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영화 ‘해바리기’에서 착하게 살려던 주인공 오태식은 가족을 해하는 건달에게 결국 예전의 무지막지한 모습을 보인다. 명대사 ‘오태식이 돌아왔구나’라는 말이 새삼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4경기 19이닝 21실점 평균자책점 9.95. 이렇게 끝날리 없었던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동안 90개의 공을 던져 무실점 2피안타 6탈삼진 최고 투구를 펼치고 이날 경기를 마쳤다. 팀은 0-0으로 점수를 내지 못해 노디시전이 됐지만 그동안의 부진을 씻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투구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45에서 2.35가 됐고 다저스는 류현진이 내려가자마자 8회 3명의 투수를 쓰고도 끝내 3실점하며 0-3으로 패했다.

최근 4경기에서 19이닝 21실점으로 크게 무너진 류현진은 지난 5일 등판 이후 열흘의 휴식 후 등판했다.

1회부터 춤추는 체인지업이 작렬하며 삼진을 잡은 류현진은 2회 로빈슨 카노에게 첫 안타를 맞긴 했지만 범타로 막았다. 3회 역시 2아웃 이후 안타를 맞았지만 무실점을 이어간 류현진은 4,5,6,7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막으며 부진했던 4경기 이전의 잘했던 투구를 그대로 해냈다. 3회 2사 이후 7회까지 무려 13타자 연속 범타를 잡아낸 것은 짜릿함의 정수였다.

영화 ‘해바리기’에서 오태식이 돌아온 듯 류현진도 돌아왔다. 지난 4경기에서 부진했던 류현진이 아닌 열흘 휴식 후 거짓말처럼 예전처럼 돌아온 그 류현진의 모습으로 말이다.

냉정하게 이날 메츠전 마저 부진했다면 류현진은 최악의 상황에 치달을뻔 했다. 5경기 연속 부진은 부진이 ‘일시적’인게 아닌 영구적일 수 있다는 낙인일 수 있었다. 게다가 당장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포스트시즌 4선발을 꾸릴 때 류현진을 제외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류현진 개인 입장에서도 뛰어난 전반기 이후 부진한 후반기는 올시즌 후 완전무결한 FA로 시장에 나갈 때 엄청난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열흘이나 휴식을 받고도 부진하다면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기에 류현진에게 반드시 반등이 필요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이런 기대를 알 듯 막다른 골목에서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부활했다.

오죽하면 류현진이 7회 투구를 마친 후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다저스 원정팬은 물론 메츠 팬들마저 일어나 제이콥 디그롬(7이닝 무실점 8K)과의 엄청난 투수전을 펼친 류현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설마’의 우려를 ‘역시’로 바꾼 류현진은 이렇게 끝날리 없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