팀에서도 에이스를 기대하고 있기에 무리해서 시범경기부터 몸상태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 최고구속이 90마일을 겨우 찍었지만 구속도 천천히 끌어올릴 계획이다.

즉 류현진이 첫 시범경기에서 2이닝동안 피홈런을 맞으며 1실점했어도 하등이 문제가 없다. 류현진 본인도 이날 경기 후 “스프링캠프에선 투구 수와 이닝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데 첫 등판에서 둘 다 이뤘다”며 내용에 초점을 맞췄지 결과는 신경쓰지 않았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리오넬 메시가 연습경기에서 골을 못 넣는다고 정규리그에 그를 안쓰는 감독은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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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해서라도 보여줘야하는 김광현, 오버페이스 걱정

반면 김광현은 다르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첫 무대다. 시범경기부터 전력을 다해야한다. 비록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부상으로 인해 선발진 한자리가 구멍 났기에 김광현이 조금 더 선발진에 들어갈 확률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선발 경쟁자가 있고 김광현은 냉정하게 5선발 경쟁에서 이겨내야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범경기에서 결국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오스틴 곰버, 다니엘 폰스 드 레온, 라이언 헬슬리, 존 갠트, 제네시스 카브레라 등 다른 5선발 경쟁자들이 많다. 김광현에게 안긴 2년 800만달러의 계약 역시 언제든 불펜으로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김광현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몸을 확 끌어올려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개막이후 선발진 합류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래서 김광현이 벌써부터 최고구속을 94마일까지 던질 정도로 상당히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오버페이스에 의한 방전이다. 물론 초반까지 김광현은 자신이 가진 이상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2019 KBO리그 정규시즌을 마치고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한 후 프리미어 12까지 뛴 김광현은 기존 KBO리그 일정보다 2~3주 빠른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다보니 충분한 휴식이 부족했다. 본인 역시 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여 오버페이스를 하다 방전돼 2020시즌 중후반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초반 빠르게 몸상태를 끌어올린 것도 어쩔 수 없는 김광현 입장에서는 결국 오버페이스를 스스로 잘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일정을 소화한 후 초반부터 많은걸 보여줘야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온 김광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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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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