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과 5선발 경쟁자인 마르티네스. 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시작부터 치열하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원하는 자리를 챙길 수 있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뛰고 있는 김광현(32) 이야기다.

김광현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유니폼을 입고 임한 첫 공식 훈련이었다. 김광현은 침착하게 몸을 풀었고 불펜에서 모두 50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했다.

김광현은 직구 70%, 변화구 30% 정도의 비율로 공을 차례로 뿌렸다. 피칭 후에는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게 올라온 것은 아니었으며 적응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애초에 준비가 된 불펜 피칭이었다. 이미 팀 계약과 동시에 오는 22일 뉴욕 메츠와의 시범경기에 나설 것이라 언질을 받은 그는 1월부터 차분하게 체력을 끌어올렸고 첫 피칭부터 50개를 던졌다.

향후 70개까지 투구 수를 늘려나갈 것이라 말한 김광현은 16일에 한 차례 더 피칭에 임한다.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보다 좀 더 일찍 시즌에 돌입한다. 그렇기에 날짜에 맞춰서 차분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같은 야구라도 해도 KBO리그에서 12년을 넘게 뛰었기에 갑작스런 변화에 오롯이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김광현이 이번 캠프에 임하는 각오는 상당하다. 류현진처럼 4년 8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받고 온 것도 아니다. 대우를 바라는 것은 커녕, 자리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는 팀 내 마운드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잭 플래허티, 애덤 웨인라이트, 다코타 허드슨, 마일스 마이컬러스까지 네 명의 선발은 확정이다. 그리고 '한 자리' 5선발 자리를 놓고 여러 선수가 경쟁한다. 김광현도 그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가장 앞선 것은 우완 마르티네스다.

존 모젤리악 팀 운영 부문 사장은 5선발 기용과 관련 "작년 시즌이 모습이 고려될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작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마르티네스는 4승 2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무리는 임시였다. 그 전까지는 2015년 14승, 2016년 16승, 2017년 12승을 기록하며 꾸준히 선발로 뛰었다.

이번 캠프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젤리악 사장은 "향후 40일 동안 마무리 투수를 찾고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마르티네스를 더 이상 마무리로 쓰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동시에 5선발 우선권이 마르티네스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광현. 연합뉴스 제공
이 같은 상황을 김광현이 모를 리 없다. 시작부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없다. 최상은 선발이지만 애초에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도 그가 선발 혹은 불펜으로도 뛸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투수라는 점이었다. 밀리면 곧바로 불펜이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고민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기에 이번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김광현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실트 감독은 "마르티네스는 작년 구원 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선발은 다른 루틴으로 공을 던져야 한다. 회복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 했다.

작년 '프리미어12'에 이어 포스트시즌까지 상당히 많은 공을 던진 김광현이다. 올해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시작부터 서날 자리를 따내지 못하면 더욱 멀어질 것이라 판단, 첫 피칭부터 50구라는 많은 개수의 공을 던지며 선발이 더 익숙한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어쩔 수 없다. KBO리그 최고의 투수지만 메이저리그 신입생이다. 경쟁에서 밀렸다. 시작부터 뒤쳐지면 답이 없다. 그렇기에 설령 지친다고 해도 지금 당장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김광현이 '시작부터 올인'이라는 전략에 힘을 주고 공을 던지는 이유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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